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PSB스피커에 대해 느끼는 매력은 질 좋은 중저가의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다기능 스피커라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경제적인 고성능 스피커의 이미지를 안겨준 것은 간판 모델인 Image 시리즈 덕분이다. 이름만큼이나 상상 이상의 성공을 거둔 Image시리즈는 중급 홈시네마 스피커와 스테레오스피커 부문을 휩쓰는PSB의 성공시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너무도 성공적인 Image시리즈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왔다. 흔히 1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는 영화계의 속설처럼 중급기로 커다란 성공을 거둔 결과, 더 저렴한Alpha시리즈 같은 입문형 저가 스피커들까지는 좋았지만 정작 PSB가 노력해서 만든 고급스피커들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Image시리즈에 앞서 등장했던 Status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Image로 대변되는 PSB에 대한 생각은 잊어버리자. PSB가 기존 이미지로부터 변신하여 한 단계 위로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PSB에는 Status시리즈에 Gold, Silver, Bronze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개념으로 Platinum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PSB의 기본이념은 퍼포먼스와 경제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즉, 가격 대비 성능이 아주 우수한 스피커들로 그리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음악과 영화의 서라운드를 즐기기에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PSB의 스피커 대부분이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고 제작되어 왔다. 단순히 저렴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생음의 퀄리티 향상을 이끌어 내기위해 기술적으로 돈과 음질의 관계를 풀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에는 캐나다의 국가 과학연구기관의 음향연구기술과 Floyd Toole라는 유명한 박사의 영향이 있었다. 그들의 공동 개발 덕분에 Paul Barton은 단순히 비싼 트위터나 우퍼 또는 화려한 마감으로 비싸게 만들어 비싼 소리를 내기 보다는, 공간과 스피커의 음의 지향성 관계, 드라이버들과 크로스오버 그리고 공간과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기술적인 연구를 통해 저렴하면서도 안정된 성능을 보여주는 스피커를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PSB의 모든 스피커들은 자사에서 직접 설계한 드라이버들을사용하며, 유닛의 배치방법에 따라 벽이나 천장 그리고 바닥 등과의 반사음, 직접음을 고려하여 네트워크의 설계를 바꾸어 튜닝하는 다양한 기술적인 시도가 담겨 있다. PSB의 이런 노력이 Alpha나Image시리즈 등에 담겨져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들의 오랜 노력으로 오늘날의 PSB처럼 규모 있는 스피커 회사가 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가격 대비 성능의 우수성과 중저가 이미지가 너무도 강한 PSB 스피커들은 다양성을 갖지 못했다. 제품은 많지만, 항상 등급은 엔트리와 미들클래스에 포진된다는 사실이다. PSB에게는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다. 보다 더 규모 있고 뛰어난 스피커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품들의 종류와 가격 별로 다양한 라인업이 확충되어야 했다. 즉, 최대 약점인 고급브랜드의 이미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플래그십이 필요했다. 기존의 Status시리즈가 하이엔드 제품들과 함께 추천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플래그십으로서의 PSB의 명성을 높여주기엔 이미 10여 년이 지난 시리즈이며 더 이상 새로움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새로운 플래그십으로서 철저하게 준비, 기획된 뒤 2년여의 개발 시간을 거쳐 탄생된 PSB의 새로운 플래그십 이 바로 Platinum 시리즈이다. 새로운 플래그십으로 철저하게 준비된 스피커답게 모든면에서 기존 PSB제품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심지어 기존 최상위 제품군인 Status시리즈 마저도 Platinum시리즈와의 상관성이 전무하다. 개발자 스스로 밝혔듯이 백지에서 출발한 새로운 스피커 시리즈이다. Platinum의 특징은 기존 PSB스피커들과는 다른 새로운 드라이버를 개발하여 사용했다는 점이다. PSB는 전통적으로 알루미늄트위터를 사용하며, 우퍼와 미드레인지는 제품등급에 따라 폴리프로필렌이나 알루미늄 소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한 드라이버를 사용해왔다. 물론 소재는 유사하더라도 시리즈마다 드라이버들은 모두 각기 다르게 설계, 제작되어왔다. Platinum T6의 사운드 테스트에는 2가지 앰프를 사용했다. 하나는 Jeff Rowland의 Concentra 인티앰프와 중저가 앰프를 대신해서 Mookaudio의 911파워 앰프, 테스트용 프리앰프 키트를 사용했다. T6의 실제 외형을 보면 크기가 사진보다 큰 편이지만 생긴 것과 달리 사운드는 정반대 이다. 오히려, 크기나 무게보다는 전면의 라미네이트 알루미늄과 유리섬유와 같은 소재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스피드와 현대성이라는 특징 이 훨씬 강하게 묻어 나오는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전반적으로 음색은 투명하고 선명하며 음의 단속은 매우 빠르고 정확하다. 