본기를 보고 좀 실망할 애호가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우선 스피커 채널이 5채널까지 밖에 지원되지 않고, 채널당 출력 역시 50W로 표기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대개 100만원 정도의 AV센터라면 7채널의 스피커출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출력 역시 채널당 최소 100w 이상을 자랑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제품들의 출력은 한 채널만 구동한 채 측정한 수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순간 최대출력을 표기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동사의 채널당 출력 50W는 전 채널을 동시에 울리는, 그리고 전 주파수대역(즉1kHz의 사인파에서가 아니라)에서의 구동력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관례에 따라 환산한다면 최소 채널당 120W급 이상의 출력을 갖춘 셈이다. 실제로 본기를 울려보면 6-7평 이내의 시청실이라는 조건에서라면, 어떤 스피커를 매칭시키더라도 파워감에서의 허기는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본기의 또 다른 특징은 EARS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기존의 AV센터들이 으레 채용해 왔던 음장 모드 기능을 대체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서라운드 시스템을 즐기다 그 시스템에 2채널 하이파이 소스를 울리면 왠지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그럴 때 '재즈 클럽’ 이니 '콘서트 홀’ 과 같은 음장 모드를 걸게 되는데, 이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의사 서라운드 효과이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이 음장 모드에서는 서라운드의 기분은 비슷하게 살려내 주되, 대신 음악의 디테일과 선명성을 그 효과만큼 죽여 버리는, 박수를 쳐주지도, 그렇다고 내치지도 못하는 어정정한 기능이었다. EARS는 그런 음장 효과들에서 느껴져 왔던 작위성을 없애고 훨씬 자연스럽게 홀톤을 가미하면서, 한편 소스를 통해 들어온 소릿결의 디테일까지 최대한 살려주는, 동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알고리즘이다. 아날로그 5.1채널 입력과 출력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가령 DVD오디오나 SACD의 멀티채널을 울리는 애호가들도 소스기만 있으면 손쉽게 본기와 어울리게 할 수도 있다. 거기다2계통의 컴포넌트 비디오 입력단과 1계통의 출력단까지 나 있는데, 이것과 디스크리트 아날로그 음성입력 기능을 함께 활용하면 HDTV로 방영되는 멀티채널 영상물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즐길 수 있게 된다. 평생 가야 한두 번 쓸까말까하는 기능까지 포함해서 상점의 진열대에서처럼 이것저것 잔뜩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간단히 해두면서도 어떤 환경에도 문제 없이 대응하도록 만들어진, 지능적이고 합리적인 AV리시버이다. DTS 샘플러로 본기를 울렸는데, AV제품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세련미까지 맛볼 수있었다. 본기가 들려주는 미덕은 무엇보다도 정리가 잘된 차분한 소리일 것이다. 채널 간의 균형미도 각별한 것이고, 대사가 들뜨지 않으면서도 명확하게 전달된다. 본기를 들으면서 '이건 10대나 20대용이 아니라 30대 이후용이라는 좀 엉뚱한 생각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만호) 소박한 외관에 낮은 가격대, 그리고 높은 음질을 추구하는 영국의 오디오 회사인 NAD. 최 근 새로운 제품들로 다시 각광을 받으며 자사의 네임 밸류를 확고히 굳혀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또 새로운 AV센터를 발표했다. 본기는 T753의 아랫기종으로, 특징이라면 5.1 아날로그 입력단을 갖추어 SACD와 DVD오디오에 대응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다양한 양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외관은 동사의 기존 모델과 같은 티타늄색상으로 마감되어 있다. 세팅이 끝나고 음을 들어본 순간, 역시 전통적인 NAD특유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각 채널간의 분리도가 뛰어나며 특히 2채널에서도 실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또 개성적이고 특이한 면은 없으나, 자연스러운 음과 안정된 밸런스는 듣는 이를 편안 하게 해준다. 하이파이에서는 물론 AV에서도 NAD의 저력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출력은 각 채널당 50W지만, 힘이 약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다만 요즘 쟁쟁한 타사 제품과 비교하면 수치상의출력에서는 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운드의 표현에 충실한 제품을 원하는 애호가들이라면 본기에 대한 한 만족감을 맛볼 듯싶다. 어차피 우리나라주택 구조상 저역 과다의 대출력 앰프는, 볼륨을 올리고 싶어도 이웃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니 말이다. 실용적이면서도 안정된 기본 성능을 갖추고 있는 본기야 말로, 우리 가정에 더 적합한 제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허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