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인티 앰프 이탈리아 출신답게 개성적인 디자인 감각이 돋보이지만 그와 동시에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는 '마에스트로’라는 이름의 인티앰프의 내부부터 살펴보자. 위쪽패널을 열면 앰프의 내부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기기의 앞쪽에 자리 잡고 있는 2개의 거대한 토로이덜 트랜스이다. 무려 700w용량의 이 전원 트랜스들은 지름이 15crn, 높이가 8cm정도가 된다. 앰프의 무게가 엄청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엄청난 무게의 전원 트랜스들이 부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없는 몸체의 견고한 구조도 주목할만하다. 앰프의 좌우 양쪽에 있는 히트싱크의 바로 안쪽에는 좌우 채널의 파워앰프가 자리잡고 있다. 고출력 파워트랜지스터(250w)로 널리 알려진 모토롤라의 ‘MJ15024’와 ‘MJ15025’를 채널당 각각 4개씩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앰프가 8Ω 임피던스에서 150w, 4Ω 임피던스에서 300w, 2Ω 임피던스에서 무려 600w의 출력을 갖는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만큼 물량이 투입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바로 이 파워앰프를 구성하는 기판 아래쪽에는 전해 콘덴서들이 장착되어있다. 52kg이라는 엄청난 무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누를 길이 없어 앰프를 뒤집어 놓고 아래쪽 패널을 열어 보니, 무려15,000μF(내압 100V)짜리 전해콘덴서가 채널당 4개씩이나 사용되었다. 실로 대단한 물량 공세라고 할 수 있다. 프리앰프 기판은 앰프의 뒤쪽에 부착되어있으며, 기판의 중앙부에 있는 알프스사의 볼륨 컨트롤은 기다란 샤프트에 의해 기기의 전면손잡이에 연결되어 있다 말하자면, 볼륨 컨트롤 소자를 기기의 전면에 위치시킴으로써 불필요한 배선을 늘리는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요컨대, 마에스트로라는 이름의 인티앰프는 전체적으로 대단히 합리적이고 안정된 부품 및 회로기판 배치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이 기기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요즈음 앰프제작의 추세와 달리 포노단(MM/MC)이 내장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MM과 MC 사이의 선택은 회로 기판 위에 있는 핀의 접속을 바꿈으로써 가능하다. 턴테이블을 애호하는 사람들의 경우 별도의 포노 스테이지를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대단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프리앰프 회로에 '디렉트 커플링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음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품이 신호 경로에서 애초에 배제되었다는 점, 파워앰프 회로에 정교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함으로써 과부하를 방지하고, 이로 인해 스vl커와 앰프를 그 어떤 잡음으로부터 보호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 , 넉넉한 출력으로 인해 정전형 스피커든 리본형 스피커든 앰프와의 매칭이 까다로운 어떤 스피커와도 조화를 쉽게 이룰 수 있다는 점 등등도 이 기기의 주목할 만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다. 음질을 들어보다 이 멋진 이탈리아 출신 제품가운데 마에스트로 세트를 시청하는 데에는 던래비의 스피커SC4와 삼양전기의 '장인의 정신'과 '꿩 잡는 매’를 동원하였다. 스피커 케이블인 장인의 정신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꿩 잡는 매 는 이번에 새로 선보인 밸런스 타입의 케이블로 최근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섬세하면서도 투명한 동시에 더할 수 없이 풍요롭고 유장한 음을 살려낸다는 점에서 더할 수 없이 매력적인 케이블이었기에 이번 시청에 동원하였다. 아마도 마에스트로 세트에서 기대 이상의 멋진 음향을 시청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 케이블 덕인지도 모른다. 한편, 파가니니와 푸치니를 시청할 때는 밸런스 타입의 케이블을 사용할 수 없기에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반 덴 헐 케이블을 이용하여 두 기기를 연결하였다. 사실 동일 회사의 기기들을 한자리에서 시청할 때 유의해야 할 원칙이 있다면, 상급 모델의 제품보다는 하급 모델의 제품을 먼저 시청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하급 모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에스트로 세트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도 컸기 때문에 이 원칙을 무시한 채 우선 마에스트로 세트에 대한 시청을 시도하였다. 시청을 시작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필자는 마에스트로 세트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 무엇보다도 따뜻하면서도 강력한 힘과 역동감을 동반한 생기 있는 음색, 수은과 같은 액체의 흐름을 연상시킬 정도로 탄력이 있으면서 모나지 않은 음색, 동글동글하면서도 윤기가도는 음색, 그러면서도 끈적이는 느낌이 전혀 없는 음색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히 투명하거나 섬세하다는 차원의 느낌을 뛰어넘는 음색이었던 것이다. 하긴 투명하거나 섬세하지만 차갑다는 느낌을 준다든가 음악적이지 못한 느낌의 음색을 제공하는 오디오 기기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쇼팽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피아노 건반 터치의 강약이 생생하게 느껴짐을 알 수 있었다. 강할 때에는 강하게, 여릴 때에는 여리게 마에스트로 세트가 반응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섬세하고 맑지만 따뜻한 폴리니의 연주는 양쪽 스피커 사이에 가상의 선을 그어 놓았을 때 약간 앞쪽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음이 단순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피커 옆쪽과 앞쪽, 뒤쪽으로 음이 넓게 퍼지는 듯한 느낌까지 갖게 한다. 말하자면, 공간 감각이 뛰어났던 것이다. 폴리니의 피아노곡에 이어 여러 종류의 악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넓고도 깊은 사운드스테이지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으며, 각 악기의 음이 살아나면서 전체적인 조화 또한 깨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에스트로 세트 는 정말 마에스트로(거장)답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첼로와 비올라 다 감바로 연주하는 음악을 즐기면서, 꽉 짜인 저음이지만 동시에 양감 또한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는데, 짜임새와 양감을 모두 충실하게 전하는 오디오 기기는 아마도 흔치 않을 것이다. 