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ynaudio / 하이파이클럽  2021년 10월

에소타, MSP, 주피터 그리고 다인오디오 Dynaudio

글: 김편
 


다인오디오를 상징하는 한 장의 사진

세계적인 스피커 명가 다인오디오(Dynaudio)를 상징하는 이미지 하나를 꼽자면 지난 2016년 덴마크 스칸데르보르에 개관한 스피커 측정실이다. 주피터(Jupiter)라고 명명한 이 측정실은 가로 세로 높이 모두 13m에 달하며 스피커 소리를 360도 방향에서 측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6도 간격으로 장착된 총 31개의 마이크가 360도 회전하는 말발굽 모양의 거대한 샤프트에 달렸다. 다인오디오가 공개한 이보크(Evoke) 스피커 측정 사진은 스피커 R&D의 끝장을 본다는 점에서 꽤나 감동적이다. 

주피터 뿐만이 아니다. 다인오디오는 스스로 유닛을 만드는 몇 안되는 선구적인 스피커 제작사라는 점에서 ‘찐’이다. 오디오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에소타(Esotar) 트위터, 폴리머도 스피커 진동판의 훌륭한 재질이 될 수 있음을 소리로 입증한 MSP 우퍼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모델 이름 자체가 스피커 역사의 빛나는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 컨피던스(Confidence) 등 다인오디오의 44년 역사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필자의 기억 속에도 다인오디오는 환하게 빛난다. 지금까지 필자가 들어본 다인오디오 옛 모델들과 그 간단한 시청소감은 다음과 같다. 

에비던스 마스터(Evidence Master) : 크기도 가격도 사운드도 정말 무지막지하다. 음의 입자가 무척 곱고 부드러우며, 스무드하게 음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형기는 대형기인지라 무대가 광활하게 펼쳐지는 것도 특징.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의 물성이 아주 좋게 느껴진다. 착색이나 시간차 지연, 공진, 이런 것들이 일절 배제된 느낌. 감도 92dB에 키는 2050mm, 무게는 135kg. 이에 비해 플래티넘은 89dB, 1940mm, 115kg, 템프테이션은 90dB, 1933mm, 113kg. 즉 마스터가 가장 크고 가장 비싸며 감도가 가장 높다.

컨피던스 C4 플래티넘(Confidence C4 Platinum) : 첫인상은 정보를 남김없이 긁어온다는 것. 마치 포크레인으로 모래바닥을 왕창 퍼내는 느낌이다. 그만큼 굵고 진하면서도 미세하고 디테일한 음들이 쏟아져 나온다. 밀도가 높은 음들이 광대역을 무척 수월하게 오르내리는 모습도 좋다. 국내에서 특히 이 모델이 인기가 높은지 잘 알 수 있다. 한편 고역은 쿨은 아니지만 클리어하다. 바이올린 곡에서는 야들야들한 고역에 정보량이 가득하다. 여성 보컬 곡은 풍성한 배음과 밑으로 쿵 떨어지는 저역, 실키한 중역, 정확한 템포감이 어우러진 진수성찬.

컨투어 S1.4 LE(Contour S1.4 Limited Edition) : 한눈에 봐도 전형적인 다인오디오 스타일이다. ‘전형적’이라는 말은 1) 미드우퍼에 MSP 콘을 쓴 점, 2) 자체 제작한 에소타 트위터를 쓴 점, 3) 전면을 거의 덮어버린 5mm 두께의 강화 알루미늄 배플, 4) 트위터를 미드우퍼 밑에 배치한 디자인이다. 첫인상은 6.5인치 미드우퍼 덕분에 저음의 양과 두께가 양호하며 전체적으로 캔버스를 넓게 쓴다는 것. 스피커 크기를 잊게 할 정도로 커다란 음장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착색이 없지만 그만큼 자기 스타일이나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점은 아쉽다.

익사이트 X38(Excite X38) : 두텁고 고소한 음이다. 아메리카노도 카페라떼도 아닌, 카라멜 마끼아또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투명하고 깨끗한 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양날의 칼일 수도 있다. 조화를 이룬 대역 밸런스와 소프트한 음의 감촉도 장점. 재즈곡에서는 우퍼 2발이 전해주는 저역의 안정감과 양감이 만족스럽다. 쏘거나 따가운 소리가 아니다. 말러 6번에서는 그야말로 스케일 큰 무대를 선사한다. 확실히 정리 정돈을 좋아하는 스피커이며 각 유닛을 빈틈 없이 컨트롤하고 있다. 때문에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을 그런 스피커다.


