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 Amp.] Plinius / Kaitaki 하이파이클럽  2014년 10월

아날로그 프리의 멋진 도전자 카이타키

글: 이종학
 
아마 플리니우스(Plinius)라는 브랜드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할 듯싶다. 이 회사는 현재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나라는 북섬과 남섬이 주요 영토고, 이 두 섬이 만나는 지역에 웰링턴이란 수도가 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남섬의 대표적인 도시다. 그래봐야 인구는 얼마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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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한반도보다 좀 넓은 땅에 사는 이 나라의 총인구는 고작 430만 정도다. 그래도 1인당 GDP가 4만불가량 하니, 절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민이 시작되어, 웰링턴이나 오클랜드같은 곳엔 꽤 교민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우리의 안테나에선 꽤 멀리 떨어진 곳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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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리에게 이 나라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나라 출신으로 제일 유명한 인물이 영화감독 피터 잭슨이니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가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만든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를 보면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이 꽤 많다. 무엇보다 이 나라의 빼어난 풍광도 풍광이지만, 다양한 특수 영상 기법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기법의 상당 부분이 자체 기술로 해결되었다 하니, 아무래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원래 뉴질랜드는 자연 환경이 거친 편이다. 게다가 원주민으로 마우리족이 살고 있어서, 이들과의 공존도 무시할 수 없는 테마이기는 하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원만하게 지내고 있는 데에서 새삼 이 나라의 깊은 내공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통신 산업이 발전한 바, 이게 IT로 연결되어, 각종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기술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발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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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플리니우스는 오로지 제품의 퀄리티와 내구성으로 승부해서 인정받아온 회사다. 그 연혁이 무려 30년이 넘는다. 최근에 이들은 본업인 앰프 외에 디지털 관련 제품도 활발하게 만들고 있고, 아라타키(Arataki)라는 앱도 개발한 상태다. 이것을 아이패드에 심으면, 네트웍으로 PC 하드에 담긴 음원을 콘트롤하게 되어 있다. 그 기술이 상당히 정교하고 또 편리해서, 새삼 이 나라의 잠재력에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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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에 만난 제품은 카이타키(Kaitaki)라는 모델명을 갖고 있는 프리앰프다. 여기서 과연 카이타키가 무슨 뜻인가부터 살펴보자. 원래는 마오리족 언어로 “도전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뉴질랜드의 남섬과 북섬을 왕복하는 유람선의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이 유람선의 구조가 독특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 유람선은 레일을 따라 움직인다. 즉, 항해 경로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지상으로 보면 기차나 전차와 같다. 그런데 그 길이가 무려 93Km. 수도 웰링턴과 픽톤이라는 곳을 연결하고 있다. 또 배 자체의 크기도 엄청나서 약 1650명의 인원과 550대 가량의 승용차를 채워넣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본 기의 내용을 보면 이렇게 이름만 거창한 게 아니라, 프리에서 갖춰야 할 미덕을 골고루 망라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기본적으로 철저한 아날로그 프리라는 점이 요즘 보기 드물 뿐 아니라, 다양한 활용성을 갖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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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외관을 보면 커플링되는 P10과 같은 디자인과 크기다. 모서리가 둥글게 마무리된 것은 2004년 M 시리즈를 발표할 때부터 시작된 터로, 정재파 같은 것을 처리할 때 유용하다. 내부에는 두터운 청색 도장이 가해진 바, 단순한 멋이 아니라, 이를 통해 철저하게 외부 노이즈를 차단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두터운 알루미늄 패널은 그 자체가 비자성체 물질이라, 자기장의 방해 역시 원천 봉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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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패널의 디자인을 보면, 간결하면서 세련된 맛이 넘친다. 두툼한 볼륨 노브는 로터리 방식으로 매우 섬세한 조정이 가능하며, 옆으로 길게 나 있는 버튼은 정확한 채널 셀렉터의 역할을 한다. 또 그 자체가 메인 섀시를 통해 다 그라운드 처리가 되어 험이나 노이즈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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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투입된 부품을 보면 오디언스 AV에서 제작한 오리캡(AuriCap)이라는 콘덴서와 오릭 선재(Auric Wire)를 투입한 점이 돋보인다. 해상력, 다이내믹스, 자연스런 음질 등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보면 좋겠다.

