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의 제품들은 플래티넘을 비롯해서, 스트레이터스, 이미지, 알파 등 여러 시리즈로 구분되지만, 디자인에서 멋을 부린 모델은 거의 없다. 사용된 유닛이나 부품들도 비슷하고 음질 경향 또한 닳은 꼴이다. 이는 대부분의 시리즈가 음악과 홈 시어터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오디오 시장에서 베스트바이 제품을 거론할 때 빠져서는 안 될 이름이 바로 이 PSB이다. 가격 대비 성능이 무척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이미지 시리즈는 두 번의 큰 변화를 거쳤는데, 그 결과 물리적 특성도 많이 개선되었다. 유닛 구성을 살펴보면 고음역에는 강도가 높고 유연성이 우수한 2.5cm구경의 알루미늄 돔 트위터를, 중저역에는 기계적 강도와 내열성이 높은 13.3cm 구경의 금속화 폴리프로필렌 콘형 유닛을 미드레인지와 우퍼에 각각 1개씩 채용한 3웨이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미드레인지와 우퍼에는 음의 분사를 돕기 위한 전용 포트가 각각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강렬한 음압에서도 일그러짐이 없는 깨끗한 음을 얻기 위해 배플 안쪽에 단단한 망판을 덧대어 그것과 함께 유닛을 장착한 점이다. 또한 공진을 줄이기 위해 인클로저의 내벽에 여러 줄의 골을 만들었으며, 음상의 순도를 보호하기 위해 유닛과 유닛 사이에는 칸막이를 설치했다. 그밖에 바이와이어링이나 바이앰핑을 위한 스피커 단자도 마련되어 있고, 시청 환경에 따라 설치할 수 있도록 스파이크 2종류가 구비되어 있다. 시청을 위해 사이러스 8VS 인티앰프와 오디오 아날로그 마에스트로 192/24 CD플레이어를 연결하고 우선 코간의 연주로 파가니니의 '칸타빌레' 를 들어보았다. 보잉의 쓰라림마저 윤기 있고 감미롭게 표현된다. 폴리니가 들려주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27번 제2악장에서는 선율의 따뜻한 정취를 양질의 빛깔로 풀어낸다. 취향에 따라서는 더 높은 투명도를 바라는 애호가도 있을 수 있겠지만‥‥'그대 있음에 를 부르는 홍혜경은 간절함이 배어나는 맑고 유연한 육성의 리얼함을 들려주고, 대편성곡에서는 장대한 음장 대신 음표 전체의 표정을 잘 읽어낸 치밀한 음을 펼쳐낸다. 섬세하면서도 맛이 짙은 윤택한 음에서 동사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박용태) 필자는 음식점을 갈 때 세련되게 치장된 식당을 찾기보다는 수더분하고 마음씨 좋아 보이는 식당 아주머니의 모습에 이끌려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음식 맛을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청한 본기가 바로 이런 필자의 성향에 꼭 맞는 제품이었다. 한마디로 넉넉한 인정을 베푸는 마음씨 좋은 아줌마 같은 음이라고나 할까. 여성 보컬 웅산의 '아이 원투투 비 해피'를 들어보면 보컬의 음영 짙은 여유로움과 적당한 뻗침이 기분 좋게 표현된다. 간간히 포르테시모의 둔중함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것마저도 이 앨범의 특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또한 보컬을 감싸듯 공간을 스치는 악기의 조화로운 드로잉도 기분 좋게 다가온다. 막심 벤게로프가 연주한 비에냐프스키의 '창작 주제에 의한변주곡' 에서는 현의 밀도감에 치중하기보다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조화로움이 잘살아난다. 음을 세부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악기의 조화로운 표현에 중점을 둔 음으로, 풍경화의 이미지처럼 넉넉한 공간감도 함께 연출해낸다. 클래식을 듣기에 적당하면서도 가격대까지 부담 없는 스피커를 원하는 애호가가 있다면 주저 없이 본기를 권하고 싶다. 물론, 재즈의 열기까지 원한다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 정도의 가격대에서 팔방미인격인 스피커를 찾는다는 것은 과욕이 아닐까. 특히 필자처럼 알텍을 즐기는 애호가들이 현을 듣기 위한 서브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한번쯤은 고려해볼 만한 제품이다. 간결하고 세부적인 음색을 원 하는 애호가들에게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겠지만 '뚝배기보다는 장맛’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잘 어울릴 제품이다. '곰삭은 된장에 신선한 청량고추,그리고 넉넉한 보리밥 한 공기' 이 정도면 음의 맛을 알맞게 표현한 것일까? (박이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