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독일제의 홈오디오 시스템을만난다. 80년대 독일제 인티앰프 아인슈타인이 출시된 후 어찌된 셈인지 보편적인 가정용 기기는 그 맥이 끊어져 버리고 그 이후에는 독일제의 오디오로서는 고가의 하이파이 제품만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그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독일은 세계의 선진국이면서도 우리나라와는 격이 다르게 검소한 가풍, 국풍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가이다. 승용차만 해도 아직 자동보다는 수동이 더 많고, 사치스러운 제품과는 어쩐지 맞지 않는듯한 이미지가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 이 제품을 보는 첫 느낌은 마치 오디오의 기준이 지금처럼 크게 사치스럽지 않고 더 정감 있었던 80년대의 기준으로돌아온 것. 확실히 그 시절은 정서적으로나 객관적 측면에서 지금보다는 더 이성적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 기기로 못들을 음악이 뭐가 있느냐. 그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한 보급기의 선전 카피도 그 시절이었다. 고가의 하이파이들의 틈새에서 대중적인 제품들이 오히려 숨을 죽여 버린 것만 같은 이 시대에 빙긋이 미소 지으며 수줍게 선을 보이는 제품, 그런 체취가 물씬 풍기는 기기가 바로 이런 제품인 것이다.  AVM이라는 이름은 그 뒤에 ‘Next Generation’ 이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는데, 상세한 자료가 없어 아쉽다. 그러나2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정통 메이커이며 기본적으로 수제품과 대등하게 엄밀한 생산과정을 거치며 대량생산이 아니라 독일 내에서의 소비를 목적으로 소량생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도 품목이복잡한 종합생산이 아니고 앰프와 CD플레이어에 한정하여 세트 개념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라인은 아주 단출하고 전문성이 배가되어있는 것 같다.  국내에는 오래전 한 차례 첫 모델이 수입되었다가 새롭게 신제품이 선을 보였다. 이미 인티앰프는 소개한 바 있지만CDP 리뷰를 위해 같이 왔기에 인티앰프부터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인티제품으로서는 드물게 날렵한 체구임에도 대출력을 자랑한다. 그렇다고 하여 열이 과도하게 상승하거나 험이 나온다는 그런경우는 전혀 없다. 그 점이 무엇보다도이 제품의 미덕이다. 프리앰프부와 파워부분이 분리되어 있고 50,000㎌ 용량의콘덴서와 2개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안정적으로 전원공급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기반 위에서 최신의 메커니즘이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3개의 RCA 단자 외에 1개의 밸런스 단자,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모니터 기능을 가진 테이프 입출력 단자가 있는데 이 단자는 별도의 포노 단자와 승압트랜스 단자를 사용하기에 용이한 것들이다. 또 프로세서 입출력 단자가 있어서 이퀄라이저나 액티브 서브우퍼를 연결할 수 있으며MM 및 MC용 포노 카드, FM 튜너 카드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디지털 볼륨은 0.5dB 단위로 정밀하게 조정되는데 그효력은 아주 뛰어나다. 아마 인티앰프로서 이런 미세한 조정능력을 가진 제품이 또 누구인지 얼른 꼽기가 어렵다. 강건하기 짝이 없는 니켈 크롬 도금의 섀시도 마치 8, 90년대의 제품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이외에도 흑장 패널도 있어서 취향대로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어떻든 외피에 투자하여 가격을 올리는 제품은 아닌것이다.  파워부는 목표를 높은 주파수 대역폭,낮은 디스토션, 낮은 노이즈와 높은 댐핑팩터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끝에 자신들만의 특수 회로를 찾아내어 그 회로를 채널당 2개 사용, 낮은 임피던스의 스피커에도 충분한 전류를 공급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헤드폰 단자까지 마련된 자상한 장치에도 일부 보급형 일본제들처럼 어수선하지 않고 중앙에는 디스플레이창이 있어서 현재의 작동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튜너 카드 등을 설치했을때의 배려로 보인다. 