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름답고 매력적인 불빛은 음악을 듣지 않아도 가슴을 충만하게해 준다. 오디오 마니아들은 일종의 감금되어 있는 수인들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교도소 앞, 면회소 앞에 밝게 켜진 가로등쯤이라고 해야 할까. 이글이글 타오르며 가슴을 데워준다. 훈련소 면회소가더 낫겠나? 이제 곧 사랑하는 자식이나 애인이 저 문 앞을 지나서 나타날 것이라는 설레는 기다림.
보기만 해도 장중하다. 디자인이 주는 위엄도 그렇고, 845라는 출력관이 주는 경외감도 한몫을 더 한다. 내용을 알고 보니 역시 이탈리아제다. 이탈리아가 아니라면 이런 매혹적인 디자인은 쉽지가 않다. 굉장히 거구이면서 무게가 53kg이나 되는 데도 둔중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않는다. 유서깊은빈티지의취향이물씬풍기고있는것이다.
제작사의연혁을보면 1993년부터시작된다. 최초에는소규모의가족공방으로시작했지만지금은 10여종의제품을, 그것도진공관제품만을만드는 전문 업체로 성장했다. 시작이 1993년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앰프를 통째로생산하기시작한햇수이고, 사실은현재의경영자인로렌조사나비오의부친이트랜스장인이었다. 무려 50년이상을트랜스제작에바친결과를 그 아들이 앰프로 추가 접목을 시킨 것이다. 그동안 이탈리아를 비롯하여유럽전역에서그트랜스로제작한제품들이부지기수였고, 그사나비오표트랜스는일본에도상당히들어간모양이다.
출력 트랜스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동네 아주머니가 시키는 대로 물레를 돌려 만드는 경우도 있으며,공고생이 만드는 경우, 공장에서 그냥 기계로 만드는 경우, 아니면 늙은 장인이 손수 앉아 종일 코일을감는 경우 등 여러 모습을 봤다. 감는 방식은 물론이고, 코일의 두께·재질, 코어의 재질 등 수많은 편차가 있어서 고급 앰프인지 아닌지를 감별하게 되는데, 우선 이 제품은 그 트랜스에 있어서 세계 최고등급이라는것이검증된다.
845라는 출력관도 특출한 경우에 속한다. 이 출력관으로 만드는 앰프는 별로 많지가 않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이 출력관을 구할 길이 없어서 일본에서몇알을사왔다는경우도봤다.
A급 싱글 앰프를 선호하는 일본에서 이 대형관은대인기인데, 고급 자작파들이 애용하는 대표적인 관이기도 한 것이다. 게다가 이 관처럼 운치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인기 충천인 300B도 불을 넣으면 밝은 방에서는 도대체 통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며,어두운 방에서도 희미한 가로등처럼 매가리가 없는데 비해 이 출력관은 다르다. 그 아름답고 매력적인불빛은 음악을 듣지 않아도 가슴을 충만하게 해 준다. 오디오 마니아들은 일종의 감금되어 있는 수인들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교도소 앞, 면회소앞에 밝게 켜진 가로등쯤이라고 해야 할까. 이글이글 타오르며 가슴을 데워준다. 훈련소 면회소가 더낫겠나? 이제곧사랑하는자식이나애인이저문앞을지나서나타날것이라는설레는기다림.
이 관은 다 좋은데 고전압이라 취급에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설명서를 보면 이구동성으로 함부로 열지 말라는 경고가 부착되어 있다. 게다가 충격에 몹시 약해서 함부로 운반하다가는 필라멘트가 끊어질가능성이 높다. 극도로 세심한 취급을 해야 한다.단, 거치해 놓은 다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수명도 300B 못지않게길며고장도없다.
이 관은 본래 1931년 RCA에서 AM 라디오의 송신관으로 개발한 대표적인 3극관이다. 비슷한 관으로211이 있는데 전기 특성은 유사하고 바이어스 전압만이 다르다. 211이 여성적인 성향이라고 한다면845는 다소 남성적인 경향으로 저역의 힘도 뛰어나다. 흔히현악은 211이낫다고하고, 성악은 845라고도한다. 211을과거에한동안사용했는데밤에불을끄고 앉아 있으면 마치 이글거리는 용광로 불빛이연상된다. 이 845 관은 귀하고 가격도 비싸다. 국내의 진공관 업체에는재고가 없는 경우가 태반인데, 이런 출력관의 앰프가 수입된 것도 상당히오랜만인것같다. 반갑다.
