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lator] MoFi Electronics / ULNF(Ultra Low Noise Feet) 하이파이매거진  2020년12월

MoFi와 HRS가 만들어낸 시너지

글: 코난
 

MOFI ULNF (Ultra Low Noise Feet)

합리적 소비

올해는 코로나 정국이라고 말해도 될만큼 팬데믹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이것이 만들어 놓은 뉴 노멀은 자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뿐만 아니라 가족과 직장 그리고 사회의 여러 규칙을 바꾸어놓았다. 자택 근무가 일상화된 사람들도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기 때문에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다. 한편 오랫동안 톱니바퀴처럼 굳어진 생활의 루틴이 깨지면서 뒤를 되돌아볼 시간도 생겼다. 우리 같은 오디오파일은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오디오나 음악과 가까이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필자 같은 경우 어쨌든 뭔가 자꾸 조금씩 사들이게 된다. 올해만 해도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다 보니 온라인 쇼핑몰을 들락거리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고 엘피를 꽤 많이 구입했다. 안 그래도 점점 많아져 방문을 부수고 나올 것 같은데 이젠 한계를 넘어섰다. 어떤 엘피 랙을 구입할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가장 저렴한 이케아 칼락스를 구입해 조립했다. 수십 개의 피스를 박은 다음에야 완성은 했는데 간만에 조립해보려니 허리가 아플 정도였다. 조립비를 주면 이런 고생을 안 해도 될 텐데 몇 푼 아끼겠다고 이러고 있는 나도 참 한심하다.

엘피 랙에 엘피를 꼽다가 보니 MFSL, 지금은 MoFi라고 불리는 레이블의 음반들이 참 많다. 마일스 데이비스부터 각종 팝/록 엘피까지 워낙 뛰어난 음질을 들려주는 레이블이어서 볼 때마나 흐뭇하다. 생각해보니 엘피 랙은 Mo-Fi에서 나온 마일스 데이비스 ‘Kind of blue’앨범 하나 값도 안 된다. 무엇이 과연 합리적 소비일까? 최근 들어 구입한 케이블이나 슈즈 그리고 HRS 댐퍼, 허브 스태빌라이저 등의 값을 합해보았다. 족히 수백만 원은 될 듯하다. 이런 오디오 액세서리나 음반 구입엔 주저 없으면서 10만원도 안 되는 엘피 랙 구입하는 건 왜 그리 돈이 아까운지. 비합리적 소비란 이런 것인가.

MoFi 그리고 HRS

이런 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MoFi에서 최근 출시한 액세서리가 리뷰 테스트용으로 배달되었다. 이름은 ‘Ultra Low Noise Feet’. 뭐만 하면 ‘Ultra’, ‘Low Noise’란다. 오디오 분야에서 이런 수식어들은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만든 브랜드가 다름 아닌 MoFi라니 조금 귀가 솔깃한다. 박스를 풀어보니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종이 상자 두 개가 나온다. 하나는 16~24lb, 또 하나는 24~32lb 정도의 기기에 받치는 일종의 인슐레이터다.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양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달 전 리뷰를 진행했던 MoFi의 턴테이블 UltraDeck의 발과 디자인이 비슷하다. MoFi가 미국의 진동 관련 전문 액세서리 메이커 HRS와 협력해 만들어낸 것. 제품 소개엔 나오지 않지만 HRS가 설계한 제품이 분명하다. HRS의 댐핑 플레이트는 실제 필자가 사용 중이기도 하고 올해 리뷰했던 제품 중 E1과 S3 같은 아이솔레이션 베이스의 성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항공 우주 및 방위 산업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온 마이클 라트비스는 항상 실망을 주는 법이 없다.
 

심플하고 간편한 성능 업그레이드

제품을 손에 들고 이리 저리 만져보면 만듦새는 꽤 말끔하다. 높이가 약 4cm 정도로 작지만 기기를 올려놓기엔 충분히 높은 높이다. 하우징은 딱 봐도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을 얇게 절삭 가공하고 내부에 고밀도의 합성수지를 채워 넣은 모습이다. 이 제품은 하우징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메인 몸통이고 또 하나는 이 몸통 속으로 약간 들어가 결합되는 형태. 헤드를 돌리면 다소 빡빡하게 돌아간다. 이유는 내부에 서스펜션을 설치해놓았기 때문이다. 헤드 부분을 힘주어 쏙 누르면 마치 플로팅 턴테이블의 플래터를 눌렀을 때처럼 내려갔다 올라온다.

기본적으로 이 제품은 이런 서스펜션을 통해 기기 자체의 진동을 내부에 저장하지 않고 이 액세서리를 통해 내보내도록 설계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서스펜션 시스템을 잘 사용하면 좋지만 잘못 설계하면 오히려 노이즈를 증폭시킬 소지도 있다. 각 제조사나 엔지니어마다 의견이 다르고 특히 턴테이블 분야에선 서로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여러 경험상 필자의 경우 리지드 타입이냐 플로팅 타입이냐 문제 보단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듯하다.

