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Amp.] Plinius / P10 Power Amplifier 하이파이클럽  2014년 11월

오디오계의 피터 잭슨

글: 이종학
 
요즘 “호빗” 시리즈가 나오면서, 새삼 “반지의 제왕”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피터 잭슨이라는 인물은, 세계사의 변방에 위치한 뉴질랜드 출신이다. 이런 척박한 곳에서 세계적인 감독이 나왔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뉴질랜드의 이국적이고, 독특한 풍경 또한 눈길을 끌었다. 덕분에 영화뿐 아니라, 이 나라의 역사나 문화적 잠재력이 새삼 눈길을 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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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디오 애호가의 시각에서 보자면, 어떤 나라의 문화적인 수준은 결국 어느 정도의 오디오 문화를 갖고 있는가로 판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약간 억지가 있기는 하지만, 돌이켜보면 오디오 문화를 선도해간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의 국력이나 문화적인 힘을 감안하면 절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플리니우스(Plinius)라는 브랜드는 감히 오디오계의 피터 잭슨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심하게 표현하면, 뉴질랜드라는 국가의 역량이 총집결되었다고나 할까? 

물론 이런 네임 밸류를 얻기 위해선 퀄리티가 절대적이다. 특히, 미국이나 독일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갖는 핸디캡은 생각 외로 크다. 그 점에서 지난 30여 년간 이뤄온 동사의 성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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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플리니우스를 의식하게 된 것도 약 10년 전쯤이 되지 않나 싶다. 우연히 지인 한 분이 홈 씨어터 용으로 동사의 제품을 쓰게 된 바, 그 음을 접하면서 그 높은 퀄리티에 놀란 적이 있다. 그러다 주위를 살펴보니, 의외로 팬들이 많았다. 특히, 인티 앰프의 경우 이른바 가성비가 좋아, 지금도 중고 장터에서는 나오는 즉시 팔리곤 한다. 하긴 전세계 40여 개국에 수출하는 회사인 만큼, 그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을 리 없다.

그간 몇 몇 제품을 접하긴 했지만, 본 지에서 만난 적이 없어 아쉬웠던 차에 이렇게 직접 대면하게 되니 반갑기는 하다. 또 그간 회사 내에 사정이 있어서 제품 출시가 한동안 뜸했던 터라, 이렇게 신제품으로 무장하고 나온 부분은 가슴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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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P10이라는 모델은 좀 설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들인 공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정확히 지적한다면, 원래 “오데온”이라는 모델을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를 본 기에 담았다고 하겠다. 그럼 대체 오데온이 뭔가? 
이 제품은 홈 씨어터용으로 만든 이른바 멀티 채널 앰프다. 6채널분까지 커버가 가능하다. 그런데 그 만듦새가 비범하다. 대개의 AV 리시버를 보면, 억지로 채널을 늘린 듯한 인상이 짙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 몸체에 각종 영상 및 음성 정보를 처리하는 데다가 여러 채널분의 파워를 담아야 하니, 다분히 타협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아무리 출력이 높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들어보면 어딘지 모르게 허한 느낌이 든다. 빵빵한 서브 우퍼를 달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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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좀 더 만족스런 음을 얻기 위해 추구하는 것이 바로 멀티채널 전용의 파워 앰프다.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오데온은 바로 그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모든 채널을 모듈 방식으로 처리했다. 말하자면 6채널이라고 하면, 6개의 모듈이 정확히 들어가는 것이다. 그 각각은 8오옴에 200W를 내는 바, 리니어 파워로 구성되었으니 홈 씨어터에서 다이내믹스나 파워를 요구하는 분들에겐 더 없는 선물이라 하겠다.

바로 이렇게 개발된 200W의 모듈을 보다 하이파이용으로 다듬어서 별도의 제품을 낸 것이 이번에 만난 P10인 것이다. 물론 홈 씨어터용을 배경으로 한다면 약간 뭐한 느낌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그리 간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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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오데온에서 파생된, 전문적인 극장용 2채널 파워가 있는데, 그것은 “키오키오” (Kiokio)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 이것은 채널당 8오옴에 310W를 낸다. 어떤 환경에서 꿋꿋이 버텨내는 내구성을 자랑한다. 그런 면에서 본 기는 오데온을 엄마로 두고, 키오키오를 형으로 둔 패밀리의 막내라 하겠다.

물론 동사의 파워 앰프 라인업을 봐도, P10이 제일 밑에 있다. 일종의 엔트리 클래스다. 하지만 SA 레퍼런스를 위시해 그간 수많은 세월 동안 갈고 닦은 솜씨가 투입된 만큼, 본 기의 겉모양이나 태생을 갖고 섣부르게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게다가 스피커 구동력에 있어서 탁월한 퍼포먼스를 갖고 있는 만큼, 8오옴에 200W라는 스펙은 결코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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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의 내부를 보면 커다란 전원 트랜스가 자리한 가운데, 좌우 채널로 정확히 구분된, 이른바 듀얼 모노럴 구성이 눈에 띤다. 특히, 양 사이드에 빼곡히 자리한 출력석과 방열핀의 모습은 지극히 가지런하고 또 일목요연하다. 입력단에서 출력단에 이르기까지 신호 경로가 짧고, 효율적이며, 튼실한 파워 서플라이까지 갖추고 있어서 이래저래 정공법으로 제대로 만든 앰프임을 알 수 있다. 거기에 튼튼한 알루미늄 섀시는 블랙 및 실버 마무리로 제공되어,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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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부 배선재를 보면 스피커 선으로 오디오퀘스트의 X2가 쓰였고, 단자는 WBT제가 동원되었다. 요소요소에 고급 부품을 사용해, 음질과 가격이라는 항목을 정교하게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음을 들어보면 무공해 지역에서 만든 제품답게 일체 군더더기가 없다. 또 빼어난 내구성은, 평균 수명이 80살이 넘는 나라다운 만듦새다. 

