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대비 성능면에서 톱클래스에 들 실력기 한때 필자는 나드의 S300이란 인티앰프를 써본 경험이 있으므로, 이 회사에 대한 신뢰는 남다른 데가 있다. 사실 그 제품은 뭔가 뚜렷하게 음을 표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기가 애매했지만,별다른 결점이 없다는 점도 특이했다 같은 클래스의 스피커를 매칭시키면 자기 주장을 일절 내지 않고 스피커의 개성을 충실히 살리는 대목에선, 꼭 축구에서 묵묵히 수비를 책임지는 스위퍼를 연상케 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앰프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에 왠지 안도감도 생기는 것이다. 1972년에 출범한 나드는 창업한 지 어언 30년을 넘어서는데,그 오랜 기간 동안 저가형 제품을 일관해서 내놓았고, 일부 제품은 오디오 전문지에서 큰 호평을 얻기도 했다. 오로지 음질 하나만으로 승부하겠다는 겸허한 자세는, 내용물과 관계 없는 부분에는 단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이어졌는지, 어쨌든 외관이나 디자인은 볼품없었던 게 사실이다. 필자가 S300을 골랐던 것도 이런 회사의 기본기에 멋들어진 디자인이 곁들어졌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S” 시리즈는 나드의 본령이 아니고, 실제로는 그보다 저가격대에 치중하고 있다. 본기는 영국 현지에서 200파운드에 팔리는,그야말로 입문기중의 입문기다. 이 정도 가격이면 우리나라의 보급형 CD플레이어의 가격과 맞먹을 정도인데,그럼에도 음질에 대한 평은 대단해서, 'What HiFi' 잡지의 2002년도 우수 제품에 뽑히기도 했다. 도무지 이 정도 가격으로 믿을 수 없는 음질을 재생하다니 놀라운 일이라며, 특히 밸런스가 잘 잡힌 점이 돋보이고, 베이스도 만족할 만하다는 것이 평의 골자인데 실제 모니터를 해봐도 과히 틀리지 않았다. 버 브라운의 델타시그마 DAC를 써서 24비트/96kHz를 재생하는 스펙은 CD플레이어로서의 기본 성능을 보장하고, 여기에 나드 특유의 합리적인 음 설계가 가미되어, 단순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외관 디자인과 함께 대단한 만족도를 선사하고 있다. 물론 자세히 들어보면, 록이나 재즈에서 펀치력이 부족한 감도있고, 저 역도 양감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주는 게 사실이다. 바이올린의 섬세한 울림이나 피아노 음의 긴 여운이 제대로 포착되지 못하기도 한다. 심벌즈의 화려한 울림도 왠지 건조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 정도의 음을 원하면 이 제품 가격의 10배를 줘도 힘든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가격 대비 성능으로 따지면 거의 톱클래스에 속한다고볼수 있다. 아무튼 SACD라든가 DVD 오디오, 심지어 DTS오디오까지 등장한 요즘, 정통적인 포맷의 CD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CD래크의 실정을 감안한다면, 이 제품의 선택은 과도기의 혼란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 이상의 뭔가가 있는 셈이다. (이종학) 성능의 평준화를 실감할 수 있어 별도로 소개된 나드 C 320BEE 인티앰프와 세트를 이루는 제품인데, 역시 저렴한 가격 이상의 무난한 성능을 보여주는 CD플레이어다. 판매가격도 영국 현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소비자를 안심시킨다. 제짝인 인티앰프와 같이 물려서 들었기 때문에 기기의 특성이 배가되었겠지만 이 제품의 음질은 상당히 중용적이고 대범하다. 베스트 바이 제품으로 평가되어 여러 잡지에서 상당한 평판을 얻고 있는데 저가품이라고 해도 저가품들이 지니고 있는 거친 느낌이나 나약한 중저역과 같은 증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안네 소피 무터의 '치고이너바이젠 도입부 부분이 말쑥하게 빠져 나와 다소 놀라운 인상도 주는데 소프라노의 고역도 흔들리거나 갈라지지 않고 상쾌하게 뻗어 나간다. 자연스러운 맛도 충분하며 윤기도 상당하다. 약간의 두께감이 느껴져 대편성에서는 약간의 부드러움이 강조되지만 CD플레이어에 있어서 성능의 평준화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게 만드는 제품이다. 필자가 10여 년 전 구입해서 최근까지 사용해왔던 한 유럽제의 명기와도 견줄 수 있는 실력기로 평가된다. 물론 그 기기가 몇 곱절 더 비싸지만. 기술의 변혁기인 만큼 CD플레이어에는 크게 투자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애호가라면 이 제품도 괜찮아 보인다. 생김새보다는 내용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고나 할까. 허술한 옷을 입고 있지만 자유롭게 사는 낭인의 여유가 엿보이는 제품이다. (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