일단 Mo-Fi의 의견은 그렇다. 가정 오디오 주파수 대역 안에 쌓이는 물리적 노이즈를 감쇄시켜주는 액세서리라고. 걱정스러운 것은 노이즈를 드라마틱하게 감쇄시키면서 만들어내는 또 다른 왜곡 현상인데 이들은 주파수 특성이나 위상 관련 전혀 해악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음악적 디테일과 뉘앙스 그리고 텍스처와 톤, 포커싱 및 투명도 등 모든 부문에서 뛰어난 성능 업그레이드들 보여준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HRS의 주장이니 믿어보기로 하자. 이처럼 간단한 발 네 개로 심플하고 간편하게 기기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셋업 & 테스트

적용 기기는 아무래도 소스 기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테스트해보면 스피커가 가장 민감하고 그 다음은 소스 기기가 이런 진동에 민감하다. 우선 운용하고 있는 디지털 소스 기기를 보니 마이트너 MA1이나 마이텍 Manhattan II DAC 그리고 웨이버사 Wcore 및 Wstreamer 등이 보인다. 아, 얼마 전에 리뷰한 프리마루나 DAC도 있다. 아날로그 소스기기 쪽에서 적용 가능한 건 포노앰프 두 대 정도다. 테스트는 주로 Wcore 및 마이트너 DAC에 매칭해 시청했다.

상당히 온건하고 차분한 스타일의 전개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보컬이나 피아노 솔로 등 아주 단춘한 녹음부터 청취를 시작해나가면 음상이 약간 내려오고 무대도 약간 물러선다. 다이애나 크롤의 ‘A case of you’를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음을 차분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에 금속성의 차갑고 따가운 소리를 강조하거나 하는 등의 단점은 없다. 따라서 이런 소리 변화로 인한 피로감도 거의 포착되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약간 소극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록음악이나 비트가 강한 팝 음악이 아니라면 그리 눈치 채지 못할 수준의 변화 양상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런 저런 인슐레이터를 써보면 저역 쪽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부스트된 소리를 다잡아주는 효과가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반대로 질감, 디테일을 살려준다거나 또는 차갑던 소리를 따뜻하게 만든다던가 하는 극적인 변화는 사실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데 마크 오코너의 ‘Honeysuckle rose’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이 액세서리의 경우엔 굳이 따지자면 부드럽고 유연한 특성이라는 것을. 턴테이블을 예로 들면 리지드냐 플로팅이냐의 구분할 때 린 LP12 같은 플로팅 스타일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클리어오디오를 린 같은 소리로 바꾸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피치나 조금 낮고 유연하며 동글동글한 소리로 편안한 소리를 만들어준다. 한편 악기의 두께감을 희생시키진 않는다. 이는 사실 상당히 미시적인 변화라서 금세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는데 더블 베이스나 드럼, 팀파니 같은 악기를 들어보면 뉘앙스가 바뀐다. 예를 들어 아비샤이 코헨의 ‘Beyond’같은 곡에서 드럼은 좀 더 쿠션 있게 푹신하다. 그리고 더블 베이스는 바디의 울림이 좀 더 두텁고 실감나게 들린다. 여러 솔로 보컬이나 피아노 독주 등에서도 포착할 수 있는 특징은 무대의 깊이 증가다. 뒤로 물러난 원근감이 좀 더 좋아진다. 이는 반대로 무대가 뒤로 빠지면서 왜소하게 들릴 소지도 있다는 의미도 된다. 악기 규모가 많고 큰 무대에서 녹음한 합창이나 교향곡에서 좀 더 명확하게 포착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헤레베헤 지휘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어보면 아르모니아 문디 레이블 특유의 음향적 색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깊고 웅장한 무대를 그린다.

11~14Kg 기기용 (파란색 라벨)/ 7~11 Kg 기기용 (빨간색 라벨)

총평

정확히 말해 MoFi는 MFSL 음반사로서 시작한, 어디까지나 아날로그 엘피 리이슈의 첨병이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 전성기 시절 발매한 엘피들의 음질은 지금도 절대 재현하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유산들이다. 비틀스, 롤링 스톤스, 핑크 플로이드 등 그 때 MFSL의 엘피를 많이 구해두지 못한 게 땅을 치고 후회될 정도. 이후 뮤직 다이렉트로 인수되면서 조금 달라진 인상이긴 하지만 여전히 Mo-Fi하면 고음질 재발매 레이블을 대표한다.

더불어 최근엔 턴테이블을 출시하는 등 하드웨어 부문에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 모습. 이번 액세서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HRS와 협업을 통해 개발한 부분은 마음에 든다. HRS의 액세서리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가격대에 HRS 제품을 쓸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Mo-Fi와 HRS가 만들어낸 시너지를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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