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오디오 회사 플리니우스는 앰프와 디지털 소스기기를 만들고 있다. 플리니우스의 기존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군에는 최상위 모델인 Hiato와 엔트리 모델 9200을 두고 있었는데, Hiato의 성과를 이어받되 스케일을 줄인 중간 제품을 하나 더 추가하기로 했고, 이것이 Hautonga다. Hautonga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이하 편의상 Hautonga로 표기)는 채널당 200와트 (8오옴에서) 출력을 내준다. AB클래스 증폭을 사용하고 있고 리니어 파워 서플라이를 사용했다.
 

Hautonga의 외양은 심플함을 추구한 플리니우스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다. 옆면 모서리에 각이 지지 않도록 둥글게 말아둔 전면 알루미늄 패널 위에 브랜드 명칭을 음각했다. 조작 노브 디자인은 기존 모델 중 좀 더 직관적이고 쉬크한 절제미가 있는 플리니우스 Hiato의 것을 따랐다.

제품 후면에는 생소한 토글 스위치가 두 개 달려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험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 선택적으로 그라운드 리프트 시킬 수 있게 마련해 둔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CD입력을 RCA 싱글 엔디드 입력과 XLR 밸런스드 입력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용도로 마련해 두었다. 그 밖에 홈 시어터와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HT 바이패스 단자를 지원하고 있고, 다섯 벌의 RCA 라인 레벨 입력, 프리 아웃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포노단은 옵션으로 설치할 수 있다.

스피커를 연결하는 바인딩 포스트는 아래위로 두 벌이 마련되어 있다. 각각의 바인딩 포스트는 쇼트 방지를 위해서 플라스틱 보호 캡을 씌워놓았는데 이 때문에 말굽 단자를 연결할 수 있는 방향이 위쪽과 아래쪽으로만 허용된다. 그래서 위쪽에 마련된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에는 말굽 단자를 연결하기 애매해 보인다. 위쪽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를 이용하고 싶다면 바나나 단자로 단말 처리된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이 기능상으로도 문제 없고 외관상으로 깔끔할 것 같다.

리모컨은 기존 플리니우스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리모컨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길고 두툼하고 묵직해서 여전히 설계의도를 동감하기 어렵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Hautonga에 연결한 스피커는 B&W 802 Diamond다. 공교롭게도 오디오 시스템이 완벽하게 매칭이 되어 있지 않았던 탓에 소리가 심하게 조여지게 들리고 금속성의 울림이 있어 신경에 거슬렸다. 본격적인 청취를 하기에 앞서 문제의 원인은 찾아내고 조치해야 했지만, 그 덕분에 이 제품의 특성을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Hautonga는 파워코드 뿐만 아니라 인터커넥트와 스피커 케이블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슬리는 소리는 앰프에 연결한 파워코드의 특성이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문제가 된 파워코드를 다른 것으로 변경한 후에는 조여지는 소리, 금속성의 울림이 심한 것이 많이 완화되었고 육중한 소리를 제대로 내주지 못했던 부분도 많이 개선되었다. 스피커 케이블을 보완해 주면 저역에서 올바른 무게감이 실리도록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오디오 시스템의 매칭을 손봤으니 본격적인 청취를 해볼 차례다. CD재생에는 보울더 1021 디스크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스테레오파일 TEST CD2의 3번 트랙 Acoustic Drum Solo를 틀었다. 이 트랙은 오디오 시스템이 다이나믹 레인지에 제한이 있는지, 저역의 표현 품질이 어떤지, 톰톰간에 피치가 다른 것을 분간할 수 있는지 테스트 하기에 적합하다.
 
저역이 끌리는 느낌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주었으며 임팩트 있고 파워풀한 소리를 내줄 수 있었다. 시청에 사용한 B&W 802 Diamond에서 내줄 수 있는 스케일을 충분히 소화해 내는 모습이 인상적 이었다. 대역 밸런스 또한 거슬림 없이 자연스러웠다.
 
