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저가격대 오디오 브랜드로 우리나라에서도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익스포저의 제품을 접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격 대비 성능에 비중을 두고 설계한 전형적인 앰프답게 샤시의 디자인은 심플한 편이었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들어 호기심을 갖고 있던 터라 요목조목 신경을 써가며 앰프의 내용부터 점검해 보았다. 가격을 고려한다면 설계는 상당히 충실한 편이었다. 전원부에는 300w급의 대용량 토로이덜 트랜스의 채용은 물론, 2,200uF/63v의 전원 평활용 전해 콘덴서들도 특주품이 사용된 점에 신뢰감이 갔다. 프리단의 경우 아날로그 디바이스사의 OP275 듀얼타입의 OP앰프를 채용했고, 볼륨에는 알프스제 블루 벨벳이 투입되었는데, 기계식 전동 모터를 장착해서 리모컨을 도입하고 있다. 실렉터 역시 알프스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수동 접점식 로터리 방식이지만 전동 모터가 달려 있어서 역시 리모컨으로 작동된다. 또한 파워앰프부의 설계를 살펴보면, 입력단에는 모토롤라사의 PHP 타입인 2N5401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채용했고, 회로는 출력단까지 디스크리트로 구성되어 있다. 최종 출력단의 파워트랜지스터에는 산켄사의 오디오용 SAP 시리즈 중 SAP15P와 SA15N이 투입되는 등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쓴 점이 돋보였다. 시청에는 먼저 클래식부터 걸어보았다. 전반적으로 세밀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부드러운 성향의 사운드로, 진공관 앰프를 듣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이다. 다만 전체적인 밸런스가 중저역대에 치우친 점과 쭉 뻗는 바이올린의 특유의 질감이 감칠맛나게 살아나지 않는 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재즈를 걸자, 이 앰프의 실력이 유감 없이 발휘되었다. 전체적인 음의 밸런스도 훌륭한 편이었고, 다이내믹하면서도 충실한 음악적 쾌감에 사로잡힐 수 있어서 오랜 시간의 시청에서도 전혀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넓게 퍼지는 스테이지감과 재즈특유의 그루브한 느낌이 다소 부족한 점이 아쉬웠지만, 각 악기의 디테일한 묘사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록에서는 다소 점잖은 음색이라 불만이 남기도 했지만 보컬에서의 감칠맛나는 분위기는 높이 평가할만했다. 무엇보다도 진공관에 가까운 온화한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필자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따라서 젊고 힘있는 사운드보다는 소편성 위주로 음악을 듣는 데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허승준) 입문자용이나 보급형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심히 결례가 될 듯한 앰프다. 출력면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제외하곤 또래에 비해 너무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돌출 표현을 억제하여 어떤 스피커든 그 고유 특성을 존중한다. 다시 말해 본기는 매칭되는 스피커에 따라 음색이 변하는데, 어떤 스피커에 연결했을 때는 포근하고 릴이 있는 음을 들려주다가, 어떤 스피커 에서는 예리하고 명쾌한 음을,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모차르트 그랜드 스피커에서는 광대 역의 기품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본기는 출력 임피던스를 50옴으로 낮춤으로써 음질과 구동 능력을 높인 전작 2010의 업버전 모델이다. 사실 채널당 출력이75W로 비교적 낮은 편이라 중형인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모차르트 그랜드 스피커를 제대로 구동하기는 다소 무리였지만, 그 아래급의 스피커에서는 볼륨을 높인다고 저역 방향의 포커스가 풀리거나 중고역대가 소란스러워지는 일은 없었다. 클래식을 울려본 결과, 피아노터치의 싱글 톤 등은 광채를 띠면서도 화음 진행은 엄격하게 표현되었고, 잔향감도 상당히 아름다운 편이었다. 현악곡에서도 바이올린에 윤기와 탄력이 붙어 우아한 느낌이 잘 부각되었고, 첼로 역시 끈적임이 잘 살아나 새김이 깊은 음을 들려주었다. 이네사 갈란테가 부른 프랑크의 ’천사의 빵’ 에서는 청아한 그녀의 목소리에서 뉘앙스 풍부한 소노리티가 잘 전달되었다. 무소르그스키의 '전시회의 그림' 에서도 적절한 역동감으로 관현악기의 다채로운 색조에 악곡의 정감을 흠백 적셔낸다. 또한 록 음악을 걸어본 결과,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정교하고 기품 있는 음이야말로 진정 클래식용으로 설계된 앰프란 느낌을 받았다. (박용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