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P] Plinius / CD-101SE 월간오디오  2013. 3

음악을 전하는 가장 기본적인 목표를 전파하다

글: 정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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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진 나라인 뉴질랜드에서는 오디오와 같은 인공적 인 기기의 발전이 어려울 것으로 연상되지만 높은 교육 수준과 음악적인 풍부한 감성이 어우러져서 의외로 좋은 제품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플리 니우스는 이들 중의 대표 주자 격인데, 이들이 설립된 지도 30여년이 넘 었다고 한다. 회사 설립 3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한 제품이 애니버서리 CD 플레이어인데, CD-101은 이런 애니버서리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담 아 새로운 버전으로 출시한 것이다.

동사의 제품 라인업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 둥글게 구부린 전면 섀 시의 모습이나 디스플레이 창을 생략한 심플한 디자인 등이 한눈에도 동 사의 제품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인상을 주고 있다. 제품의 내용은 더욱 보수적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디지털 입력이라든지, 고품위 음원의 재생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SACD나 HDCD를 재생하는 것도 아 니면서, 순수하게 CD만을 재생하도록 해 놓은 구성의 제품이다. 디지털 신호를 변환하는 D/A 컨버터의 부분도 요즈음의 경향인 첨단의 오버샘 플링에 비동기 신호를 이용하여 비트 스트림으로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음악성에 있어서 인정을 받아 온 단순한 오버 샘플링에 멀티 비트 DAC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이들이 제품의 개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첨단의 회로를 검토해 본 결과 첨단 기술의 방식에서 매우 실 망스러운 음악이 재생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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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니우스의 제품에는 음악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늘 음악의 재생을 중심에 놓고서 진행한다고 하는데, 이번의 CD-101에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새로운 기술의 화려한 스펙 에 연연하기보다는 음악을 재생한다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개 발의 매 과정에서 재생 테스트를 해 본 결과 가장 음악적인 시스템으로 완성한 것이다.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에서 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 적인 것이 되지만, 음악성이라는 것이 수치로 계량을 하여 보여줄 수 있 는 것이 아니니 만큼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입장에서라면 소비자를 설득 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신기술의 활용이라든지 새로운 소재를 사용했음을 선전하게끔 되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의 본 연의 목적인 음악의 재생은 우선순위에서 한참을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이 고, 그 결과 휘황찬란한 스펙을 가지고 나타나는 제 품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 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경 우가 다반사이다. 엄청나게 높은 가격을 붙이고 나 와 있는 제품에 대해 소리가 별로 좋지 못하다고 감 히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 안 되지만, 값싼 제 품이 음악성이 좋다고 아무리 떠들어 보아야 이 또 한 듣고 믿어주는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플리 니우스의 제작자는 이러한 유혹이나 허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음악의 재생을 염두에 둔, 음 악적인 기기를 만들어 내기 원했다고 한다.

제품의 디자인은 플리니우스 시스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단순하면서도 높은 품위의 디자인으로 마 무리되어 있다. CD 플레이어에서는 반드시 갖추어 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디스플레이 창을 과감하게 없앤 것이라든지, 트레이와 제품의 상판의 절삭 가 공된 알루미늄 블록의 테두리의 디자인에서라든지,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 놓은 솜씨가 돋보인다. 여러 개의 작은 LED를 일렬로 늘어뜨린 디스플레이는 재생 트랙의 정보를 디스플레이 창에서보다 효과 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숫자와 문자로 이루어진 디스플레이의 정보는 한 2m만 떨어지더라도 그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LED의 표시 장치가 멀리서도 그 정보를 파악하기가 쉬운 것이 된다. 게다가 디스플레 이 표시 창에서는 아주 작지만 고주파의 잡음도 발생하고 있으니까 이러 한 잡음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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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의 배경이 자연스러운 음악의 재생에 있는 만큼 재생되는 소리에는 풍요로운 음악의 기운이 충만해 있다. CD라는 매체에 수록되어 있는 음악 정보를 과장됨이 없이 그대로 재생해주고 있다. 오래된 녹음의 음반은 오 래된 녹음의 것으로, 최신의 디지털 녹음의 음악은 최신의 소리로 그대로 드러내어 주고 있는 것이다. 소음이 심한 재즈 바에서 녹음된 음반에서는 소란스러운 배경음과 그것을 뚫고 나오는 음의 에너지감이 표현되고 있으 며, 투명한 공기의 울림까지도 수록한 음반에서는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연주자의 소음이 감지되고 있다.

음 반을 바꾸어 가면 갈수록,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로의 플리니우스의 철학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의 수록된 음을 최대한 이끌어내되 부자연스러운 덧칠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듯한 음이 나오고 있다. 마리아 칼라스나 에디 트 피아프와 같이 세대를 거슬러 올라간 가수들의 녹 음이 더욱 정감 있게 들리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유 명을 달리한 가수들을 현세로 불러온 듯한 생동감으 로 연주하는 것도 감동이긴 하지만, 오래전에 녹음된 음반을 세월의 무게와 함께 재생해주고 있는 것이 더 욱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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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반을 아주 듣기 좋은 매끄러운 소리로 만들 어주는 마법과도 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들도 있지 만, 플리니우스의 설계자들은 이러한 음이 과연 음 악적인가 하는 것에는 회의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 다. 음반을 바꾸어 틀어 가면서 극적인 놀라움을 맛 보는 시스템이 아니라, 오랫동안 귀에 익어 왔던 음 악의 친숙함이 그대로 재현되는 시스템이다.
2013.03 Plinius CD-10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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