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grated Amp.] Plinius / 9100 왓하이파이  2005.03

Plinius 9100

 
그래도 역시 디자인인가? Plinius가 앰프를 만들어 온지도 벌써 30년의 세월이 되어왔지만, 세월에 비해, 음질에 비해 그리고 모든 퀄리티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가 있다. (물론 Plinius가 좋지 못한 앰프였다는 말이 아니다. 인지도를 말하는 것이다). 바로 디자인이다. 그 동안, 이 뉴질랜드의 오디오 회사는 오디오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남반구에서 시작하여 세계 오디오의 중심부에 근접하는 놀라운 시간을 개척해왔다. 트랜지스터를 이용한A/B, A급의 다양한 앰프들을 내놓으며 뛰어난 음악성으로 많은 세계 오디오 잡지의 구매가이드에 높은 순위에 랭크 되어 왔지만, 정작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의 견해로 본다면 질 좋은 앰프의 퀄리티 퍼포먼스에 비해 디자인이 그런 장점을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전기발전기 같은 산업용 위험장비 같은 모습이 힘과 믿음을 주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디자인은 정말로 제품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장비가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Plinius의 제품을 만날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항상 선입견을 두고 그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Plinius의 모습은 그런 태도를 완전히 뒤바꾸어 버린다. 최근 1~2년 사이에 등장한 Plinius는 신세대 하이엔드를 떠올리게 만들며 소리를 듣기 전에 강한 구매욕부터 불러 일으켰다. 이런 Plinius의 변신은 3년 전 등장한 이회사의 멀티채널 파워앰프 'Odeon'에서 시작되었다. 말이 나온 김에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자. 어떻게 미운오리 같은 산업장비 의 Plinius 디자인이 화려한 백조 같은 하이엔드 모습으로 바뀌었을까? 디자인에 대한 운명을 깨달았는지, Plinius는 전문산업 디자이너에게 그들의 새로운 앰프 디자인을 의뢰했다. Plinius의 새 디자인을 맡은 Ross Stevens는 산업 디자인에 관한 전문가로 이미 B&W와 Linn뿐만 아니라 Philippe Starck에서 디자인을 담당해왔다. 현재는 뉴질랜드의 대학에서 디자인을 강의하는 전임강사이기도 하다. 디자인의 핵심은 소재의 개성을 살려내며, 방열판처럼 어설프게 외부로 드러난 디자인의 요소들을 완전히 제품 속으로 집어넣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디자인을 도입했다. 그 결과 1Cm두께의 알루미늄이 라운드 처리를 통해 질주하는 기차와도 같은 모습으로 강인함과 견고함을 자랑하면서도 멋진 현대적인 곡선미를 살려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모습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되어 얼마 전에 등장한 Classe의 Delta시리즈와 유사하며 이 프로젝트의 담당 디자이너인 Morten Warren 또한 B&W와 Philippe Starck 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멋진 디자인은 리모콘마저도 디자인 제품답게 심플하며 하이엔드적인 모습(크기는 각목수준이지만, 버튼은 딱 3개 밖에 없는)으로 변신시켰다. 2002년에 개발된 디자인은 곧 ‘Odeon’이라는 멀티채널 파워앰프에 채택되며, Plinius를 일거에 몇 단계 상승된 오디오 회사의 이미지를 안겨다 주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로부터 2년 동안 Plinius의 제품들은Ross Stevens의 디자인으로 변신 중이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뉴질랜드에서 등장한 유명한 앰프회사, Perraux 또한 Ross 에 디자인을 의뢰하여 기존제품들을 미래적 인 디자인으로 완전히 바꾸었다. Piinius나 Perraux 모두 디자인면에서는 세계 일류 하이엔드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다. 그리고9100의 내부 회로는 전작인 8100과 유사하지만 Odeon의 개발에서 얻은 기술이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며 방식은 동일한 AB급으로Plinius의 초심과 같다. 발열은 다소 있는 편이지만 심각하지는 않다. 그럼 화려한 모습 속에 담겨진 앰프도 그만큼 뛰어날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 디자안을 보고 있으면 소리가 절로 좋아져서 그렇다고 할 것이다. 물론 디자인 때문은 아니지만, 실제 소리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대체적으로 음악성을 높게 평가해 온 Plinius의 제품들은 자극적 이고 에지를 세우기 보다는 유연하여 따뜻하고 풍요로운 성향이 강하다. 즉, 기술적인 냄새보다는 음악성을 살려주며 상당히 열정적인 음을 들려주며 9100 또한 그런 방향선상에 존재한다. 탄탄한 중역은 절대 가볍거나 밋밋한 음을 찾아볼 수 없으며, 고역의 끝도 공허하게 에너지만을 자극적으로 생산하거나 산만해지는 일이 없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같은 대편성 관현악을 들으면 다채로운 오케스트라의 향연을 매우 세련된 음색으로 각각의 악기들을 디테일 하게 살려내면서도 절대 산만하거나 요란해지는 법이 없다. 저 역은 풍부하며 깊은 에너지도 버거워하지 않고 뽑아 내준다. 또한, 쟈니하트먼과 같은 느긋하고 고풍스런 재즈보컬로 바꾸면 훨씬 더 매력적이다 대출력의 현대적인 앰프들이 들려주는 메마르고 현미경 같은 소리와 달리 기름진 쟈니하트먼의 색채를 매우 귀에 달갑게 연출해주며 풍부한 감정이 음의 객관적 표현보다 앞서서 느껴진다. 베이스나 섹소폰의 연주도 매우 따뜻하며 음에 여유가 느껴진다. 노블하다는 표현까지는 어렵지만, 음악을 아는 대가적인 기질이 배어 나온다. 특히 나움스타크만의 쇼팽과 같은 녹음에서는 신경질적이지 않은 피아노의 연주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일부 평가에서는 이런 사운드를 진공관과 유사한점을 강조하는데 유연하긴 하지만 진공관과는 또 다른 반도체의 객관성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Plinius의 장점이 있다. 반도체쪽에서 보면 대단히 주관적인 소리를 들려주지만 진공관 측에서 바라보면 객관성이 살아있다. 즉 힘과 에너지를 살려내며 질감을 교묘히 섞었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매칭되는 스피커 또한 음색의 장단점을 따져가며 골라야 하는 까다로움도 없다. ATC류의 중심이 두터운 모니터나 Harbeth같은 중역이 강한 스피커들이라면 보다 많은 장점들을 모두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Plinius의 앰프는 이제 디자인의 변신 덕분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위치에 올라섰다. 만약 하이파이의 진정한 색깔을 찾고 있다면 Plinius의 앰프부터 체크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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