모든 것의 시작, 에빈드 스카닝

에빈드 스카닝(Ejvind Skaaning. 1929~2018)

스피커 유닛 개발사를 들여다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덴마크 태생의 에빈드 스카닝(Ejvind Skaaning. 1929~2018)이다. 그는 1970년에 스피커 유닛 제작사 스캔스픽(ScanSpeak)을 설립했고, 1990년에는 ‘스카닝’ 우퍼 제작사 오디오테크놀로지(Audio Technology)를 설립했다. 

이런 그가 1977년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와 함께 덴마크 스캔데르보르에 설립한 스피커 제작사가 다인오디오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앞서 1975년에 에빈드 스카닝, 메이어 모데샤이(Meir Mordechai)와 함께 RMS(Richter, Mordechai and Skaaning)를 설립했다. 메이어 모데샤이는 이스라엘의 스피커 유닛 제작사 모렐(Morel)의 창립자다. 

에빈드 스카닝은 1987년 다인오디오를 떠나 3년 후 그의 아들 페르 스카닝(Per Skaaning)과 함께 오디오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다인오디오는 이후 몇 차례 지배구조가 바뀌다가 2014년 10월, 중국 무선 기술업체 고어텍(GoerTek)이 지분 83%를 인수하며 다인오디오의 새 주인이 됐다. 현재 다인오디오 본사와 R&D 센터는 덴마크 스캔데르보르에 있다. 

다인오디오의 제품 히스토리를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 1983년 컨시퀀스(Consequence) : 28mm 소프트 돔 트위터
  • 1986년 컴파운드(Compound) 2, 3, 4, 5 : 28mm 소프트 돔 트위터
  • 1986년 컨투어(Contour) 1, 2, 3, 4 : 28mm 소프트 돔 트위터
  • 1989년 스페셜 원(Special One) : Esotar 트위터
  • 1993년 컨투어(Contour) 1.3, 3.3 : Esotar 트위터
  • 1998년 컨투어(Contour) 1.3SE : Esotar 트위터
  • 1999년 에비던스 마스터(Evidence Master) : Esotar 트위터, DDC 렌즈 첫 채택
  • 2001년 에비던스 템프테이션(Evidence Temptation) : Esotar 트위터
  • 2002년 스페셜 25(Special Twenty-Five) : Esotar 2 트위터
  • 2002년 컨피던스(Confidence) C2, C3, C4 = Esotar 2 트위터
  • 2003년 컨투어(Contour) S1.4, S3.4 : Esotec 트위터
  • 2003년 컨투어(Contour) S5.4 : Esotar 2 트위터
  • 2005년 포커스(Focus) 110, 140, 220 : Esotec+ 트위터
  • 2007년 컨피던스(Confidence) C1 : Esotar 2 트위터
  • 2008년 익사이트(Excite) X12, X16, X32, X36 : 26mm 소프트 돔 트위터
  • 2010년 컨시퀀스(Consequence) UE : Esotar 2 트위터
  • 2011년 포커스(Focus) 160, 260, 340, 360, 380 : Esotar 2 트위터
  • 2012년 컨피던스 시그니처(Confidence Signature) C1, C2, C4 : Esotar 2 트위터
  • 2014년 컨피던스 플래티넘(Confidence Platinum) C1, C2, C4 : Esotar 2 트위터
  • 2014년 에비던스 플래티넘(Evidence Platinum) : Esotar 2 트위터
  • 2014년 포커스 XD(Focus XD) 200, 400, 600 : 28mm 소프트 돔 트위터
  • 2015년 에미트(Emit) M10, M20, M30 : Esotec+ 트위터
  • 2016년 익사이트(Excite) X18, X48 : Esotec+ 트위터
  • 2016년 컨투어(Contour) 20, 30, 60 : Esotar 2 트위터
  • 2017년 스페셜 포티(Special Forty) : Esotar 40 트위터
  • 2017년 포커스 XD(Focus XD) 20, 30, 60 : 28mm 소프트 돔 트위터
  • 2018년 컨피던스(Confidence) 20, 30, 50, 60 : Esotar 3 트위터
  • 2019년 이보크(Evoke) 50, 30, 20, 10 : Cerotar 트위터
  • 2020년 헤리티지 스페셜(Heritage Special) : Esotar 3 트위터
  • 2020년 컨투어(Contour) 60i, 30i, 20i : Esotar 2i 트위터
  • 2021년 에미트(Emit) 50, 30, 20, 10 : Cerotar 트위터