사실 뉴질랜드 산이라는 말에 처음에는 저항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나라의 최대 산업이 통신쪽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험한 자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게 IT쪽과 연관되어 첨단 소프트웨어 산업까지 연결되고 있다. 그러므로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 시리즈의 중요한 공정이 뉴질랜드 자체에서 이뤄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본 기에서도 바로 그런 내공이 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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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의 시청을 위해 동원한 것은 이와 커플링을 이루는 카이타키(Kaitaki) 프리를 필두로, 소스기로는 브리카스티 M1과 오렌더 W20의 조합이다. 스피커는 여러 제품을 들어보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하베스의 명작 HL 컴팩트 7 MK3를 선택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오이스트라흐 (바이올린) 조지 셀 (지휘)
-엘비스 프레슬리 《It's Now or Never》
-포리너 《Waiting for a Girl Lik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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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 교향곡 9번 4악장 :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
Herbert von Karajan - Beethoven: Symphony No. 9

첫 곡으로 들은 베토벤. 역시 웅장하게 시청실을 감싼다. 중간부에 바리톤이 나와서 노래하는 대목에서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처럼 강한 존재감이 부각된다. 그 주위를 감싸는 오케스트라와 코러스의 움직임이 기민하고 또 웅대하다. 그러나 결코 허세를 부리는 면이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음이 흘러나오고 또 귀에 쏙 들어온다. 자세히 들어보면 오디오적인 요소들이 듬뿍 배어있으면서 나대지 않는 것이다. 그 내공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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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 바이올린 협주곡 : 오이스트라흐 (바이올린) 조지 셀 (지휘)
BRAHMS - VIOLIN CONCERTO : DAVID OISTRAKH, GEORGE SZELL

두 번째 곡은 아날로그 전성기에 녹음된 것으로, 오이스트라흐의 음색이나 실력이 정확하게 포착되고 있다. 시작부터 이 작품은 심상치 않다. 어마어마한 기세로 달려들어 한껏 듣는 이를 고조시킨 후, 바이올린이 출몰한다. 그 드라마틱한 부분에서 결코 서두르거나 기가 죽는 법이 없다. 역시 대가는 대가다. 그런 면모나 품세가 아무런 훼손 없이 나온다. 이 정도 재생력이면 불만없이 음에 잠길 수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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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프레슬리 - It's Now or Never
Elvis Presley - It's Now Or Never

이번에는 장르를 바꿔 엘비스를 들어봤다. 신명난 리듬을 바탕으로, 강하게 샤우트하는 음성이 일단 귀를 장악한다. 과연 RCA 녹음의 수준이 잘 드러난다고 할까? 일체 과장이 없고, 이펙트도 걸지 않은 순수한 목소리 그 자체, 바로 여기에서 강력한 흡인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약간 따스하고, 달콤한 느낌도 묻어나온다. 가볍게 손장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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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리너 - Waiting for a Girl Like You
Foreigner - Waiting For A Girl Like You

마지막으로 포리너의 곡. 밤에 드라이브할 때 더 없이 좋은 노래라 생각하는데, 사실 연주만 놓고 보면 약간 너저분하다. 신디사이저를 마구 오버 더빙한 데다가, 드럼이며 베이스의 라인도 단조롭다. 그런데도 약간 신비적이고, 가슴 뭉클하게 한다. 이게 바로 진짜 음악을 좋아하고, 그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본 기의 실력에 수긍하게 된다.

 
 

 


Specification
POWER 200 watts RMS per channel into 8 ohms.
 300 watts RMS per channel into 4 ohms.
 Both channels driven from 20Hz to 20kHz at less than 0.2% total harmonic distortion
DISTORTION Typically <0.05% THD at rated power
 0.2% THD and IM worst case prior to clipping
SLEW RATE 50V/μs
INPUT IMPEDENCE 47k ohms
POWER/CURRENT CONSUMPTION 600W
 0.4A (92W) 
Class AB Idle 
0.14A (32W) Standby
FREQUENCY RESPONSE 20Hz to 20kHz +/–2dB
-3dB at 5Hz and –3dB at 70kHz
CURRENT OUTPUT 40A short duration peak per channelFuse protected
HUM & NOISE 90dB below rated output 20Hz to 20kHz unweighted
GAIN RCA Inputs: 32dB
XLR Inputs: 38dB
DIMENSIONS Height: 120mm (4 3/4”)
Width: 450mm (17 3/4”)
Depth: 400mm (15 3/4”)
Weight: 14kg (30l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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