사실 P10에 커플링되는 프리라고는 하나, 동사의 라인 업을 보면 오로지 상위에 타우토로 하나만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그냥 엔트리 클래스라고 보기엔 뭐하다. 메이커측에선 P10보다 상위에 있는 SA-103이나 SA-Reference에 물려도 무방하다고 하니, 그만큼 퀄리티에 자신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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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는 무려 5개의 RCA 입력 및 1개의 밸런스 단을 지원할 뿐 아니라, 프리 아웃과는 별도로 라인 아웃도 지원한다. 라인 아웃으로 말하면, 예전 아날로그 프리에선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존재. 특히 카세트 테입에 녹음할 때 유용했는데, 요즘에는 별도의 해드폰 앰프를 연결하는 용도로 각광받고 있다. 어정쩡한 해드폰 단자를 만드느니 차라리 이런 처리를 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또한 옵션으로 포노단이 제공된다고 하니, 이 부분도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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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의 시청을 위해 파워는 동사의 P10을 쓴 가운데, 소스기는 브리카스티 M1과 오렌더 W20을 조합했으며, 스피커는 하베스의 HL 컴팩트 7 MK3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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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
루돌프 제르킨 (피아노)
첫 곡으로 들은 제르킨의 연주는, 유려하면서 노련한 솜씨가 뭔지 깨닫게 해준다. 베토벤의 작품에서 이렇게 풍윤하고, 보드라우며, 아름다운 해석이 나온다는 것은 정말 신선하다. 자세히 들어보면, 약간 진공관을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다. 음의 에지가 너무 세지 않고, 전체적으로 포실하면서 과장이 없으며, 뒷맛이 개운하다. 이런 연주에 더 없이 적합한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협력하면서 악상을 차분히 전개하는 부분은 절로 미소가 나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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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사테 《치고이네르바이젠》
안네 조피 무터 (바이올린)
 
반면 사라사테를 들으면, 정반대의 성격이 극명히 부각된다. 마치 스페인의 뜨거운 정열을 발산하는 듯한 다이내믹과 파워가 넘친다. 눈을 감으면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마치 카르멘처럼 연주에 몰두하는 무터가 그려진다. 그런 면에서 이 프리는 소스의 성격을 일체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특히 고역에서 에너지가 죽지 않는다거나, 솔로 부분에서 자유자재로 더블 스토핑을 하고, 줄을 뜯는 대목이 극적으로 펼쳐지는 부분이 그렇다. 이런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빼어난 재현력은, 동사가 왜 자신만만하게 본 기를 출시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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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그대를 만나》
이선희
 
이번에는 이 선희를 듣는다. 솔직히 녹음은 그저 그렇다. 그런데도 이 곡을 고른 이유는, 잘 녹음된 곡을 잘 연주하는 것보다 이쪽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뛰어난 가수를 어떻게 이런 퀄리티로 녹음할 수밖에 없는가 화가 나지만, 여기서는 좀 누그러진다. 하이파이적으로 빼어난 내용을 전달하기 힘들지만, 보컬의 개성이나 맛이 잘 살아있고, 어수선하게 전개되는 연주나 악기 배열도 비교적 무난하게 표현된다. 사실 이런 부분이 다양한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 더 어필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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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 Light》
쳇 베이커
마지막으로 쳇 베이커의 노래. 벌써 반세기 이상이 흘렀지만, 녹음 퀄리티는 탄사가 나올 정도로 훌륭하다. 중앙에 확고하게 서 있는 쳇의 존재감부터 왼쪽 채널의 다양한 브라스의 향연, 오른 채널의 드럼과 피아노 등, 거의 3D를 방불케 한다. 또 보컬 자체에도 일체의 과장이 없다. 느긋하면서 약간 어눌하게 전개되는 노랫말에 취해서 천천히 소파에 파묻히게 된다.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해서 오디오를 하는 분들이라면, 이 순수 아날로그 프리가 내는 음에 대해선 큰 저항감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Specification
FREQUENCY RESPONSE 20Hz to 20kHz +/- 0.2dB
DISTORTION <0.05% THD at rated input level
INPUT IMPEDENCE 50k ohms
PRE OUT MINIMUM RECOMMENDED LOAD 47k ohms
OUTPUT SOURCE IMPEDENCE Typically 100 ohms
POWER/CURRENT CONSUMPTION 40W
0.10A (23W) idle/standby
ADJUSTABLE GAIN 60dB, 66dB
SIGNAL TO NOISE RATIO -80dB at rated input level, A weighted
INPUT SENSITIVITY FOR RATED OUTPUT 125mV RMS Unbalanced Inputs
62mV RMS Balanced Inputs
RATED PRE OUT LEVEL 500mV RMS into 10k ohms or higher
LINE OUT LEVEL 190mV at 200 ohms
GAIN Line Ampilfier: 12dB
INPUT CAPACITANCE 100pF
ADJUSTABLE LOAD 47k ohms, 470 ohms, 100 ohms, 47 ohms, 22 ohms
DIMENSIONS Height: 105mm (4")
Width: 450mm (17.5")
Depth: 400mm (15.75")
Weight: 9kg (20l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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