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인 프리앰프의 출연 디자인처럼 깔끔한 사운드 프리앰프의 중요성은 필수적이지만 그런 만큼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조금 쓸만하다 싶으면 천만원이 예사인 시대에 살고 있으니 저가격대의 쓸만한 프리앰프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돼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본 제품을 만나게 되니 매우 대견스러워서 기분이 좋았다. 이 메이커는 오래전부터 인티앰프를 주력으로 생산해온 이탈리아의 명문가인데,이번에는 아주 날렴하고 우아한 분리형 앰프를 새로 발표했다. 필자는 이 프리앰프를 동사의 파워앰프 한 기종에 물려 이번호 신제품 시청 테스트의 레퍼런스 기기로 삼았을 만큼, 성능은 안심해도 좋을 정도였다. 우선 시청 기간내내 이 앰프에 대한 불만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하물며 트러블이 있을 리도 없었다. 동사에서는 공개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가졌을 정도로 이 모델에 자신감을 가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윗 패널을 일부러 열어서 내부공개를 한 사진도 있다. 내부를 보면 일부 부실한 보급형 프리앰프와는 달리 기판 배치가 깔끔하기 짝이 없고, 최단거리 배선과 채널마다 별도로 설계한 전원부, 바이앰핑이 가능하도록 2쌍이나 마련된 스피커단자, 별도의 MM단과 MC단을 지닌 포노 EQ, 거기다 리모컨 도입에 의한 편리한 조작성 등이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장점이다. 공간 활용도가 지나치지도 않고 부족함도 없을 정도로 아주 견실해 보인다. 보급 창고처럼 부품이 빽빽이 들어찬 부품 진열장 같은 앰프도 많지만 사실 그런 앰프가 그리 우수한 것도 아니다. 파워 트랜스에 배선 몇 가닥만 늘어져 있을 정도로 심플한 앰프가 아주 좋은 소리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이 제품은 오버 엔지니어링의 한계를 잘 극복한 견실한 기판 설계를 자랑하고 있는 듯하다. 리모컨식이지만 부착되어 있는 볼륨과 실렉터 손잡이의 감촉은 뛰어난 편이다. 음질도 외모처럼 깔끔하다. 보급형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상쾌하고 깔끔하다. 트럼펫의 청량감 넘치는 표현과 쭉 뻗어 올라가서 사라지는 고역의 아름다움은 고혹적이다. 해상력도 제법이고 힘도 만족할 만한 수준. 굳이 약점을 잡으라면 윤기와 우아한 맛이 다소 부족한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차피 지엽적인 것이다. 이 시대에 이러한 가격대로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양심적인 프리앰프의 출현을 강호에 알리고자 한다. (김남) 정감어린 사운드 미학의 쾌감 충실한 설계의 포노단도 돋보여 프리앰프의 시청 체크는 CD 재생으로 끝나기 일쑤다. 그러나 CD만 듣더라도 격식을 갖추고 음질 체크를 하자면 밸런스와 언밸런스 입출력의 음질 차이를 체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이 벨리니와 같이 포노단(MM/MC 대응)이 마련되어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음질도 함께 체크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그런데 여건상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새삼스럽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 앰프가 빚어내는 질감이 아주 명료한 데다 정보량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특히 포노단 설계가 충실하기 때문이다. 시청을 위해 동사의 도니제티 파워앰프와 짝을 이루어 코플런드 CDA 266 CD플레이어, AR AR 9 스피커에 물려서 들어보았다. 전체적으로 편중된 성향은 적은 편으로, 음의 가장 맛좋은 부분을 중역에 둔 듯 대역간의 에너지 밸런스가 잘 잡힌 깨끗한 음조성이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파가니니의 '칸타빌레'를 연주하는 장영주의 바이올린은 선율을 윤기 있고 유려하게 뽑아낸다. 피아노 연주에서도 음색의 영롱함이 뛰어나고 겹겹이 포개지는 대목도 격조 있게 표현된다. 맑고 나긋나긋한 여성 보컬의 소노리티도 매력적이지만,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제5악장을 들어보면 밀도 있고 깊이 있는 양감에 압도 된다. 악기마다 표현되는 다채로운 음상의 디테일도 생동감이 넘친다. 맑고 정감어린 사운드 미학이 벨리니'의 이미지가 아닐까 하는 인상을 받았다. (박용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