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가장 좋은 스피커가 아닌 가장 인상 깊었던 스피커를 묻는다면 단연코 필존스가 이끌었던 어쿠스틱 에너지 사의 AE-I 시그너처를 꼽을 것이다. 작은 우퍼와 인클로저에서 부족함 없는 저역의 양감, 메탈콘 느낌을 살린 차가운 금속성의 해상력, 그리고 조금 맑고 예쁘게 착색한 트위터의 고역 등 처음 접할 때에도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스피커였다. 그런데도 AE 시그너처와 인연이 없어 곁에 두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 메탈 콘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성급한 마 음으로 상자를 열어 본다. PSB의 T45 스피커는 PSB의 보급형 모델 라인인 'The Image' 시리즈 중 톨보이형에서 가장 막내인 모델이다. 플래그십 모델이 아니기에 인클로저의 마무리 수준이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으나, 디자인은 만족스럽다. 좁지만 깊은 인클로저의 비율, 절제된 곡선으로 설계한 윗면과 아랫면의 구성은 육중하고 무거울 수 있는 톨보이형에서 한층 가벼운 마음을 갖게 한다. 그리고 진한 회색의 전면 배플은 밝은체리빛 인클로저와 어울린다. 스피커 아랫면에는 플라스틱 발이 있으며, 이곳에 스파이크를 달 수 있다 한눈에 금속성임을 말해 주는 우퍼의 모양과 빛깔은 소리를 듣기 전부터 매력을 느끼게 한다. T45는 2.5웨이 구성이다 한 쌍의 5.25인치 메탈 폴리프로필렌 콘 우퍼이지만 그 두 우퍼가 담당하는 대역은 서로 다르다. 유닛은 같지만 드라이버 상에서 하나는 미드레인지를, 하나는 저역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성된 스피커들은 해상력이 충분히 뒷받침되기만 하면 중역대에서 매력적인 밀도감을 제공한다. T45는 여기에 알루미늄 돔트위터가 사용되고 있어 고역에서 좀더 이탈감 있는 소리를 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AE-1 시그너처를 대할 때의 기대감을 갖고 모차르트 '레퀴엠'을 들어 본다. 음압이 조금 높은 편이라 좀더 높은 볼륨감으로 다가온다. 빛나는 해상력, 넓고 깊은 음장감으로 정리를 해버리면 너무 이른 평가가 될지 모르겠다. 자칫 낮은 저역의 부족을 예상했는데 깊은 현악기와 뒷공간에서 울리는 팀파니의 울림은 그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다. 그보다 악기의 위치를 정확히 짚는 해상력에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스피커 뒤쪽으로 높이를 그려내며 무대를 형성한다. 스피커 뒷공간을 조금 많이 요구하지만 적절한 간격을 유지했을 때 보컬의 위치와 악기 위치를 명확히 분리하고 있다. 독창부에서는 각기 도드라지게 표현되는 독창자의 키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필자가 메탈 콘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부드러움과 적막의 표현에서는 조금 물러나지만 소리는 대단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적극적으로 쏟아내는 음악성은 아니지만 시청실을 가득 채우는 홀톤의 전달은 작은 교회에 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전달해 준다. CD를 (세상의 모든 아침) OST로 바꾸어본다. 첼로, 비올라, 그리고 다양한 타악기가 함께하는 음반이라 악기 음색을 가늠할 수 있으며, 해상력도 훌릉한 SACD녹음이라 최근에 자주 사용하고 있다. 질은 현 소리에는 온화한 양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인클로저의 부정확한 울림을 배제한 깔끔함으로 받아들여진다. 깔끔함을 언급했지만 진한 온기를 배한한 소리는 아니기에 애호가들에게 음악에 몰입을 강요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타악기 소리는 명확하고 속도감이 있다. SACD에서 덤으로 얻은 고역과 지칠 정도의 해상력은 이 스피커에서 유감없이 표현되고 있다. CD를 에반에센스의 (Fallen)으로 바꾸어본다. 신디사이저 음색이 사실적이다. 