실크 돔 트위터의 표준, 에소타 트위터

다인오디오 이름으로 나온 최초의 스피커는 1977년에 선보인 P 시리즈였는데, 우퍼는 시어스(SEAS) 제품을 썼지만 트위터는 D-28이라는 자체 제작 유닛을 썼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21W54라는 8인치 우퍼도 자체 제작했으니까 ‘다인오디오 = 자체 제작 유닛’ 전통은 초창기 때부터 세워진 셈이다. 

에소타 T-330D 트위터

그러다 1989년, 다인오디오의 최상급 트위터 T-330D가 스페셜 원(Special One)이라는 모델에 채택됐으니 이것이 바로 훗날 실크 돔 트위터의 표준처럼 자리잡게 되는 에소타(Esotar) 트위터다. 그리고 스페셜 원 이후 상용모델로는 처음으로 에소타 트위터를 채택한 시리즈가 1993년에 나온 컨투어(Contour) 1.3과 3.3 모델이었다. 

오리지널 에소타 트위터는 유닛 플레이트에 볼트 9개가 3개씩 마치 벤츠 삼각뿔처럼 박혔고, 28mm 소프트 돔 진동판의 가운데 부분이 눈동자처럼 진하다. 이는 실크 진동판이 아주 얇아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데다 내부 자력이 모이는 폴피스 중앙이 뚫려 있기 때문. 진동판 후면에서 발생한 압력이 이 구멍을 통해 트위터 백챔버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또 진동판 안쪽에는 댐핑 역할을 하는 얇은 펠트가 붙어있는데 이 펠트 역시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있다. 

​에소타 트위터가 이전 D-28 트위터와 다른 것은 1) 보다 가벼운 알루미늄 보이스코일을 사용해 무빙매스를 줄였다, 2) 96mm 직경의 대형 더블 네오디뮴 마그넷을 써서 자력을 높였다, 3) 덩달아 커진 백챔버 용적으로 댐핑이 훨씬 잘 이뤄진다, 4) 이 같은 개선을 통해 보다 정확하고 사실적인 고음을 얻는다로 요약된다. 

다인오디오 Special 25 스피커

​T-330D의 스페셜 버전으로 개발된 에소타2(Esotar 2) 트위터는 2002년 25주년 기념 모델 스페셜 25(Special 25)에 처음 채택됐고 같은 해 나온 오리지널 컨피던스 시리즈(C2, C3, C4)에도 투입됐다. 무엇보다 알루미늄 보이스코일이 자성을 띈 유체(magnetic ferrofluid)에 함침된 것이 가장 큰 특징. 일종의 쇼크 앱소버 역할을 하는 동시에 보이스코일에서 발생한 열을 빠르게 식혀주는 일을 한다. 다인오디오에 따르면 페로플루이드 덕분에 파워핸들링이 개선되고 주파수응답특성이 보다 플랫해졌다.

에소타2 트위터는 이 같은 탁월한 물성 덕분에 이후 2003년에 나온 컨투어(Contour) 상위 모델 S5.4를 비롯해, 2007년에 나온 컨피던스 C1, 2010년에 나온 컨시퀀스 UE(Consequence Ultimate Edition) 등 여러 모델에 투입됐다. 2016년에 나온 컨투어 20, 30, 60 모델도 이 에소타2 트위터를 썼다. 

에소타3(Esotar 3) 트위터는 2018년에 나온 새 컨피던스 시리즈(C60, C50, C30, C20)에 처음 채택됐고, 이후 2020년에 나온 헤리티지 스페셜(Heritage Special) 단일 모델에 투입됐다. 현재 에소타3 트위터를 쓴 모델은 컨피던스 시리즈와 헤리티지 스페셜 뿐이다. 