고운 채로 걸러낸 듯 음의 입자들은 매우 고우며 대단히 깨끗하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자극성이 ‘0%’ 에 가깝다. 흔히 현대적이라는 단어에서 공격적인 고역이나 꽉 조여놓은 저역 그리고 차가운 보컬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PSB는 현대적인 음의 특징인 빠른 음의 단속과 세련되고 치밀한 디테일을 명확히 살려내면서도 결코 귀를 자극하거나 피로를 느끼게 할 만한 그 어떤 요소도 보여주지 않는 놀라운 재능이 있다. 온도감은 약간 차가운 편에 가까우며 밝기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아주 알맞은 상태이다. 따라서 녹음들에 담긴 공간감의 재현은 매우 뛰어나다 음반에 담긴 콘서트 홀의 공기감이나 라이브 녹음들의 현장감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살려 내준다. 투명하고 입체적인 공간 재생과 더불어 스테이지에 있는 다채로운 악기나 보컬 등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준다. 음상은 매우 정확하며 어둡게 뒤로 물러나거나 너무 밝아서 앞으로 튀어나오는 일이 없다. 현대적 인 장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제작자의 말처럼 뉴트럴한 사운드를 연출해낸다. Reference Recording의 (Tutti)나 아르농쿠르가 연주한 (Mozart Requiem)에서 오케스트라가 있는 연주홀의 공기 냄새를 싣게 느낄 수 있는 입체적인 콘서트 홀의 이미지를 넓게 펼쳐 보인다. 금관악기의 뻗침도 매우 세련되고 선명하며 금속적인 피곤함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각각의 악기들의 배치도 쉽게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정위감도 흘륭하다. 특히 투명하고 치밀한 해상력은 녹음 당시의 주변 소음들마저 생생히 살려 내준다. 대역밸런스는 매우 평탄하며, 대역간의 이음새가 매우 매끄러우며 자연스럽다. 특정 대역이 튀거나 부족한 기미가 전혀 없다. 저역은 소구경 우퍼를 사용한 스피커답게 양감이나 부밍 같은 스트레스를 완전히 걷어냈으며, 매우 빠른 스피드의 저역으로 초저역의 깊이감도 부족함 없이 재현해낸다. 팀파니의 초저역은 정확한 타이밍으로 흐트러짐 없는 단단한 타격을 보여주며, 심지어 Prodigy나 Eminem의 난잡한 테크노사운드의 전자효과음들의 저역 울림들도 선명한 에지로 리듬을 깨끗하게 그려낸다. 중역의 보컬들은 따뜻하고 기름진 사운드를 구사하는 스피커들 만큼 두툼하고 볼륨감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오히려 정확한 발음과 깨끈한 음색 덕분에 보컬들의 감정 표현은 매우 정확하다. 특히 고역의 디테일은 상당히 뛰어난 편으로 녹음들의 잡다한 주변 잡음들까지 잡아낼 정도지만, 강한 에너지나 피곤하게 만드는 강성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앰프의 매칭에 있어서는 상당히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다. T6의 스펙 중 감도는 대략 90dB 수준으로 상당히 현대 스피커 치고는 매우 높은 편이다. 꼭 스펙 때문이 아니라, 몇 가지 앰프로 테스트해 본 결과, 구동하기가 쉽고 앰프를 가리는 특이성향을 보여주지 않는다. 음의 이탈성이 매우 좋은 편으로 대출력 앰프나 구동력이 좋은 앰프가 아니더라도 음을 쉽게쉽게 뱉어내며 저역의 컨트롤도 까다롭지 않다. 물론 대출력의 반도체 앰프들이라면 좋겠지만, MookAudio의 911앰프로도 어렵지 않게 T6를 울릴 수 있다. 음색이나 컨트롤 정도로 볼 때, 좋은 음색을 갖는 진공관 인티앰프로도 상당히 수준 높은 사운드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Platinum T6의 가치 과연 칭찬 일색인 이 스피커에 결점이 없는 것일까? 현재로는 정말로 별다른 불만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음색적인 면에서 좀더 진한 색채와 두터운 중역의 볼륨감을 원하는 경우라면 PSB의 Piatinum은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한 회사의 플래그쉽 스피커로서 불과 500만 원대의 가격 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시리즈를 눈 여겨 보아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 가격대의 스피커들 이라면 Thiel이나 B&W 그리고 Wison Benesch의 몇몇 제품들이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음악성, 대역밸런스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10명 중7~8명은 좋다고 할 만한 대중적인 보편성 등 여러 면에서 볼때 PSB의 새로운 플래그십은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 또한1000만원 이내의 스피커들과 경연대회를 치러도 입상이 가능할 만큼 가격 대비 성능도 뛰어나다. 때로 테스트를 하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보물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PSB의 Platinum T6가 바로 그런 스피커이다. 그 동안 중저가 스피커만을 내놓았기 때문에, PSB의 스피커라는 이유 때문에, Image시리즈가 생각나기 때문에, 이 새로운 Platinum시리즈 스피커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 상상하지 마라. Image를 떠올리지도 마라. Platinum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PSB의 플래그십은 PSB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 엎는다. 반드시 오디션을 치루어야할 주목할 만한 스피커이다. 기회가 된다면 멀티채널과 서라운드테스트로 다시 한번 지면에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최고의 Best B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