클래식으로 튜닝 된 많은 스피커들이 신디사이저의 소리와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를 잘 잡아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나 T45는 그런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전자 프로세싱이 가미된 록음악을 클래식에 맞춰 튜닝 된 시스템으로 들어보면 순수함을 지키려는 노력 때문인지 이를 허용 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메탈코팅이 되어 있는 T45의 유닛은 그 순수함을 모두 잃어버리지 않은 채 다른 영역의 소리마저 모두 포용한다. 특히 그들의 ‘My Immortal’ 에서의 첫 신디사이저 타건은눈과 귀를 모두 한 점에 몰입하게 한다 오히려 필자의 카 오디오에서 만족스럽게 들었던 에미 리의 보컬이 T45에서 그 위치를 찾은 듯하다. 바흐의 ‘B단조 미사' 전곡을 들어 볼 마음으로 CD를 올린다. 해상력을 유지한 중역대의 울림이 귀에 적극적으로 들려서인지 목관의 소리가 유독 두드러진다. 알루미늄 트위터가 음악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 어둡다. 자칫 밝고 튀는 금속 트위터의 소리보다는 잘 정제된 소릿결임을 느낄 수 있다. 속도감이 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듣게 하는 매력은 없다. 종교음악이기에 조금 여유롭고 또는 갑작스럽게 찾아 드는 적막을 느끼기에는 여백의 표현이 조금 숨가쁘다. 하지만 적절한 음상 표현과 함께 오디오로 힘든 표현이 나오는데도 한 치의 양보가 없는 해상력, 그리고 이를 충분히 유지한 채 시청실을 가득 채우는 음악의 밀도감은 상급기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맛을 준다. 침체된 경기 탓인지, 음악을 듣는 모습들이 많이 바뀐 탓인지 100만원 이하의 스피커가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얻는 듯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 가격대의 수준을 넘는 특징 있는 스피커를 언급하라면, 없거나 너무 많은 스피커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T45는 그사이에서 경쟁자들에 앞서는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해상력, 입체적인 음장감, 그리고 깔끔한 저역 표현으로 다양한 음악을 잘 요리하고 있다. 에이징이 부족한 탓인지 스피커 뒷면 조금 위로 형성되는 스테이지감이 아쉽지만 보체 디비나의 테너 역시 에이징이 부족 할 때 이런 현상을 보였고, 이는 스피커와 뒷벽의 거리를 조절하여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다. 좀더 여유 있는 울림을 원한다면 같은 재질에 구경이 조금 큰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는상급기의 시청을 권한다. 하지만 AE-2가 AE-1에 비해 그랬듯 메탈 콘의 장점을 살리려면 T45가 오히려 제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메탈 콘이 주는 음색에 익숙하지 않으면 어색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또 지나치게 양감이 부족한 일제 리시버와 매칭하면 편안함이 덜할 것 같다. 하지만 공간 배치에 좀더 신경을 쓰고 더 명징한 소리를 원하는 애호가는 이 스피커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부드러움과 온화함을 쫓아 구성한 시스템이 있는 클래식 애호가 역시 T45로 또다른 음색의 서브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AE-1에 대한 추억이 너무 커서일까. 필자는 동일 라인의 상급기보다 PSB의 북셀프형 스피커가 들려주는 소리가 더 궁금하다. • 가격 : 102만원 • 구성 .2.5웨이 3스피커 • 인클로저 : 베이스 리플렉스형 • 사용 유닛 : 우퍼(2) 13.3cm 메탈 폴리프로필렌 콘, 트위터 2.5cm 알루미늄 돔 • 크로스오버 주파수 : 500Hz, 2.2kHz • 재생주파수 대역 : 35Hz-23kHz(±3dB) • 임피던스 : 6옴 (최소 4옴 ) • 출력음압레벨 : 900B/W/m(일반 리스닝룸) • 크기(WHD) : 16.5 x 91.4 × 37.2츠 • 무게 : 16.8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