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해상력과 분해능을 지닌 내추럴 사운드의 전형 1972년 폴 바튼이란 엔지니어에 의해 설립된 캐나다의 스피커 메이커가 PSB다. 그는 스피커 엔지니어들 사이에 꽤 명성이 높은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국립연구원(NRC)의 전문 엔지니어로 스피커를 개발했던 이력이 이를 됫받침해 준다. 그는 PSB를 직접 운영하면서 좋은 제품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이끌어내고 있다. PSB의 특기라면 합리적인 가격대로 고성능 스피커를 만드는 데 있다. 값비싼 가격과 스피커의 퀄리티가 비례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PSB는 합리적 설계와 제조 공정의 합리화로 저 가격 고성능을 실현하는 것이 메이커의 실력 아니냐는 소신을 갖는 것 같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PSB의 의도는 환영받을 만 하다. 스피커 가격의 양심 선언이 아닐까. 싸다는 것만으로 그 존재 이유가 부각된다면 그수명은 그리 길지 못할 것이다. PSB의 라인업은 용도에 맞게 세분화되어 있다. 최상급 시리즈인 스트레이터스와 범용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염가시리즈인 알파가 있다. 각 시리즈는 사용 목적에 따라 최대의 특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인 접근법이 다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는 역시 이미지다. 그야말로 적당한 가격대에 좋은 음을 들려주는 실력기로 젊은층 사이에 인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A/V 대응력이 높다는 점, 상위 기종으로 업그레이드 해 가면 자연스레 5.1 채널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이미지 시리즈의 중간 모델이 4T다. 동사의 기술력은 사장인 폴 바튼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그는 네트워크 설계를 혁신적으로 개선,4차LKR 필터를 고안해 냈다. 유닛을 규격화시켜 플라스틱 몰딩 된 강화 배플면에 장착하고 이를 복수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실현시켰다. 예를 들면 상급기엔 하나, 혹은 둘을 더해 중첩시킨다. 비용 절감과 성능을 높이기 위한 PSB만의 비법이다. 4T는 바로 아래 기종인 3LR과 동일 규격의 유닛 배플을 사용한다. 이는 1B의 미드 베이스 모듈을 2개 중첩시킨 것이다. 3LR과 차이가 있다면 인클로저의 용적을 늘려 플로어 스탠딩형으로 설계해서 저역 주파수 재생 한계를 48Hz까지 낮추었다. 너무 당연한 일 같지만 합리적인 설계법이 아닐 수 없다. 특성의 강화와 비용 절감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법이다. 인클로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탄할 만큼 많은 공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재질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느 스피커와 달리 조악함을 느낄 수 없다. 정성과 품격이 담긴 고급스러움이 있다. 비닐 시트 마감이지만 인공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전면 배플면은 둥글게 플라스틱 사출된 것이지만 강성과 공진 흡수를 위한 PSB만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예를 들면 뒷면에는 철제 프레임이 내장되어 있고 트위터 장착 면의 주위에는 공진점을 분산시키기 위한 요철이 파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재질에 들이는 비용을 기술력으로 상쇄시키려는 노력의 흔적이다. 사용 유닛은 25mm구경의 알루미늄 돔 트위터가 사용된다. 삼각의 페이즈 플러그가 인상적인,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트위터다. 베이스 유닛은 133mm구경의 폴리플로필렌 진동판 우퍼가 사용된다. 표면에는 마그네슘 함침 처리되어 댐핑을 조절하고 있다. 흰색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A/V 대응을 위한 방자 처리는 기본적인 사항. 이러저러한 기술적 장점이 열거될 만큼 세심하게 고려된 제작 수법은 오랜 경험을 지닌 엔지니어의 공력을 담은 것이다. 그 설계 사상에 공감될 만큼 실제로 울려본 PSB 4T는 기본기 높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4T의 특징은 컬러링이 적은 자연스런 음감을 들려준다는 인상이다. 특정 대역을 부풀려 인위적인 양감을 높이는 법이 없다. 특정 악기 예를 들면 오보에의 음색을 다른 스피커와 비교해 보면 꽤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익숙하게 듣던 같은 곡이 다른 느낌으로 들릴 정도다. 이른바 스트레이트한 변환을 특기로 하는 스피커다. 자연스러운 해상력과 분해능을 지닌 내추럴 사운드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저음역 재생은 인클로저 크기에 비해 풍부하고 묵직한 음감을 만들어 준다. 관현악 곡의 투티에서 보여주는 힘찬 약동감은 스피커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플라스틱 배플면 때문에 볼륨을 높이면 캐비넷의 공명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그런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A/V용도의 메인 스피커로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생각보다 견고하고, 내 입력에 대한 염려를 불식시킬 만큼 파워 핸들링이 높은 스피커다. 물론 4T가 만능의 스피커는 아니다. 이 가격대에 선택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돋보이는 것 뿐이다. 문제는 이 4T를 보고 가슴 쓸어 내릴 스피커가 왜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