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하이파이적 울림새를 지녀 AV 서라운드와 2채널 하이파이는 울려주는 소리의 경향이 확실히 다르다. 한쪽은 영화 감상용이고 다른 쪽은 순수 음악 감상용으로, 그 용도를 확실히 구분해서 활용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실제로 서라운드 시스템을 운용하는 애호가들의 경우를 보면 사정이 그리 간단치 만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필자가 자주 뵙는 평론가 한 분은 최근 들어 AV시스템을 갖추셨는데, 그 시스템으로 오직 오페라만 감상하신다. 물론 오페라 극장에 직접 가서 듣는 듯한 현장감이야 2채널 하이파이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가수나 악기음의 음질을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DVD가 들려 주는 음질이란 아직 CD에 비해 여러 면에서 역부족이다. 음성 압축방식을 채택한 소프트의 포맷이 가지는 숙명이기도 하지만, DVD플레이어를 뒷받쳐 줄 주변기기에 대한 투자가 사실 하이파이 기기 쪽의 수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본기의 경우, 사실 다른 AV앰프와 비교해 본다면 상당한 고가의 제품이다. 잘 알려진 일본의 AV기기 전문 메이커의 플래그십 AV센터의 가격을 상회하면서도 파워앰프부가 생략된 프로세서이니 말이다. 하지만 위에서 간단히 언급한 그런 사정때문에 이런 프로세서야말로 시장에서 충분한 존재 이유를 갖는다. 더구나 앞으로의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SACD든 DVD 오디오든 차세대 디지털 포맷이 좀더 적극적으로 우리 안방을 파고든다면 하이파이적인 자질을 충분히 갖춘 이런 프로세서는 아마 AV시스템 구성의 필수 장비 중의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본 제품에서 돋보이는 점은 무엇보다 음질 최우선의 설계라 할 수 있다. AKM 세미컨덕터사의 프로 사양의 칩들을 사용해 AD 및 DA 컨버터단을 꾸미고 있고, 아날로그 입출력 버퍼단은 모두 저잡음형 FET을 동원해 완전 디스크리트로 구성하는 등, 일반 AV센터와는 차원이 다른 설계이다. 따라서 서라운드 프로세서로서는 물론 2채널 하이엔드급 프리앰프로까지도 겸용할 수 있을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균형상으로는 다소 수긍하기 어려운 조합이겠지만 센터와 리어에 NHT의 스피커들을 물리고 프런트에는 하이엔드 중의 하이엔드 스피커라 할 웨그너3의 신형 모델 루나르3을 걸었다. 2년 전에 새로 녹화된 앤드류 로이드 췌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를 울렸는데, 과연 다른 서라운드 시스템과는 음의 밀도감이나 부드러움에서 차원이 다른 울림새를 들려준다. 프런트 채널이 내주는 악기음들이 매우 섬세하게 풀려나오는데, 이 정도라면 DVD가 순수음악 감상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리라는 고정관념을 삽시간에 불식시켜준다. (오만호) 폭발음이 피부를 압박해오다 꿈의 AV프로세서라 할 만 NAD의 S170과 짝을 이루는 멀티채널 파워앰프는 S250이다. 그렇지만 이번 시청에는 브라이스턴의 9B THT 5채널 파워앰프를 물렸고, DVD플레이어에는 메리디언의 596, 그리고 스피커는 스완의 디바 시리즈를 연결하였다. 2배 정도 가격의 타메이커 AV프로세서와 바꾸어 가며 비교시청해본 결과, 개성의 차이는 느껴졌으나 우열을 논할 만한 차이는 없었다. 영화 '진주만' 의 공습 장면, 머라이어 캐리의 실황 공연,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의 최후 장면 등을 집중적으로 들어보았다. 우선 자연스러운 공간음과 단단한 저음이 단연 돋보였다. 특히 폭탄 터지는 소리들은 거의 피부를 압박하는 느낌이었다. 기능의 유연성이 뛰어나고 유저 인터페이스가 친숙하게 설계된 이 제품은, 정교하면서도 복잡한 홈시어터 환경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꿈의 시스템에 적합할 AV 프로세서라 할 만하다. 훗날 기회가 된다면 DVD오디오와 SACD를 멀티채널로 해서 S170을 프리앰프로 사용해서 음악소스만 시청해 보고 싶다. (엄윤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