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기는 동사의 C 520, C 521, C521i에 이은 네번째 버전이다. 전작에 비해 CD-R/RW에 대한 호환성이 향상되고 신호 출력 임피던스를 낮춘 것이 개선된 점이다. 이미 520시리즈는 오디오 시장에서 검증 받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보급도 많이 되었다. 특히 본기는 영국 '왓 하이파이' 지에서 2003년도 200파운드 이하 CD플레이어 부문 ‘베스트 바이' 로 선정된 바 있다. BEE라는 접미사는 기술적인 의미가 아니라 이번 모델을 튜닝한 NAD사 엔지니어의 이름(Bjorm Eirc Edvarsen)을 줄인 애칭이다. 바로 NAD 2030이라는 유명한 앰프를 설계한 사람이다. 모델명이 제품의 성격을 이처럼 잘 드러내는 경우도 드문 것 같다. 오디오란 요란한 기술적 용어나 외적 치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이야기하고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도구라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이미 식상한 레퍼토리인 줄 알면서도 영국제 오디오에 대해 항상 쓰는 표현이 또 나을 수밖에 없다. NAD의 제품들 자체가 고가라든가 화려한 치장과는 거리가 먼 실용성 위주의 라인업이다 보니, 본기도 저렴한 가격대에 걸맞게 참으로 수수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내부 디자인을 보면 버 브라운의 시그마 델타형 20비트 DAC 칩을 사용했고, 최종 출력단에 단 하나의 커플링 콘덴서를 사용한 것 외에는 신호 경로에 다른 콘덴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전원을 중시하는 메이커의 제품답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파트에 별도의 전원부를 둔 점도 돋보인다. 음질은 밸런스가 뛰어나고 날카로운 느낌도 들지 않아 무난한 편이다. 출력 게인도 충분해서 다른 기기와도 잘 어울릴듯하다. 몸집은 가벼운 편이면서도 소리는 전혀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무게와 연륜이 실려 있다. 외양처럼 음색도 약간 차분하고 진중한 편이어서, 튀는 것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다. 그냥 실속 있는 가정용 하이파이 오디오로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본기의 아날로그적인 측면, 즉 수 십만원 남짓 하는 기기라도 세심하게 튜닝하여, 설계자의 이름을 달아 세상에 내놓는 정성만은 높이 사고 싶다. 특히 수치와 그래프로 설명되는 기술적 진보가 정작 주인인 소비자를 소외시키고, 고가의 사치품이거나 아니면 아예 일회용처럼 찍어대는 플라스틱들로 양분된 21세기오디오 업계 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김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