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를 하나 내 보겠다. 6SN7GT4알, E34L 4알, KT88 4알을 투입해서 파워앰프를 만들었다면 어떤 회로 구성이겠는가? 우선 모두 4알씩이니 푸시풀이거나 조금 드물기는 하지만 파라싱글 형식도 가능할 것이고,초단에는 당연히 전압 중폭관인 6SN7 외에는 대안이 없고, 문제는 E34L과 KT88인데, 구동력이란 면에서 볼 때 출력관은 아무래도 KT88이 되어야 할 것인데, 그럼 E34L이 드라이브관? 하기야 일반적으로 출력관이라고 알려진 300B 진공관을 드라이브 관으로 쓰고 거기에 845 출력관을 결합한 앰프도 몇 기종 나왔으니 •, 미안하지만 오디오 에어로의 캐피톨 파워앰프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전혀 다른 회로를 구성하고 있다. ' 두 달 간격으로 여러 기종의 신제품들을 만나보지만 이렇게 생소한 구성을 가진 앰프는 정말 처음이다. 수입상에서 보낸 이 메이커의 소개서와 캐피톨 앰프의 팜플렛에는 여기에 적용된 TRAC라는 자사 특허의 회로방식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그것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E34L과 KT88이 모두 출력관이고, E34L은 3극관 형식으로, 그리고 KT88은 5극관 형식으로 각각 접속했다는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 앰프는 출력관이 모두 8개인 초대형 파워앰프 인 셈이다. 하지만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해석이 나을 수도 있다. 전통적인 회로방식으로 이해하자면 E34L이 출력관이라고 보는 게 더 옳을 것이다. 거기에 연결된 KT88은 출력관의 전류소스를 공급해주는, 말하자면 릴레이 중폭 개념이다. 이 회로는 1953년 미국에서 발표된3극관-5극관 결합 중폭방식을 정교하게 개량한 것이다. 같은 프랑스 태생이라서 그런지 자디스의 파워앰프를 자꾸 연상시킨다. 우리에게 소개된 자디스의 파워앰프들은 주로 모노블록 이었지만 데피 시리즈의 스레레오 파워앰프들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모노블록에 못지 않게 잘 알려진 모델들이다. 큰 전원트랜스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버티고 있는 출력 트랜스며, 가지런히 도열된 진공관들 사이에 버티고 있는 6개의 펠식제 330ųF짜리 콘덴서의 레이아웃이 데피 시리즈의 앰프 디자인과 무척 비슷하다. 다인오디오의 25주년 기념 모델과 매칭해서 시청했는데, 정리가 잘 된 깨끗한 음질을 들려주었다. 정갈한 음상이야 다인오디오 스퍼커가 가진 일반적인 성격이지만, 캐피톨 파워는 거기에다가 선도가 훨씬 높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듯한 음을 빚어낸다. 청감상 느껴지는 재생 주파수 대역이 무척 넓어서 가령 관현악곡에서 트라이앵글의 소리가 다른 시스템에서보다 훨씬 선명하고 실체감이 강하게 떠오르며, 저역 역시 강한 직진성으로 묘사된다. 이 앰프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프리앰프 없이 소스기에 직결해도음질의 세련미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한 때 애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던 프리앰프를 배제한 시스템 운용은, 전반적으로 메마르고 너무 모난 소리를 들려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부정적인 쪽으로 결론이 났던 방식인데, 이 캐피톨은 전혀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결코 만만한 가격대의 앰프는 아니지만 성능면에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다크호 스이다. (오만호) TRAC라는 설계방식 채용 싱싱하지만 지성적인 품격 자디스 파워앰프를 연상케 하는 당당한 트랜스들과 KT88 4개, E34L 4개를 동원한 특이한 모습은 음을 들어보기 전에도 시선을 집중시킨다. 필자로서는 생소한 TRAC (Tube Relay Amplification Concept)라는 설계방식이 특징인데, A급 푸시풀로 채널당 50W를 자랑한다. 최고급의 내부 부품에 비하면 조금은 평범한 수준의 진공관이 채용되었다. 하지만 특별히 선택하여 페어 매칭시킨 제작진의 특별한 정성이 배어 있는 제품이다. 진공관 앰프에서는 쉽게 볼수 없는 3점 지지의 고급스파이크도 그렇고 풀밸런스 설계 탓으로 밸런스와 언밸런스외 선택 스위치는, 잘못 선택하면 아예 음이 나오지 않는다. 자디스의 트랜스와는 비슷하고 같은 프랑스 국적이지만 재생되는 음의 성격은 차이를 갖고 있다. 결코 묵직함과 학자풍의 점잖은 음이라기 보다는, 젊고 싱싱하지만 지성적인 품격을 가진 음으로 현대적인 발랄함도 가지고 있다. 함께 시청하게 된 다인오디오의 신제품 컨피던스 C2와의 조합에서는 이러한 성격의 음이 컨피던스 C2와 함께 한결 기운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음장의 넓이와 길이감에서 특별하지는 않지만 부족함은 전혀 없으며, 산뜻하지만 진공관 음다운 열정적인 음감은 음악 속으로 쏙 빠져 들기에 아쉬움이 없다. 현들의 샤프함은 시원스럽고 명징하며, 둔탁하지 않은 피아노의 음은 뒷처리의 잔향도 부족하지 않다. 대편성의 튜티에서도 당당할 뿐 만 아니라 피아노에 어우러지는 여성 보컬은 산뜻하며 여유로워서 눈을 지그시 감게 한다. 경제적인 여유만 허락된다면 한번쯤 눈여겨볼 만한 앰프라 생각한다. (나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