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나는 이런 말을 했었다. 어느 새인가 나도 높은 해상도가 점차 귀에 익어 간다. 오디오처럼 기술 발달이 더딘 제조업도 없어 보이지만, 분명 차이가 나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과 스피드, 해상도가 아니라 음악적 감성이라는 말을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 왔다. 그러나 막상 나조차도 펜을 들고 오디오 앞에 앉으면 그런기준을 망각하는 경우가 사실 적지는 않다. 나도 당장은 귀에 들어오는 소리, 예쁜 모습에 본능적으로 고개가 돌아가는것은 어쩔 수가 없다. 명백한 기준과 객관적인 데이터는 설명하기는 부담이 없을지 모르지만, 이 캐피톨레 클래식 CD플레이어가 들려준 음악은 그런 기준이나 숫자로 말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독자에게 그것을 설명해주는 것 역시쉬운 일은 아니다. 박스를 열고 캐피톨레 클래식을 꺼냈다. 필립스 CDPRO 2 메커니즘을 장착하고 손으로 뚜껑을 열어 CD를 넣고 스태빌라이저로 고정하는 톱 로딩 방식이다. 테이블에는 스프링 서스펜션이 달려있는 것이 보인다. 24비트 192kHz 리샘플링에 DAC 부분은 버브라운의 제품을사용했다. 기술적인 스펙은 중복됨이 많기에 지난 4월호의 하이엔드 CD 플레이어 특집에 소개된 캐피톨레 레퍼런스의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캐피톨레 클래식은 기존의 프리와 CD 플레이어의결합된 형태에서 프리 부분을 들어냈다.물론 캐피톨레 레퍼런스와 동일한 CD부를 가지고 있고 프리부와 아날로그 볼륨이 없기에 그만큼 가격은 내려갔다. 아마도 캐피톨레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하게되는, 기존에 프리가 있는데 이것을 처분하고 가야 되는지 그냥 써야 되는지에 대한 망설임이 이 모델이 등장하면서 어느정도 해결이 될 듯하다. 참 이상하게 오디오에 중복되는 기능이 겹쳐 있으면 아주큰 손해를 보는 느낌이든다 러시아와 미국적 감성이 섞여 있는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앨범(Decca, 리카르도 샤이)으로 시작을 해본다. 생각 외로이 음반의 화려함과 탄력적인 타악기가잘 나온다. 앞서 말한 서설 때문에 캐피톨레 클래식이 기본적인 특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오해이다. 화사하거나가는 음색의 소리는 아니지만, 무대가 무척 넓게 형성이 되고 무엇보다 저음역의매력이 있다. 듣는 동안 안정감이 있고항상 편하게 들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하나가 든든한 저음이 받쳐주는 대역간의 밸런스가 큰 역할을 한 듯하다. 빠른반응이 풍부함보다 우선시되는 요즘 캐피톨레 클래식은 그 접점을 잘 잡아냈다.오디오적인 저음 특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음악적인 풍부한 기분 좋은 저음을 만들어 내고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같은 소리가 좋다.약간 뒤로 물러나 무대를 넓게 만들면서펼쳐놓은 오케스트레이션도 그렇고, 그덕분에 정위를 잡기 위해 지나치게 소리가 가늘어지지도 않는다. 아쉬케나지의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Decca)을들어보면피아노가투명해지면서도왜곡이 없다. 피아노가 가져야할 투명도와 힘있는 울림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음 자체에 현실감 이있다. 라디오를 녹음한 라빈의 바이올린 소품(Tahra)과 같은 오래된 음반도 부담이없고, 대부분의 CD 플레이어에서 현실감이 없이 들리던 로카텔리의 바이올린 기법(Turtle Records)의 고역의 바이올린 음색도 캐피톨레 클래식을 통해 들으면 분명 바이올린임을 알 수 있다. 세밀하면서도 현실성을 잃지 않고 현의 소릿결이 살아있는 감각적인 진한 음색이다.  미려한 음색이라기보다는 안정감이 있고 감성이 풍부한 울림을 만들어 내지만,한편으로 오디오적인 기본기도 충분히가지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설명하기 힘든 장점으로, 또 단기간에 귀에 들어오는특징도 아니고, 대부분 쓰면 쓸수록 천천히 알아가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듣기가좋아졌다거나 한두 소절 듣고 리모컨을 찾는 나쁜 습성이 개선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또 토요일 이른 아침에 평소보다큰 음량으로 틀어놓아도 음악 소리에 잠을 깬 내자가 오늘은 소리를 낮추라는 잔소리를 않고 옆에 앉아 신문을 보는 점도 캐피톨레클래식이 가지는 장점이다 친근감 있고 편안한 음색에 풍부한 표현력 때문에 의외로 재즈 음반에서도 큰장점이 된다. 안정감 있는 베이스와 사실적인 퍼커션의 바탕 위에 연주되는 피아노나 관악기의 울림이 살아 있다. 쓸수록 느끼는 것은 캐피톨레 클래식이 해상도나 반응 속도가 동급의 하이엔드에비해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월등한편에 든다는 것이다. 그것을 부각시키지는 않지만 오디오적으로도 불만 요인이없기 때문에 이것 역시 편하게 음악만을 듣게 만들어 주는 여러 요인 중에 하나이다. 소리의 감촉이 좋다. 항상 감각적인 표현력을 가지고 울려주는 풍성하고 넉넉함이 좋다. 그 넉넉함만큼이나 널찍한 무대 역시 좋다. 너무도 개인적인 취향과부합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칭찬 일변도로 나가, 평론이 아니라 광고가 되어 버린 것 같아 우려도 있다. 또 필자의 스피커와 같은 수입업체이고 이 둘의 조합이잘 어울리기에 가지는 메리트도 분명히있다. 오디오 에어로 캐피톨레는 필자가 왈가왈부하기 이전에 이미 오디오 마니아 사이에서는 단기간에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은 브랜드가 가지는 배경을 뒤에 업은 탓도 아니고, 대대적인 광고를 통한 것도 아니라 자연히 마니아사이에서 형성된 것으로 알고있다. 나는 오디오 에어로를 소개하기보다는그저 그 평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확인하는 정도로 리뷰를 마무리 하고자한다. 먹물로 그린 수묵화적인 감성과세밀함이 밸런스를 이룬 절묘한 균형감,그리고 요즘 듣기 힘든 풍성함의 저음을가진다. 오디오에서는 의외로 많지 않은프랑스산이지만 듣고 있으면 독일이나일본산과는 전혀 다른 프랑스다운 풍취가 있다. 어제는 한 음악 평론가와 자리를 같이했다. 오디오 마니아들은 음악을 제대로듣지 않는다고 말한다. 조금 듣고 돌리고, 리모컨 먼저 찾고, 음악을 듣는 것인지 기계를 자랑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사실 그런 면도 있지만 그런 것이전부라면 캐피톨레가 높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의 음반 리뷰에있는 대목을 인용하자면 요즘은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오디오가 많이 있다. 하지만 좀처럼 감동을 주는 오디오는별로 없다. 캐피톨레 클래식은 그 흔한SACD도 되지 않는다. 독자적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과감한 투자를 보여주지도않았다. 프리앰프부를 제외시켰다지만 그래도 디지털 입력조차 되지 않는 것도 불만이긴 하다. 반론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주 잘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CD 플레이어는 아니다. 대신 듣는음악에 감동을 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