저음뿐만 아니라 고음 부분에서도 마에스트로 세트는 발군의 능력을 보여준다. 오보에의 소리가, 마치 올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없다는 듯이 매끄럽고 따뜻하게 펼쳐졌던 것이다. 성악곡에 대한 마에스트로 세트의 소화 능력이 궁금하여 레베카 피존과 이반 레브로프의 노래를 시험해보았다 과연 기대한 대로 섬세하면서도 따뜻하고 풍성한 음의 색깔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기악곡에 귀를 기울일 때와 마찬가지로 더할 수 없이 뛰어난 현장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에스트로 세트를 통해 온 공간을 채울 정도로 풍성한 음악의 세계를 즐기는 동안 필자는 파워앰프의 볼륨 컨트롤을 9시 방향 조금 아래쪽으로 조절하여 놓았는데, 만일 이를 11시나 12시 방향쯤으로 맞추어 놓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그런 시도는 하지 않았다. 9시도 못 되는 방향에서 이미 괼자는 마에스트로 세트의 탁월한 능력에 압도되었기때문이다. 이탈리아 오디오의 매력 이탈리아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 보면, 이탈리아란 아마도 유럽에서 공업이가장 낙후된 곳이라든가, 술과 노래를 좋아하는 낙천적이지만 게으른 사람들의 천국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심지어 로마에 가면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식의 말들로 인해 좋지 않은 인상은 더욱 강화되기도 했었다. 초등학교 시절 이탈리아의 북부 지방은 공업이 발달한 곳이라고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란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이라는 인상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마피아의 유래지가 이탈리아라는 말이 그런 느낌을 강화하도록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탈리아에 대한필자의 선입견이 잘못된 것이었음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으니, '페라리' 라는 저 유명한 최고급 스포츠 카가 이탈리아 제품이라는 사실이라든가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패션과 의류 산업의 중심지가 바로 이탈리아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사실 필자의 선입견이 잘못된 것임을 새삼 깨닫도록 한 계기가 되었던 것은 파토스라는 회사의 오디오 기기들이었다 바로 이 멋진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의 파토스 제품들과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 필자는 이탈리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선진 공업국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파토스의 제품들이 우리에게 소개된 이후 실로 다양한 회사의 제품들이 이탈리아에서 우리나라로 수입되었고, 필자는 이를 통해 이탈리아가 오디오산업 부문에서도 어느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나라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엄밀하고 꼼꼼하게 만들어진 데다가 뛰어난 디자인감각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태생의 오디오 기기들을 보노라면, 이탈리아야말로 오디오 기기 제작 산업의 세계적 선두 주자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선뜻 인정하게 되었다. 필자에게 '오디오 아날로그’가 이탈리아의 회사라는 점, 이 회사가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의 오디오 기기를 생산한다는 점이 알려졌을 때 반신반의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탈리아국적의 오디오 기기 제작 회사라면 우선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어느 사이에 필자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디오 아날로그는 1995년 일단의 오디오 전문가들과 엔지니어들이 모여 만든 회사로, 이 회사의 구성원들은 여러 사람의 재능과 경험을 합할 때 크나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모였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한 개인의 천재성에 의존하는 경우 회사의 운영 및 제품 생산의 면에서 신뢰도나 안정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법 이다. 또한 예술 작품이나 문학 작품의 창작과는 달리, 회로 설계, 디자인, 음향 튜닝 등등의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 하는 오디오기기 제작에는 협업이 보다 효과적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회사의 또 하나 특징은 제품마다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들의 이름을 갖고 있다는 점 일 것이다. 물론 ‘마에스트로’ 라는 예외가 있긴 하다. 그러나 이탈리아어로 ‘대가’ 또는 '거장’의 뜻을 갖는 ‘마에스트로'라는 모델명을 빼면, 푸치니, 파가니니 ,케루비니, 벨리니, 도니제티, 코렐리 등등,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의 이름이 바로 이 회사 제품들의 모델명이다. 그렇게 한 이유는 오디오 아날로그는 회사의구성원들이 무엇보다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란다. 또 이탈리아 음악의 전통을 확립한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렇게 했다고도 한다. 오디오 아날로그의 제품들 이번에 필자에게 시청이 의뢰된 오디오 아날로그의 제품들은 '마에스트로' 라는 모델명의 인티앰프와 CD플레이어, '푸치니SE RE(이하푸치니)' 라는 모델명의 인티앰프, '파가니니' 라는 모델명의 CD플레이어이다. 디자인이나 기기의 성능등의 면에서 볼 때, ‘마에스트로’라는 모델명을공유하는 인티앰프와 CD플레이어가 한 쌍을 이루며, 푸치니와 파가니니가 편안하게 한 쌍을 이룰 수 있다고 하겠다. 필자의 집에 도착한 기기들을 보니, 과연 기대했던 대로 디자인 면에서나 만듦새 면에서 더할 수 없이 뛰어나다. 대단히 고급스러워 보이기에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이라고 해서 부품 사용에 돈을 덜 들인 것은 아니다. 기기의 내부를 살펴보니, 어디 한 구석도 대충 넘어간 곳이 없어 보인다. 고급으로 알려진 부품들이 빠짐 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넉넉한 용량의 전원트랜스나 전해 콘덴서 등등이 제품의 질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