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의 명가가 예기치 못한 이유로 잊혀지는 경우가 있다. 모든 일들이 수공업으로 이루어지던 시대에는 진정한 실력과 노하우를 가진 장인의 기술들이 건강상의 문제나 사고 등으로 후세에 이어지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비단 오디오업계뿐 만의 일은 아니겠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브랜드를 그 회사와 직접직인 인연이 없는 또 다른 사람이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사례에서 과연 오리지널 제품들이 생산되던 시절이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Revolver라는 스피커 회사도 그런 예에 속한다. RevoIver는 1979년 한 오디오 판매점 사장이 턴테이블과 소형 스피커를 직접 제작하면서 탄생된 브랜드로 제작된 제품의 상당량을 수출 판매했었다. 이 후 그 제작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제품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RevoIver라는 이름은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2002년 영국의 스피커 제작사인 Heybrook과 JPW의 의식 있는 경영진이 음향관련 파트너십을 통해 Revolver를 되살려냈다. 오랫만에 다시 생산을 시작하게 된 Revolver스피커를 제작하기 위해 Mordaunt Short와 Heybrook, JPW의 수석디자이너 및 엔지니어들이 모여 전통적인 브리 티시 사운드의 장점을 골고루 혼합시킨 새로운 Revolver스피커를 완성 시켰다. R16은 최근 출시된 Revolver의 R 시리즈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스피커이다. 작지만 서라운드용 스피커는 아니다. 순수한 스테레오 하이파이를 고려하여 제작된 북쉘프 스피커 이다. 트위터는 메탈돔 트위터를 사용하며 우퍼는 영국인들이 좋아하고 즐겨 사용하는 케블라콘 소재에 유리섬유를 합성하여 사용했다. 캐비닛 전체가 무의목 마감으로 매우 단단한 인상을 준다. 대개 케블라 소재의 드라이버를 장착한 스피커가 단단한 캐비닛으로 통울림을 억제시킨 경우 음의 이탈감이나 개방성이 제한되어 스테이징이나 음장감이 소박해지는 특징을 보이는데 Revolver R16도 그런 경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운드는 밝은 음색을 중심으로 특정 대역이 튀지 안는 온화한 개성을 갖고 있다. 특히 모나지 않으면서도 매끄러운 윤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고역 표현을 과장하지 않으며 투명하면서도 산뜻한 특성으로 자극 없는 음을 들려주어 음악에 쉽게 빠지게 만든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영국제 스피커들의 장점을 섞어 놓은듯하여 고역이 깨끗하고 투명하며 해상력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볼륨을 대음량으로 올리면 고역이 얇아지고 예리함이 강조되는 북쉘프들의 약점에서 Revolver도 역시 자유롭지는 않다. 이는 메탈소재의 트위터가 갖는 공통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기본기가 탄탄하며 AV용 스피커들과 비교하면 휠씬 뛰어난 질감을 보여준다. 생김새와 달리 적당한 색채감도 갖추어 경직되지 않고 윤기 있는 사운드를 얻어낼 수 있다. 네트워크 크로스오버의 경우도 이런 특성을 대변해준다 통계적으로 우퍼의 재질이 폴리머 소재나 금속 소재인 경우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사이의 크로스오버가 3kHz 이하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퍼가 유연한 재질이고 특히 케블라가 되면 우퍼에서 담당하는 음역이 더 높아지고 트위터의 대역은 줄어 3kHz이상 크로스오버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Revolver R16은 메탈트위터를 사용하고 상쾌한 해상력과 함께 자극성이 없는 사운드를 내주는 것이다. (아리조나드림 OST)에서의 각종 어쿠스틱 사운드들은 정겹게 들린다. 겉보기에는 색채감이나 온도감 같은 뉘앙스 풍부한 사운드와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사용된 미드/베이스의 성향 덕분에 소리가 막힘 없으며 탄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소리가 커지면 다소 경직되는 메탈 트위터 재질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포근하면서도 살가운 느낌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성이 온순한 만큼 저역의 역동성이나 순발력보다는 부드러운 탄력과 물기 가득한 질감이 앞선다. 매우 역동적이고 강한 저역을 생각한다면 Revolver R16은 최고의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부드럽고 탄력 있는 저역과 마일드 풍의 전망 좋은 사운드를 원한다면 좋은 선택이 된다. 리듬감과 음의 생기가 잘 표현되는 대신에 저역의 중량감이나 역동성은 조금 아쉬운 정도이다 되살아난 Revolver의 사운드는 최근 영국 스피커들이 추구하는 것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자극성은 적고 온기는 살아나 탄탄하고 안정적인 사운드를 재생하는 스피커로서 가격 대비 준수한 스피커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