에소타3 트위터의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은 예전 에소타, 에소타2 트위터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실크 돔 진동판이 투명했던 것과는 달리, 내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 이는 이전까지 돔 안쪽에 채택했던 펠트 링 대신 헥시스(Hexis)라는 딤플 플라스틱 돔을 부착했기 때문이다. 

다인오디오에 따르면 헥시스 돔에는 일정 패턴의 네모난 구멍들이 새겨져 진동판 뒤로 배출되는 음파들이 아주 쉽고 빠르게 소멸된다. 그 결과, 1) 트위터 음이 보다 깨끗하고 선명해지고, 2) 기존 트위터 열 발산을 위해 사용했던 자성유체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다인오디오에서는 이 헥시스 돔의 효과에 크게 만족했는지 이후에 나온 세로타 트위터(Cerotar. 2019년)와 에소타2i 트위터(Esotar 2i. 2020년)에도 모두 진동판 뒤에 헥시스 돔을 집어넣었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다인오디오는 왜 처음부터 실크 재질의 소프트 돔을 트위터 진동판으로 쓰는 것일까. 다이아몬드, 베릴륨, 세라믹, 티타늄 등 워낙 많은 메탈 계열 진동판이 득세를 한 요즘이다. 이에 대해 지난 2019년에 내한한 다인오디오 부사장 빅터 구(Victor Guo)는 필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다인오디오는 퓨어 사운드(pure sound)를 추구하는 제작사다. ‘에소타’라는 소프트 돔 트위터를 쓰는 이유도 메탈과 달리 자체 사운드가 없기 때문이다. 콜라 캔을 눌러보면 딸깍딸깍 소리가 나는데, 이것이 바로 메탈 소재가 갖고 있는 자체 소리다.”  


모델별 탐구 No.1 컨피던스 C50

필자는 지난 2018년 5월 독일 뮌헨 오디오쇼를 참관했다. 몇몇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시연했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다인오디오의 새 컨피던스(Confidence) 시리즈였다. 국내에도 유저가 많은 C1(스탠드마운트), C2, C4(이상 플로어스탠딩)를 잇는 C20(스탠드마운트), C30, C50, C60(이상 플로어스탠딩)이 첫 선을 보인 것이다.

당시 부스가 어수선해 재생음은 자세히 들을 수 없었지만 외관만큼은 정말 같은 컨피던스 시리즈인가 싶을 정도로 확 달라졌다. 특히 트위터와 그 위아래에 포진한 유닛들에 새겨진 잘록한 디자인(DDC 렌즈)은 마치 현대 미술 조각품을 보는 듯했다. C2, C4에서는 2개였던 트위터가 1개로 줄어든 점,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트위터가 예전 에소타 2에서 에소타 3로 업그레이드된 점도 주목할 만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C50을 집중해서 들어볼 수 있었다. C50은 가운데 에소타 3 트위터를 두고 위아래에 6인치 MSP 미드레인지와 7인치 MSP 우퍼가 각각 자리잡은 스피커로, 상급기인 C60은 우퍼 사이즈가 더 크고(9인치), 하급기인 C30은 위에 7인치 우퍼, 아래에 6인치 미드레인지, 7인치 우퍼가 포진했다. C50의 스펙은 다음과 같다.

  • 공칭 임피던스 : 4옴(최저 2.7옴)
  • 감도 : 87dB
  • 주파수응답특성 : 35Hz~22kHz(+,-3dB)
  • 크로스오버 : 3웨이(200Hz, 2860Hz), 2차/3차 오더 with DDC
  • 트위터 : 28mm(1.1인치) Eostar 3
  • 미드레인지 : 15cm(6인치) MSP x 2
  • 우퍼 : 18cm(7인치) MSP x 2
  • 무게 : 49.6kg
  • 높이 : 1512mm
  • 폭 : 218mm
  • 안길이 : 399mm
  • 커넥터 : WBT NextGen 싱글 와이어링

C50 소리를 들어보면, 배경이 정숙하고 디테일이 돋보이는 가운데 음을 차분하게 재생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음에서 온기와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것은 역시 에소타 트위터 덕분. 중역대가 특히 선명하고 깨끗한데 이는 MTM(Midrange-Tweeter-Midrange) 유닛 배치의 이점과 다인오디오에서 DDC(Dynaudio Directivity Control) 렌즈라고 부르는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전면 배플 디자인이 크게 한몫한 것 같다. 확실히 예전 컨피던스 C4보다 전체적인 음의 감촉이 고급스럽고 재생 대역 역시 더욱 광대역으로 변모했다. 