이 제품은 동 제작사 인티앰프의 맨 위 형님뻘이다. 듀얼 모노처럼 구성을 했고, 프리 드라이브단에는 ECC82 2알, 드라이브단에는 6SN7 2알,출력관으로는 채널당 2개씩 845를 사용해 A급으로 55W를 뽑아내고 있다. 고압을 걸면 그 2갑절의 출력도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전기세가 많이들며, 진공관앰프로그런대출력은별로효용가치가없을것이다.
4계통의 라인 입력 단자가 마련되어 있고, 진공관 앰프 본연의 길을 가기 위해 밸런스 단자는 없다. 근래에는 아날로그 제품에 자꾸 밸런스 단자를 만들고, 그런 회로도 집어넣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엔지니어들도 의견이 다르지만 미국의 한 앰프 제조사는 밸런스 회로는 물론이고 겉모습일망정밸런스단자자체를거부하는경우도있다.
피드백은 걸지 않았고, 4Ω과 8Ω에 대응하고 있다. 제품의 무게는 국가대표 역도 선수가 아니라면 아예 들어 올릴 수가 없으므로 이 점도 유념해야할점이다.
내가 이 앰프를 사용한다면 앞에 부착해 놓은 보호 그릴을 빼버리는 것이낫겠다. 누가손댈까봐그런보호장치를부착해놓은것이지만마치 4층짜리 빌라 발코니를 보는 것 같아서 운치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원래 오디오가 거치되어 있는 방에는 안 들어오기 때문에 안전은염려할바가아니다. 사실들어오라고해도안들어온다(?).
오랜만에 다시 들어 보는 845의 소리가 궁금하다. 진공관 앰프는 적어도 30분은, 그리고 이런 제품처럼 신제품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웜업이필요하지만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들어 보는 귀의 냉정성을 참조해 주시길 요망한다.
요즈음 일부 인터넷에 보면 오디오 평론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하는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눈에 띄어 심기가 편치 않지만 그 분들은 하나는 알고둘은모르는사람들이다. 자신들이쓰는기기는구입당시하고 지금 소리가 똑같은가? 아마 백이면 백 다아니라고할것이다. 그러면당신들은사기꾼이란말인가? 물론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글들 역시 당연히기기에대한기술적인배경과그리고처음얼마간들어 본 소리라는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아주 완벽하게 1주일째 소리, 한 달째의 소리, 1년째의 소리해 가면서 평생 걸려 몇 제품 리뷰만을 한다면 그건경우가 다르지만 말이다. 결혼 생활 10년 이상이라면 각자 마누라의 지금 성격을 결혼 초기와 한 번 비교해보신다면어쩔까그런생각까지도든다.
이 앰프를 심오디오의 CD5.3 RS와 스피커는PMC의 OB1i, 그리고 B&W의 803 다이아몬드로 교차 매칭을 했다. B&W 803 다이아몬드는 우퍼가 3개나 되며 중역이 1개, 그리고 트위터가 다이아몬드로이번호에시청기가게재되어있는제품이다.
약간 걸쭉하면서 여유 만만한, 약간 뒤로 몸을 젖히고 다소 오만하게 노래 부르는 테너의 모습이 보인다. 쭉 깊이 뽑아 들이고 다시 길게 내뱉는 호흡이길고힘이실려있는사운드인것이다.
우선 시원하다. 시야가 툭 트이면서도 그냥 맑기만한 들판이 아니다. 군데군데 수목이 있고, 채소밭이푸르게 펼쳐져 있으며 때로는 새 떼들이 후루룩 날아가고 있는 맛도 난다. 바로 이것이 845의 색깔이다. 담배 연기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 잡담을 주고받는웅성거림이있는재즈바가연상된다.
이 앰프는 한 가지의 색깔만을 시종일관 고집하는스타일이 아니다. 연주 음반에 따라 분위기가 밝았다가 거칠었다가 음울했다가 다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하는 복합적인 카멜레온 같은 변화미가 보인다. 장시간 이 앰프에 심혈을 기울여가며 조정할 줄 아는 애호가를 위한 제품이다.
글:
김남
2010.09_64-66.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