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서 PSB의 돌풍이 만만치 않다. 오디오 시장 전반에 부는 찬바람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알파 시리즈는 PSB의 스트레이터스와 이미지 시리즈에 이어 저가(低價) 시리즈로 개발된 제품이다. 저가의 AV용 스피커이지만 음상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AV앰프의 일반적인 단점을 잘 극복하고 있어서 음악 감상용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사용된 유닛은 1,9cm 알루미늄 돔 트위터와 13.3cm의 폴리프로필렌 콘 우퍼로 구성되어 있다. 용도에 따라 모델이 다양해서, 홈 시어터용으로도 쓸 수 있고, 컴퓨터에 접속해서 DVD를 즐길 수도 있게 설계된 범용성이 높은 스피커이다. 알파 T는 알파 시리즈 가운데 최초의 톨보이형으로서 홈 시어터에서 알파 B, 알파 C, 알파 S, 알파 서브 소닉 등과 연결하면 일반 가정에서 영화감상은 물론 순수한 음악감상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조합이 된다. 인클로저의 용적이 늘어난 이 알파T의 등장으로 좀더 풍부한 저음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SIS의 마에스트로 I V2 진공관 인티앰프와 오디오 리서치 CD3 CD플레이어를 연결하여 시청에 임했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에서 까불대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부드럽고 따뜻해서 봄의 정경이 눈에 잡히는 형상이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에서는 중역과 고역의 산뜻한 음상 표현은 우수한 편이지만, 저음재생에서는 넓고 깊은 맛이 덜하여 다소 느슨한 인상을 주었다. 그뤼미오가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 중 '샤콘'에서 신성하고 위엄이 넘치는 단조의 도입부가, 비극적인 아름움을 잘 표현해낸다. 자연스러운 배음 때문에 바이올린의 울림이 안온한 느낌을 주었지만, 좀더 선명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기도 했다. 소니 롤린스의 '콜로수스'에서도 저역의 바닥 끝이 좀더 선명하고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파이크를 장착하지 않은 상태로 시청한 결과일지 모른다. 스파이크를 장착하고 이리저리 소리조정을 해보지는 못했으나, 이런 시도를 통하면 저음이 훨씬 더 타이트하게 강조될 것으로 믿는다. 전체적인 소리의 인상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음의 밸런스도 비교적 잘 맞는 편이었다. 또한 주파수대역의 확장과 공간감도 좋다. 이것은 PSB가 표방하는 오디오 철학이기도 하다. 인공적 착색을 배제한 자연스러운 소리는 오디오 세계에서 미덕 중의 미덕이라고 생각되는데, 바로 그런 면에서 이 스피커는 중립적인 모범을 보이고 있다. (임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