좀 더 따져보자. 우선 유닛 진동판은 다인오디오의 상징과도 같은 MSP(Magnesium Silicate Polymer)이지만, 새 네오텍(NeoTec) MSP 우퍼의 경우 보이스코일이 알루미늄에서 구리로 바뀌었고 보이스코일이 감기는 포머는 캡톤(Kapton)에서 유리섬유(glass-fibre)로 바뀌었다. 여기에 강력한 네오디뮴 마그넷이 결합돼 좀 더 타이트하고 강력한 저역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후면파의 원활한 공기흐름을 위해 벤팅 시스템을 개선한 점도 눈길을 끈다.

미드 유닛은 더욱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서라운드와 콘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두 높이가 똑같은데, 이렇게 만들면 통상 앞쪽으로 튀어나온 서라운드보다 서라운드의 1차 공진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다인오디오에서는 이 같은 서라운드 설계를 ‘수평선’이라는 뜻의 ‘허라이즌’(Horizon)이라고 부르는데 서라운드와 콘이 평평하게 이어진다는 의미다. 허라이즌 형태로 결합된 콘과 서라운드는 주변 배플과도 높이가 똑같아 회절 현상까지 줄여준다.

​트위터와 위아래 미드 유닛의 독특한 결합 디자인인 DDC 렌즈 역시 환골탈태했다. 에소타 3 트위터를 둘러싼 웨이브 가이드를 음이 퍼지지 않고 보다 곧바로 직진케 하도록 디자인을 성형한 것. 이를 통해 C50의 DDC 렌즈는 바닥과 벽으로부터 반사되는 음을억제해 공간과 음향 특성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 밖에 배플은 예전 MDF보다 두텁고 견고하며 음향적으로 데드한 컴펙스(Compex) 복합재료로 바뀌었다. 예전 모델에서 후면에 있던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모두 바닥면으로 이동한 것도 큰 변화다.  

한편 다인오디오 유닛의 또 다른 상징 MSP 진동판을 자세히 보면 동일 재질의 더스트 캡이 일정 간격의 틈을 두고 진동판과 붙어있다. 진동판 자체가 폴리머 재질이기 때문에 성형이 쉽고 정확한데다 별도 더스트 캡이나 페이즈 플러그가 필요 없기 때문에 구조적으로도 튼튼하다는 것이 다인오디오의 설명이다.


모델별 탐구 No.2 컨투어 20i

컨투어(Contour) 시리즈는 다인오디오에서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86년에 오리지널 컨투어 시리즈(Contour 1, 2, 3, 4)가 나왔으니 현역 라인업 중에서는 35년 동안 계속되어온 왕고참이다. 현행 플래그십인 컨피던스(Confidence) 시리즈의 오리지널 버전(C2, C3, C4)이 처음 등장한 것은 한참 뒤인 2002년의 일이다. 다인오디오의 현행 패시브 스피커 라인인 Classic 라인업과 출시연도는 이렇다.

  • Heritage Special (2020년) : 단일 모델
  • Confidence (2018년) : 60, 50, 30, 20
  • Contour i (2020년) : 60i, 30i, 20i
  • Evoke (2019년) : 50, 30, 20, 10
  • Special Forty (2017년) : 단일 모델
  • Emit (2021년) : 50, 30, 20, 10

컨투어 20i 스펙은 다음과 같다. 

