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아날로그는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이름을 딴 일련의 인티앰프들로 국내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회사다. 푸치니, 도니제티, 벨리니 파가니니 같은 메이저급의 작곡가들뿐만 아니라 케루비니 같은 마이너 작곡가에 오페라 가수 프랑코 코렐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짐작되는 코렐리 파워앰프까지 이들의 작명센스는 이탈리아 회사가 아니면 불가능한 경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푸치니는 국산 업체들의 제품들에나 적용될 법한 가격대 성능비라는 경쟁요소가 적용되던 흔치 않은 제품이기도 했다. TR앰프다운 기민한 순간 반응과 해상력, 그리고 날카롭기 보다는 넉넉한 음색 등 오디오를 잊고 '음악만' 듣고 싶어하는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을 조건은 모두 갖춘 이 제품은 좀더 오디오적으로 재튜닝한 SE, 리모트 콘트를이 가능해진 푸치니 리모트까지 나온 동사의 최고 히트상품이었다. 오디오 아날로그의 인티그레이티드앰프 제품군의 플래그십인 마에스트로 역시 52Kg에 달하는 듬직한 무게에 걸맞는 무게 있는 음향을 들려줘서 푸치니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던 유저들이 업그레이드할 때 즐겨 선택되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 리뷰하게 된 오디오 아날로그의 프리모 시리즈는 동사의 제품군 중에서는 입문형에 속한다. 라틴어로 '첫 번째'를 뜻하는 프리모(Primo)를 제품명으로 택한 데에서 다시 한 번 오디오 아날로그의 작명 감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첫 번째란 최상급이 아닌 첫 번째로 쓰게 되는 기기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며, 이 기기가 노리고 있는 입문자 시장에 이 회사가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대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CD 플레이어와 앰프 모두 폭이 좁고 앞뒤로 긴 형태인데, 길다고 해봤자 웬만한 앰프들의 앞뒤 길이에 겨우 견줄 수 있는 정도이고 폭은 두 제품을 합쳐도 일반적인 제품들의 그것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컴팩트 디자인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이러스의 제품들을 제외하면 진지한 하이파이 유저들을 상대로 한 제품들 중에서는 가장 작은 제품일 텐데, 열도 그리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CD플레이어 위에 앰프를 포개 놓아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여기에 적당한 북셀프만 붙여준다면 컴퓨터 책상을 떠나지 않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최상의 책상 위 하이파이 시스템이 탄생하게 된다. 실용적인 오디오파일 중에 이런 용도로 쓰기 위해서 지금은 단종된 국산회사의 비슷한 컨셉의 제품들이 상당한 인기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디오 아날로그의 이 조합은 책상 위 하이파이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오디오파일들에게 가격을 생각 않는다면 적극 권장할 만한 매력적인 제품이다. 먼저 7.5Kg밖에 되지 않는 앰프만을 코플랜드의 CDA823과 연결하여 들어 보았는데, 예상 밖으로 뛰어난 스피커 구동력에 '깜짝'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것 봐라 소리가 절로 나을 정도로 가볍게 놀랐다. 당연히 우퍼를 쥐고 흔드는 정도까지는 가지 못하지만 카 오디오용 콘솔을 연상케 하는 크기와 외모에서는 짐작하기 힘든 수준의 스피커 장악력을 자랑한다. 전면 패널에는 달랑 세 개의 조작스위치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덩치는 당연히 볼륨에게 돌아갔고, 볼륨의 십분의일도 안 되는 크기의 파워 스위치, 그 위의 제일 작은 셀렉트 스위치가 그것들이다. 어차피 이런 시스템의 운용자라면 소스를 고정시켜놓고 들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지극히 경제적인 배분.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좌우로 한 번씩 당길 때마다 음량이 오르내리는 볼륨의 조작감도 독특하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열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 상판에 열을 방출하기 위한 구멍이나 있기는 하지만 그럴 필요성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발열로부터 자유롭다. 이 정도라면 CD 플레이어 위에 앰프를 포개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떠오를 만큼. 앰프에서 가장 작은 조작 스위치인 셀렉터 크기의 스위치가 트레이 밑에 놓인 디스플레이 창 옆으로 배열된 게 전부. 왼쪽의 것은 한 번 누를 때마다 스탠바이/스톱/트레이 오픈을, 오른쪽의 것은 플레이와 일시정지를 맡고 있는 토글스위치. 