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대의 모노 블록 구성 해상력과 분해능력은 탁월한 편 오디오는 나눌수록 비싸진다. 인티앰프보다 분리형이 일반적으로 고가이고, 스테레오 앰프를 모노 블록으로 나눠 놓으면 가격은 또 그만큼 올라가게 마련이다. 또 모노 블록으로 설계된 파워앰프들은 대부분 거대한 체구에 육중한 몸무게를 자랑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도니제티는 이런 모든 상식들을 보기 좋게 비웃고 있다. 오디오 아날로그의 앰프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적은 없다. 그러나 간간이 만날 때마다 제품들이 항상 좋은 인상을 남겨준 몇 안 되는 메이커 중 하나였다. 그것은 한결같이 그리 부담을 주지 않는 저렴한 가격과 가격에 비해서 대단히 충실하게 설계된 내용 때문이었다. 모노 블록 두 대를 합쳐도 중저가대 스테레오 파워앰프 정도의 가격인데, 아마도 외부 치장을 소박하고 간소하게 마무리해서 비용을 낮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내부 회로 설계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전단 디스크리트 구성으로, 입력단에는 FET를 사용했고, 출력단은 모토롤라의 캔 타입 트랜지스터로 꾸몄다. 350VA 용량의 대형 토로이덜 트랜스와 6개의 대용량 필터 콘덴서로 꾸며진 전원부 역시 충분함을 넘어선 정도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같은 메이커의 프리앰프에 연결하여 주로 모니터 오디오의 골드 레퍼런스 20 스피커를 울려보았다. 모니터적인 음질 특성을 여실히 들려주었는데, 해상력과 분해능력이 제품 가격을 의심케 할 정도로 뛰어났다. 첼로의 음색은 다른 시스템에서보다 약간 낮고 무겁게 깔리는 듯한 인상이 강했는데, 둔하다고 시비를 걸 정도는 아니었다. 느릿한 패시지에서는 오히려 장중하고 우수어린 악상의 느낌을 더욱 진하게 강조해 주어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피아노의 음질은 타건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읽어서 전해주는 상당히 성실한 재생음이란 느낌을 받았다. 배음도 적당히 실려 지저분하지 않고 상쾌한 끝 맛을 느끼게 해준다. 현과 보컬에서는 때에 따라서는 좀 애교도 부려보고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기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잘 제어된 울림새였다. 두 대를 나란히 앉혀봐야 다른 파워앰프의 체구에도 미치지 못하는 날씬한 크기여서 상당히 쓰임새가 많을 듯한 파워앰프이다. AV용으로서는 유보없이 하이엔드급 시스템을 꾸며낼 자질을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와 한동안 정석으로 통했던 5.1채널 포맷이 점점 채널 수를 늘려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만일 도니제티를 서라운드 시스템의 파워앰프로 사용한다면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운용하는 채널의 수만큼 파워앰프를 늘려주면 되니 말이다. 거기다 고역 재생 주파수가 90kHz까지 커버하니 SACD나 DVD오디오의 멀티채널 시스템용 파워앰프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오만호) '도니제티'란 모델명 그대로 성악곡에서 강점을 보여준다. 회사명까지 '오디오 아날로그란 평범한 이름을 붙이다니 ,그만큼 뜻한 사운드를 목표로 삼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이탈리아 제인데다가 오페라작곡가인 '도니제티'란 모델명으로 미루어 볼때, 당연히 성악에 강점을 보일 듯 싶어 우선 이네사 갈란테에 이어 새러 본의 노래를 들어보았다. 갈란테의 가창력과 새러 본의 감흥이 훌륭하게 살아난다. 한마디로 자연스러운 음색이다. 이번에는 현악으로 가서 첼로를 들어보니 그것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편안하지만 음장감이나 드라이브감은 조금 약한 듯 싶다. 필자가 좋아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템페스트' 제3악장을 리흐테르의 연주로 들어보았다. 좀 아쉬운 구석도 있었지만 전적으로 앰프만을 탓할 일은 아닌 듯했다. 이는 40년도 더 지난 녹음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성악과 현악의 표현력이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높지 않은 가격대를 생각하면 그리 큰 불만은 없는 앰프이다. (정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