  • 공칭 임피던스 : 4옴
  • 감도 : 86dB
  • 주파수응답특성 : 39Hz~23kHz(+,-3dB)
  • 크로스오버 : 2웨이(2.2kHz), 2차 오더
  • 트위터 : 28mm(1.1인치) Eostar 2i
  • 미드우퍼 : 18cm(7인치) MSP
  • 무게 : 14kg
  • 높이 : 440mm
  • 폭 : 215mm
  • 안길이 : 396mm
  • 커넥터 : WBT NextGen 싱글 와이어링

2020년에 등장한 컨투어 20i는 2016년에 나왔던 컨투어 20과 외관상 차이가 없다. 덩치와 MDF 인클로저 디자인, 후면의 포트와 WBT 싱글와이어링 바인딩 포스트까지 똑같다. 전면 배플에 두께 14mm의 알루미늄 패널을 덧댄 모습, 7인치 MSP 미드우퍼가 트위터 패널을 파고든 모습도 동일하다. 다만 무게는 15.5kg에서 14kg으로 다소 줄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트위터가 에소타2(Esotar 2)에서 신형 에소타 2i(Esotar 2i)로 바뀌었다. 에소타3 트위터처럼 진동판 안쪽에 펠트 링을 없애고 헥시스 돔을 집어넣은 것이다. 7인치짜리 MSP 미드우퍼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스파이더 재질이 일반 아라미드 섬유에서 뒤퐁의 노멕스(Nomex) 아라미드 섬유로 업그레이드됐다. 

Nils Lofgren - Keith Don’t Go
Acoustic Live

닐스 로프그렌의 ‘Acoustic Live’ 앨범 중 ‘Keith Don’t Go’를 들어보면, 또렷한 기타의 음상과 파워 넘치는 핑거링, 칠흑 같은 배경이 돋보인다. 소릿결은 부드러운데 심지는 강건한 느낌이며, 음은 전체적으로 맑고 깨끗한 쪽이다. 컨투어 스탠드마운트가 이 정도 레벨이었나 싶다. 무엇보다 기타 음에 배음이 많아서 필자의 가슴 깊숙이 쑥 파고 들어오는 쾌감이 장난이 아니다. 스피커 입장에서 그만큼 정보의 손실이 없다는 증거다. 그리고 이런 배음 정보는 주로 트위터 영역인 만큼 새 에소타 2i의 물성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Rickie Lee Jones - I’ll Be Seeing You
Pop Pop

리키 리 존스의 ‘I’ll Be Seeing You’(Pop Pop)에서는 첼로가 무대 가운데 뒤쪽에, 기타가 오른쪽 앞에 잘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레이어와 입체감, 공간감은 웰메이드 스탠드마운트 스피커가 응당 누려야 할 특권. 발음체의 표면적이 적기 때문이다. 이 곡에서도 조용한 배경과 투명한 무대가 돋보이는데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언제나 함께 간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역시 헥시스 돔을 투입한 에소타 2i 트위터와, 스파이더를 개선한 MSP 미드우퍼가 답이다. 유닛을 자체 제작하는 브랜드의 크나큰 특혜다. 


모델별 탐구 No.3 헤리티지 스페셜

필자가 최근에 들어본 스피커 중에서 감동을 받은 모델이 바로 이 헤리티지 스페셜(Heritage Special)이다. 이 스피커는 지난 4월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처음 소리를 들어봤는데, 예의 다인오디오 사운드가 흘러나왔다. 재생음에 기름기가 일절 없고 약간 고소한 맛이 돌며 성정이 기본적으로 밝고 명랑한 그런 스피커였다. 여기에 두툼한 사각 인클로저와 배플을 가득 메운 트위터 플레이트와 더스트 캡이 무척이나 큰 미드우퍼 등 처음부터 필자의 취향을 저격했다. ​

헤리티지 스페셜은 2020년 말에 나온 2웨이, 2유닛, 스탠드마운트 스피커. 헤리티지는 에소타 트위터, MSP 미드우퍼, 1차 크로스오버 등 다인오디오의 시그니처를 고스란히 담았다는 뜻이고, 스페셜은 플래그십 컨피던스 시리즈에 처음 채택했던 에소타3 트위터를 하위 모델 중에서는 처음으로 물려받았다는 뜻이다. 

​이 스피커를 더욱 헤리티지 가득하고 스페셜하게 만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클로저 자체는 19mm 두께의 MDF이지만 마감을 어메리칸 월넛으로 했고 페어 매칭에도 큰 신경을 썼다. 깔끔한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던 스페셜 포티(Special Forty)와 비교해보면 훨씬 넓어진 트위터 플레이트에서 묘한 카리스마가 풍긴다. 결정적으로 이 스피커는 특별히 2500조만 한정 생산된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인클로저는 가로폭이 208mm, 높이가 385mm, 안길이가 320mm이며 무게는 11kg이 나간다. MDF 안쪽에는 역청(bitumen)이 발라졌고 스웨덴산 폴리에스터(polyester)가 댐핑재로 투입됐다. 