나머지 조작은 리모컨으로 해결하라는 이야기인데 이 조합을 책상 위, 다시 말해 곁에 놓고 쓸 사람들 이라면 오히려 불편 할 수도 있을 듯.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황색 배경에 희미한 글씨체로 표시되는 디스플레이 창. 조금만 떨어져도 식별할 수가 없다 디스플레이 색깔의 진하기를 단계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CD 플레이어들이 나타내는 가장 낮은 단계를 방불케 하는 데다 LCD 모니터처럼 시야각도 좁다. 트레이는 만듦새와 개폐시의 소리 모두 컴퓨터 시디롬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데 이번 달에 리뷰한 훨씬 높은 가격대의 코플랜드 CBAB23도 마찬가지였으니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코플랜드와 마찬가지로 CD를 인식할 때 일반적인 CD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굉음이라고 할 만한 큰소리가 들리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는 무척 조용하다. 이 조합 역시 케이블 무용론자들을 비웃듯 번들 인터커넥터로 연결했을 때와 필자가 급히 빌려온 리버맨의 바이칼 인터커넥터로 연결했을 때의 차이가 상당히 컸다. 여기에 필자의 메인 알파 스피커를 물려 본격적으로 시청에 임했다. 볼륨을 한껏 울려 음향의 태풍 속에 쉽쓸리고 싶은 사람은 이 조합을 선택할 리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포기하시길. 볼륨이 12시가 넘어가면서부터 아슬아슬해지더니 이내 클리핑 현상이 일어난다. 10시 안팎이 적정 볼륨으로 여겨지는데 사실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그 이상으로 볼륨을 올릴 일은 없을 것이다. 거슬리는 것은 히스 노이즈가 제법 크다는것이다. 페라이어의 쇼팽 리사이틀(Sony SK 64 399)을 시청하자 다른 조합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히스 노이즈가 배경에 깔린다. 분명히 이 음원에는 존재하지 않는 지나친 잡음이다. 피아노의 광택이나 음상의 윤곽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마치 아날로그 녹음을 듣는 듯한 히스 노이즈의 존재는 의아했다. 정숙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오디오파일이라면 참아내기 힘든 수준. 카이아 울브의 (러시아 로맨틱 송)(Harmonia Mundi HMU907386)은 이 조합이 타겟으로 삼는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들을 장르에 속하는데, 오디오 아날로그의 프리모 인티와 CD 플레이어는 기타리스트 헤이키 매틀릭의 솔로로 연주되는 다섯 번째트랙 'A Sad Mood’의 고즈넉한 느낌은 프리모처럼 자그맣고 귀여운 시스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문자 그대로의 진미다. 프리모로 대편성을 정복하고 말겠노라는 애호가는 없겠지만 이 조합은 스피커의 크기에 따라 대편성도 어느 정도 소화해 낸다. 아쉬케나지-아이슬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스트라빈스키 발레 모음곡집 (Exton OVCL-00184)의 다섯 번째 트랙인 (불새) 중 '마왕카스체이와 부하들의 흉악한 춤'은 화끈한 다이내믹 때문에 오디오를 테스트할 때 즐겨 듣는 곡인데 프리모는 규모만큼은 알파의 덩치를 잘 활용한다. 하지만 이 곡의 재생에 반드시 필요한 기민한 반응과 오케스트라 전체가 미쳐 날뛰는 투티에서 각 악기군을 구분해 주는 해상도 같은 상위 기기들에서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은 끝내 보여주지 못했다. 얼마 전 나와서 미국에서는 빅 히트를 기록한 카펜터스 히트곡집(SACD 버전)의(Singles 1969-1981)(A&M BOO0299S-36). 첫 번재 트랙인 'Yesterday OnceMore’ 는 듣는 이의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어지게 할 것이다. 카렌의 보컬은 녹아 내릴 듯 달콤하고 악기의 분리도는 저가 보급형 시스템에 비할 수준이 아니다. 저역이 좀 둔하고 흐릿한 것이 걸리긴 하지만 충분한 양감이 이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 만일 당신이 음원에 담긴 정보 하나하나 끄집어 내고 그것을 다시 악음으로 바꾸기를 원한다면 프리모는 당신을 실망 시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찾아온 이 앙증맞은 인티-CD플레이어 조합은 당신의 침실이나 책상 위에서는 그 어느 시스템 보다도 강력하고, 무엇보다 정겨운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Primo 인티앰프 • 가격 : 96만원 • 게인 : 12dB • 주파수 응답 : 23Hz-10SkHz(+0/-3dB) • S/N비 : 84dB • 소비 전력 : 200w • 크기(WHD) : 21 x 8.9× 40츠 • 무게 : 7.5kg Primo CD플레이어 • 가격 : 96만원 • 최대 출력 : 2.5V • 주파수 응답 : 20Hz-20kHz(+0/-3dB) • S/N비 : -94dB • 소비 전력 : 25W • 크기(WHD) : 21 x 8 x 36.3츠 • 무게 : 6.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