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애인을 다시 만나는 기분의 북셸프형 만만치 않은 음악적 스케일이 주는 만족감 이 스피커와의 만남은 개인적으로 각별한 구석이 있다. 3∼4년 동안 즐겨온 북셸프형 스피커와 막 작별을 하고, 중대형 스피커로 바꿈질한 게 불과 2∼3개월 전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못 말리는 바람이 건듯 불어 북셸프형을 물리친 게 연초의 일이고, 대신 들여놓은 게 플로어 타입의 중대형 스피커였다. 고백하지만 서둘러 세팅한 뒤 중대형 스피커를 막 들어보는 그 순간부터 어쩌자는 심사인지 나는 막 떠나보낸 북셸프형 스피커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5평 남짓한 방 안의 새색시인 중대형 스피커는 거북스런 크기였고 걱정했던 부밍 현상이 나를 곤혹스럽게 했기 때문이다. 허겁지겁 중대형 스피커 뒤편에 각각 3개씩이나 되는 덕트를 헌 앙말을 뭉쳐 틀어막고 뒷벽면과의 거리 유지를 위해 40Kg 가까운 스피커를 앞쪽으로 당겨 조정하는 난리 블루스를 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북셸프형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만족스러운 음의 스케일과 상대적으로 풍부한 중저음이 주는 여유도 달콤했지만, 이런 과정이 10여 일 동안 이어지면서 그 한계 못지않게 미덕이 많았던 옛 애인 북셸프형 스피커를 그리워해야 했다. 어쨌거나 내겐 그 옛 애인을 다시 만나는 기분으로 맞이한 컨피던스 3은 컨피던스 5를 북셀프형으로 압축해서 선보인 모델이라고 한다. 조합된 기기들은 리비도의 M-35.0 파워와 P-35.0 프리 앰프, 코플런드 CDA 266 CD플레이어, 컨피던스 3을 울리기에는 조금 언밸런스한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막상 연결하자 점잖은 외모에서 받은 이미지와 걸맞는 격조있는 소리가 만족감을 주었다. 단정한 전통적 디자인의 허우대를 가진 이 스피커는 음의 스케일부터 만만치 않다. 북셸프형의 장점인 단아한 음상을 살리면서 스케일을 키운다는 콘셉트가 아닐까 싶다 음색은 '점잖은 사운드'라 할 만한데, 경박하게 나대지 않고 잘 닦인 품위 있는 소리다. 고역 역시 화려한 느낌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고, 저역도 밑으로 쑥 내려가진 않지만 양질의 해상력에 양적으로 문제가 없어서 거부감 없이 음악을 만들어준다. 전반적으로 소리에서 격조가 물씬 느껴진다. 요쯤 푹 빠져 듣고 또 듣는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뇨프의 연주를 들어봐도 그렇다. 바로크 분위기를 일부 가진, 그러나 여기에 고전주의 음악 직전의 피아노곡인 카를 필리프 엠마누엘 바흐의 소나타와 론도 몇 곡을 담은 이 특출한 녹음(DG)은 아마도 녹음 예술의 극치라 할 만한데, 잔향 처리와 녹음 홀의 분위기 재현에서 나무랄데 없는 소리를 쾌적하게 재현해준다. 아쉬운 건 본디 플레트뇨프의 피아노 사운드 특유의 맛을 정확하게 드러내주는 재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는 점이다. 플레트뇨프의 선병질적인 구석 때문인지 피아노 소리 자체에도 사운드에 대한 탐닉과 약간 장난스런 이완의 호흡이 있는데, 그걸 맛깔스레 포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아닌가 싶다. 그건 아마도 취향에 속하는 영역일 듯도 하다. 그렇다면, 하는 마음으로 올린 CD 역시 제대로 된 재현을 할 경우 더없이 고품위한 흥겨움을 안겨주는 자크 루시에 트리오의 '더 바흐 북' (텔라크)이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5번 제2악장의 경우 정말 양질의 중저역 해상력과 탄력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충 버벅거리다가 손을 들기 일쑤이다. 드럼파트의 가벼운 브러시 소리와 피아노, 그리고 이걸 야단스럽지 않게, 그리고 흥겹게 백업을 해줘야 비로소 제맛이 나는 콘트라베이스 음을 기대치만큼 재현해준다. 고백컨대, 전에 쓰던 북셀프형 스피커는 이걸 정말 맛깔스레 펼쳐줬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플로어형은 앰프의 저역 제어 부족과 공간의 제약 때문인지 볼륨을 높여도 영 젬병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커 봐야 5평을 크게 넘지 못하는 아파트 공간 속에서 고품위한 클래식을 즐기기에 컨피던스 3은 안성맞춤일 게 분명하다. 주변기기를 걸맞게 예우해줄 경우 그만한 만족감으로 보상을 해줄 듯싶다. 그러고도 이 정도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하면, 그건 북셸프형의 한계이니 플로어형으로 갈 수밖에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