전면 배플에는 1.1인치(28mm) 에소타 3 트위터와 7인치(180mm) MSP 콘 미드우퍼가 장착됐다. 트위터가 박힌 원형 플레이트가 거의 미드우퍼 직경만한데다 볼트 9개가 벤츠 삼각뿔 모양으로 박힌 점이 눈길을 끈다. 진동판과 일체형의 더스트 캡이 언밸런스할 정도로 큰 점 역시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다. 

미드우퍼의 경우 예전 에비던스 플래티넘(Evidence Platinum) 유닛과 비슷하지만 보이스 코일이 구리에서 알루미늄으로 바뀌었고 보이스 코일이 감기는 포머 역시 기존 캡톤에서 유리섬유로 바뀌었다. 전통적으로 보이스 코일 안쪽에 수납되는 마그넷은 네오디뮴과 페라이트를 함께 썼다. 유일하게 안 바뀐 것은 진동판 및 더스트 캡 재질인 MSP 정도다.

후면 디자인 역시 과감하다. ‘이렇게 커도 되나’ 싶을 만큼 커다란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상단에 있고 그 밑에는 원형 알루미늄 플레이트에 싱글 와이어링 전용 WBT 바인딩 포스트가 달렸다. 4년 전에 나왔던 스페셜 포티는 바인딩 포스트 플레이트가 사각형이고, 3년 전에 나왔던 컨피던스 20은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인클로저 밑바닥에 있다. 내부 배선재는 반덴헐의 12AWG 케이블을 썼다. 

스펙을 보면 2웨이, 2유닛 스피커로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주파수응답특성이 좋다. +,-3dB 기준 42Hz~23kHz에 이른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85dB라서 결코 만만한 스피커는 아니다. 크로스오버는 2.2kHz에서 이뤄지며 중저역과 고역 슬로프는 모두 1차 오더(-6dB)를 보인다. 네트워크 부품에는 문도르프 EVO 오일 커패시터 등이 ‘스페셜’하게 투입됐다. 

Gilbert Kaplan, Vienna Philharmonic
Mahler: Symphony No.2

플리니우스의 인티앰프 하우통가를 동원해 캐플란이 빈필을 지휘한 말러 2번 1악장을 재생하니 역시나 웅장하고 묵직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말러 2번이 펼쳐진다. 시청실 공기가 순식간에 뜨거워진다. 스피커에 집중해보면 7인치 미드우퍼로 말러 2번을 재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닛에서 음이 출발한다는 느낌은 있지만 스케일과 공간감, 음압과 에너지에서 박력과 준엄이 넘친다. 인티앰프와 북쉘프 조합으로는 최근 손에 꼽을 만한 매칭이다. 

Al Di Meola, John McLauglin, Paco De Lucia
Mediterranean Sundance
Friday Night In San Francisco

알디 메올라, 존 맥러플린, 파코 데 루치아의 ‘Mediterranean Sundance’(Friday Night In San Francisco)를 들어보면, 무대의 좌우 벌림이나 탁 트인 공간감, 각 기타의 또렷한 정위감 등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의 온갖 장점이 다 드러난다. 기타 연주의 세세한 디테일이라든가 속주 시의 스피드, 배경의 정숙함도 상급. 이렇게 SN비가 좋다 보니 기타의 여린 음 하나하나가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린다. 헤리티지 스페셜 외관만 보고 빈티지 사운드를 기대했다면 틀리셨다. 이 스피커는 여지없는 현대 스피커다. 여기에 다인오디오의 전매특허라 할 바닥을 박박 긁는 저음의 쾌감과 통통 튀는 중음의 탄력감이 더해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모델별 탐구 No.4 에미트 시리즈 50, 30, 20, 10

끝으로 살펴볼 다인오디오 모델은 올해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상 에미트(Emit) 시리즈다. 다인오디오의 엔트리 시리즈인 에미트는 앞서 2015년에 스탠드마운트 M10과 M20, 플로어스탠딩 M30이 나왔었는데, 6년만에 모델 체인지를 하게 된 셈이다. 스탠드마운트 Emit 10과 Emit 20, 플로어스탠딩 Emit 30과 Emit 50, 센터 스피커 Emit 25C가 마련됐다. 엔트리 시리즈이지만 주피터 측정실을 거쳐 탄생한 것은 상급 모델들과 매한가지다.  

