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공간에는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스피커에 대해 미련을 버렸다면, 북쉘프 스피커가 안겨주는 장점은 꽤 많다. 관심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Castle의 다양한 북쉘프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가구적인 디자인에 적당한 사운드 퍼포먼스로서 대중적인 스피커에 다가 갈수 있는 좋은 선택이다. Castle 이라는 이름은 11세기에 건축되었고 영국의 북 요크셔에 위치한Skipton Castle로 부터 파생된 회사명으로 실제 회사의 헤드쿼터도 이 고색창연한 도시에 자리잡고 1973년에 처음으로 제품을 내놓았다. 오늘날은 인건비와 제작단가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 및 저임금국가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등, 더 이상 Made in...'보다는 Designed in...'으로 소유만족도를 자위해야 하는 글로벌 시대이다. 모두들 중국과 아시아동유럽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마당에, Castle 은 여전히 설계, 유니트생산, 조립의 전 공정을 한 지붕 밑에서 소화해내는 Made in England를 추구하는 다소 '시대착오(?)' 적인 회사이기도 하다. Castle 라인업 중 가장 작은 스피커 Richmond3는 발표된 지 약 10년이 지난 뒤에서야 새롭게 재설계되어 'i'를 추가했다. 고순도의 음을 내는데 방해가 되는 착색 및 진동을 감소하는 격벽 설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외형 또한 보기 에도 아름다운 MDF를 재료로하여 수작업으로 제작되었다. 작은 크기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당당하고 유려한 음을 쏟아내는 북쉘프로서 Richmond 3i는 9가지의 원목베니어 색상이 준비되어 집안 인테리어 및 가구와의 매칭이 용이한 것 또한 자랑이다. 유려한 곡선의 그릴 뒤에는 130mm의 직경을 자랑하는 베이스드라이버와 19mm의 트위터, 그리고 한쪽 코너에는 깊고 넓고 자연스러운 저음을 위한 포트가 설계되어 이 크기에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저역을 이끌어 낼 준비가 되어 있다. 카본파이버 콘을 '알루미늄 주조구조물' 에 삽입한 형태의 베이스 드라이버는 콘의 완벽한 제어와 다이내믹한 전후 운동을 위하여 보다 큰 마그넷을 사용하였다. '알루미늄주조구조물’ 의 장점은 기존의 플라스틱성형의 구조물보다 내구성에서 앞서며, 깔끔하고 개방적인 소리를 내준다. 트위터는 폴리아미드(나일론) 돔을 사용하여 음의 감도와 정합성 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네트워크 또한 기존 Richmond3보다 개량된 것을 사용하였다. 터미널은 바이와이어링 또는 바이앰핑을 지원하는 바인딩 포스트로서 이 가격대에서는 '이보다 더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북쉘프형 스피커가 그렇듯이 표시된 가격 외에도 튼튼한 스탠드가 필수적 임은 명심하길. 브리티시 스피커의 공통적인 특징(중후하면서 약간은 어두운)을 입맛대로 가감하기 위해서 리스너 쪽으로의 각도를 틀어주는 세팅은 음의 투명도와 정확한 포커싱을 잡기 위한 옵션사항이지만, 스피커의 잠재력을 위해서는 필요조건이다. 이 가격대의 북쉘프스피커 시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를 탈환하기 위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연상케 하는 대격전장이다. 미니 컴포넌트를 사용하던 애호가가 본격적인 하이파이 및 A/V로 건너갈 때 거쳐야 할 통과 의례인 셈이다. 과연 피 튀기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Castle의 차별화된 무기는 무엇이며, 과연 그 무기는 리그에서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대답은 일단 성공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연스러움과, 솔직함을 그 해답으로 선택한 느낌 이다. 고역보다는 중저음에서 강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거칠지 않게 음악에 더욱 더 몰입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2웨이 스피커로써 대역간 밸런스가 자연스러우며 부드럽고 풍부한 사운드로 고음역에서의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지 않는 점이 장점이다. 그렇다고 답답한 소리는 아니며, 아름답게 마무리 지어지는 고역이다. 아마도 이런 소리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은 미국적인 현대 하이엔드스피커 에서 나는 소리가 때로는 날이 서고공격적이며 피곤하게 생각될 것이다. 저음은 탄력이 넘쳐서 하드코어에서의 드럼 더블 베이스의 속도도 무리 없이 따라가며 베이스 기타의 쵸퍼주법도 가감 없이 연주해낸다. 중역대에서는 너무 앞서지도 물러나지도 않는 중용을 지킨다. 대전류, 대출력 앰프를 매칭시키지 않아도 납득할 만한 음을 내주며 가격적으로도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음표가 아니라 음악을 듣는 애호가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스피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