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오디오 열병에 시달려 보기는 처음이다. 아니 점차 시간이 가면서 더욱 증세가 악화되는 것 같다. 본업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로‥‥ 적절한 치료방법이 있으면 의학적인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얼마 전 일 때문에 미팅이 있어 잠시 오디오에 대한 상념을 지우고, 시나리오 콘셉트만 머리에 가득 채운 채 관계자를 만났다. 담배를 잠시 끊었을 때의 무슨 금단현상 같은 것이 정신을 흩뜨려 놓는다. 일단 최대한 긴장을 하고 영화사대표를 만나기 위해 방문을 여는 순간, 나는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렇게 오디오 생각을 접으려고 했건만, 내 눈앞에 보이는 하이엔드 기기들이 정말 방금 전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것 같아 허무하기까지 했다. 일단 영화사 대표와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영화 얘기가 아니라 오디오 얘기로 몇 시간이 흘렀다. 영화 얘기는 단30분 정도? 조금 수정하자며 막판에 새로산 SACD를 들어보라며 또 몇 시간‥‥ 그래도 하이엔드 소리는 정말 좋았다. 미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순간에, 정말 하루 벌어먹고 살기 힘든 세상을 살며, 이놈의 오디오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내 인생을 너무 좌지우지 하는 것 같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는 순간, 편집부에서 에세이를 쓰라며 스피커 한 세트를 가져다 놓은게 아닌가. 잠시 1분간 스피커를 쳐다보았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어떤 목적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봤는지, 그런 중대한 사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스피커 선을 연결했다. 조금 전 들었던 하이엔드 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별 큰 감흥은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친한 후배 녀석 이 전화로, 이번에 케이블을 정리한다며 한번 가져다 들어볼 생각이 없느냐고 의사를 타진해왔다. 꽤 이름난 제품이고 모처럼 찾아온 기회여서 단숨에 차를 몰고 안양까지 달려가 커다란 구렁이 2마리를 싣고 돌아왔다. 오자마자 밥도 안 먹고 일단 연결해 놓고 음악을 듣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말 찰라의 시간이었다. ‘다른 일에 이렇게 민첩하게 행동했다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편안한 음은 앞서 설명한 히스테릭한 상황과 생각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점차 시간이 갈수록 PSB에서 나오는 음은 잘 정돈되고 안정된 밸런스로 흥미를 유발시킨다. 내친김에 새로 산 SACD를 들어보았다. 조금 전보다 훨씬 고급스런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적당한 저역과 피곤하지 않은 고역, 힘 있는 중역대는 듣는이를 정말 즐겁게 해준다. 이번에는 이보다 더 고급인 케이블을 연결해 놓고 초조하게 들어본다. 당연한 결과지만 화려한 음색에 흠백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었다 이 스피커는 장르에 구애 받지 않지만 가끔 CD의 녹음 정도에 따라 저역의 부밍 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기분 나쁜 느낌은 아니다. 세팅이 엉망이라 다시 뒷벽을 좀 띄우고 좌우를 벌려가며 다시 세팅을 했다. 결과는 훨씬 좋았다. 바꾼 케이블 탓인지 음의 밀도감이 살아나면서 음이 더욱 풍부해졌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정말 오랜만에 만끽하는 음악의 즐거움이었다 사실 스피커 값보다 케이블 가격이 더 높은데, 소비자 입장에서 현명한 선택은 당연히 PSB 스피커일 것이다. 케이블 쪽은 가격대를 얼마든지 낮출 수 있으니 말이다. 여러 케이블 회사들이 경쟁을 하지만 결코 명품을 쓴다고 해서 기본 외모가 더 나아지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필자가 들어본 PSB스피커는 가격 대비 품질의 모든 면에서 뛰어났으며, 거기에다가 훈훈한 인정을 담은 소리까지 전해준다. 뭘 더 바라겠는가. 요즘처럼 초고가의 제품들이 계속 발표되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다양한 맛을 즐길 줄 알고 편협하지 않은 유저들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본다. ●구성 : 2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 베이스리플렉스형 ●사용유닛 : 우퍼 16.5cm 콘형 x 2, 트위터2.5cm 돔형 ●크로스오버 주파수 : 500Hz, 2.5kHz ●주파수 특성 : 32Hz-23kHz(±3dB) ●임피던스 : 6옴 ●감도 : 93dB/W/m ●크기 : W2l .6 x H91.4 x D37.9cm ●무게 : 19.1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