새 에미트 시리즈가 2015년 에미트 시리즈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트위터가 에소텍 플러스(Esotec+)에서 세로타(Cerotar)로 바뀐 점. 세로타 트위터는 2018년에 개발된 에소타3 트위터에 처음 채택된 헥시스 돔을 수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세로타 트위터는 앞서 2019년에 나온 상급 이보크(Evoke) 시리즈 전 모델에도 투입됐었던 만큼 전형적인 트리클 다운으로 보면 될 것 같다.

Emit 50은 1.1인치(28mm) 세로타 트위터, 6인치(150mm) MSP 미드레인지, 7인치(180mm) MSP 우퍼 2발을 갖춘 3웨이, 4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 무엇보다 주파수응답특성상 저역 하한이 +/-3dB 기준 33Hz까지 떨어지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역 상한은 25kHz). 우퍼의 경우 알루미늄 보이스코일을 쓴 30, 20, 10 모델들과는 달리 구리 보이스코일을 써서 좀 더 강력한 펀치를 뿜는 점, 크로스오버 설계를 하이브리드(트위터 1차 오더, 미드 2차 오더, 우퍼 4차 오더)로 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공칭 임피던스 4옴, 감도 8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540Hz, 4.4kHz.. 

Emit 30은 1.1인치(28mm) 세로타 트위터, 5.5인치(140mm) MSP 우퍼 2발을 갖춘 2.5웨이, 3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 주파수응답특성은 44Hz~25kHz(+/-3dB), 크로스오버는 1kHz, 3.55kHz에서 이뤄진다(트위터 1차 오더, 우퍼 2차 오더). 2.5웨이인 만큼 우퍼 한 발은 1kHz~3.55kHz 대역, 다른 우퍼 한 발은 44Hz~3.55kHz 대역을 커버한다. 우퍼 보이스코일은 구리보다 가벼운 알루미늄이며, 포머는 유리섬유 재질이다. 인클로저는 에미트 전 모델들과 동일한 두께 18mm의 MDF로, 폴리에스터 섬유로 내부 댐핑처리가 됐다. 공칭 임피던스 4옴, 감도 87dB.  

Emit 20은 1.1인치(28mm) 세로타 트위터, 7인치(180mm) MSP 미드우퍼를 단 2웨이, 2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 주파수응답특성은 53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3.8kHz, 공칭 임피던스는 6옴, 감도는 86dB를 보인다. 높이는 370cm, 무게는 10.32kg.

막내 Emit 10은 1.1인치(28mm) 세로타 트위터, 5.5인치(140mm) MSP 미드우퍼를 단 2웨이, 2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 주파수응답특성은 64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3.7kHz, 공칭 임피던스는 6옴, 감도는 85dB를 보인다. 높이는 290mm, 무게는 6.43kg.


총평

에비던스 마스터, 컨시퀀스 UE, 컨피던스 C4 플래티넘, 익사이트 X38 등 옛 다인오디오 스피커를 지금도 애지중지 듣는 유저들이 많다. 이런 다인오디오인데도 거의 매해 새 모델, 개선 모델이 나온다. 최근 몇 년만 짚어봐도, 새 컨피던스 시리즈(2018년), 새 이보크 시리즈(2019년), 새 컨투어 i 시리즈(2020년), 새 에미트 시리즈(2021년)가 나왔다. 

필자가 보기에 에소타 3 트위터를 처음 채택한 컨피던스 시리즈와 세로타 트위터를 채택한 엔트리 에미트 시리즈는 다인오디오의 미래이고, 웨스턴 무비에 나올 법한 헤리티지 스페셜은 다인오디오의 취향이며, 2020년에 나온 컨투어 i 시리즈는 다인오디오의 엑기스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세상에 둘도 없는 주피터에서 탄생했다. 44년 다인오디오의 발걸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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