이 디스플레이 창을이용해서 라우드니스, 밸런스 조절과 다양한 고급 설정도 가능하다. CD 플레이어는 앞선 인티앰프와 동일한 가격대인데, 주요 특징은 업샘플링 회로와 고정밀 A/D 컨버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CD에 수록된 정보들은44.1kHz 샘플링의 오디오 포맷과 16비트 해상력에 의하여 결정되지만 이 기기는 24비트 컨버터로 아날로그 시그널을재생하고 주파수 대역도 192kHz까지 올려준다. 대중기의 가격대이면서도 최상의 기술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추가하여 독자적인 오실레이터 회로를장착, 아날로그, 디지털 신호 변환과정에서 필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잡음(지터)을 감쇠시키고 있다.  위의 두 제품을 세트로 하여 사운드포럼의 2웨이 비올라 스피커로 음을 들어본다. 세라믹 우퍼와 역시 세라믹 트위터를 장착한 이 스피커는 감도가 다소 낮은편이지만 이 세트와 매칭 결과 여태까지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밑바닥의 속삭이는 듯한 미음에서부터방을 넘실거리는 중저역과 뻗어 올라가는 고역의 실체를 완전히 장악하여 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평상시 이 스피커는20W 진공관 파워 앰프로 울리고 있는데이 스피커는 파워가 들어가면 들어간 만큼 그동안 건드리지 못했던 쪽의 소리를끄집어 내준다. 음색은 차거나 두툼하거나 하는 편이 아니다. 정밀한 기기의 수준은 고열과 험에서 일단 분간이 되지만이 제품에서는 일말의 험도 없고 수시간을 가동해도 따뜻한 온기가 피어날 뿐 뛰어난 방열대책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서 정숙미도 유감없이 보여준다.  레스피기의‘로마의 소나무’에서 새벽안개 속으로 진군해 들어오는 군대의 발자국 소리란 이런 대출력의 앰프에서 만들을 수 있는 쾌감이다. 멀리 그림자가다가오는 듯한 낮은 음이 점점 다가오는 희미한 적막감이 상쾌하기까지 하다. 사운드의 경향은 아주 단정하다는 것이 첫번째 느낌. 잡다한 부스러기 같은 것들은배제되고 잘 걸러진 사운드가 힘 있게 올라오는 것이다. 그러나 뛰어나게 맑고 세부가 다 들여다 보일만큼 섬세한 것은 아니다. 그런 제품도 많지만 그 경우 음이너무 상쾌하여 여성악에서의 빈곤, 현의날카로움 같은 것이 귀를 피곤하게 하는그런 상황이 발생하기가 쉽다. 그렇다고일부 보급기들이 보여주는 두툼함과 약간의 탁함, 그리고 무게가 없이 엷게 펼쳐지는 대편성의 불쾌감 같은 것은 더 안좋은 것이고 보면 그 중용을 만든다는 것이 오디오기기의 목적이 될것이다. 이 제품은 박스 오픈 제품이라서 에이징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청을 시작했기 때문에 윤기나 매끄러움이배어나기 전의 상황이지만 마치 계산을해놓은 것처럼 정확하고 소년병이 잘 다림질한 군복과 모자를 착용한 것처럼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피아노타건의 깊이, 음성의 리얼리티 등에서도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객관적으로 연주를 하기 때문에 약간 냉정한 느낌도 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안심하고 몇 시간 정도를 쉽사리 음악에 묻히게 해준다. 주정이나 잔소리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은기기인 것이다. 두 제품을 세트로 하지않고 별개로 들어 봤어도 그러한 느낌은대동소이하며 마치 작은 모범생을 한 사람 만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기기는 근래 등장한 가장 견실하고 신뢰도가 높은 제품이라는 믿음이 강해진다. 성능의 우수함만 보장이 된다면 거치의 간편함에서 이런 인티앰프와 CD 플레이어의 효율성을 능가할 제품이 없다.독일이라는 국가의 신뢰를 배경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이런 정직하고 도덕적인기기의 등장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정도의 기기로 듣지 못할 음악이 과연 어디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