이것은 Hautonga의 출력 스펙 수치를 보고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여서 놀랐다. 연결해서 들어보기 전에는 8오옴에서 200와트, 4오옴에서 280와트의 출력을 내주는 Hautonga로는 B&W 802 Diamond 스피커가 요구하는 전류 공급능력을 갖추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시 말해서 대역간 소리 밸런스가 틀어져서 음악의 추진력과 안정감을 느끼기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었다.

 

잠깐 설명해 보자면 B&W 802 Diamond는 주파수 대역이 높아짐에 따라 임피던스가 상승이 되는 전기적인 특성이 있다. 이런 전기적인 특성이 있는 스피커는 앰프에서 임피던스 부하 변화에 따른 전류 공급 능력을 갖추고 대응해 줘야 한다. 만약에 앰프에서 이런 능력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중고역은 더 두드러지게 들리게 될 것이고 그러면 상대적으로 저역은 힘을 잃은 것처럼 들리게 된다.
 
4번 트랙에 실려 있는 Acoustic Guitar Solo는 기타 현을 세게 튕겼을 때의 날카로운 과도응답(transient attack)과 넓은 다이나믹 레인지를 오디오 시스템에서 제대로 재생해 줄 수 있는지 분간하는데 적합하다. Hautonga는 과도응답이 빨라서 금속 현을 튕겼을 때 느리게 반응하거나 어색하지 않게 들렸다. 이렇게 과도응답이 빠른 제품은 광대역의 소리를 내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이런 제품을 사용한다면 적어도 소리가 둔중하게 들릴 일은 없겠다.
 
다른 트랙을 재생시켜 보면서 볼륨을 크게도 틀어보고 줄여서도 틀어보았다. 볼륨을 늘렸다고 해서 소리가 통제되지 않을 만큼 급격하게 어수선해지지 않았으며, 볼륨을 줄였다고 해서 급격하게 대역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소리가 흐려지지 않았다. 고품질의 볼륨컨트롤을 가지고 있어서 연결한 스피커의 감도가 높건 낮건, 여러 가지 사용환경에서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소리를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것은 엔트리급 제품과 분명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 다른 트랙에 수록된 바이올린 소리는 딱딱하게 들리지 않았고 이는 제품의 해상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참 재생해서 열이 많이 생겼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손을 대어 보니 열이 많이 발생하는 편은 아니었다.
정리해 보자면 플리니우스 Hautonga는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에 상급기가 가진 고품위의 소리를 솜씨 좋게 담아낸 제품이다. 30년간의 실력이 오롯이 실려있다고 할 수 있다. 앰프의 출력은 스펙에 기재된 것보다 상회하는 안정감을 주었다.
 
사족으로 Hautonga 운용시 유의사항을 덧붙여 본다. 이 제품은 광대역을 지향하는 현대적인 앰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제품일수록 좋은 결과를 내주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사려 깊은 운용능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대역이 좁고 반응이 느린 앰프를 염두에 두고 개발하여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소리가 나도록 튜닝한 케이블을 광대역을 지향하는 현대적인 앰프에 투입하게 된다면 잘못된 케이블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어서 상당히 거슬리는 소리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결했던 스피커 케이블 중 하나에서는 과도하게 힘차고 시원시원하고 쌀쌀맞게 들려 음악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전부터 사용해 왔던 케이블을 전면 교체해야 할 지도 모른다.
 

만약에 우려했던 경우가 실제로 생기게 되었다면 당황해 하지 말고 오디오 시스템에 미치는 효과가 큰 순서인 파워코드, 스피커 케이블, 인터커넥트 순서대로 적합한 매칭을 찾아보실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앰프 아래에 음핑고나 Mytle처럼 밀도가 높은 나무재질을 괴어서 소리를 튜닝 해 보시기 바란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면 과거에 경험했던 세계와는 완연하게 격차가 나는 하이엔드의 소리의 세계를 맛보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