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시스템] Plinius / Anniversary Edtion 월간오디오  2012. 4

CD 플레이어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모범성

글: 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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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목축 국가로만 알기 십상인 뉴질랜드는 사실 보이지 않는 공업 국가이기도 하다. 관광지로만 따 라다니다 보면 목축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지만 예 상외로 오디오 쪽에서도 영국의 영향을 받은 때문인 지 우수한 제품들이 꽤 있다. 80년대 포컬의 유토피 아라는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을 때 그때 막 들어오 기 시작했던 이 제작사의 앰프로 울려보니 단연코 소리가 한 등급 올라갔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이 제작사는 탄생한 지 30년이 지났다. 이만 하면 부침이 심한 오디오의 세계에서는 확실한 명성 을 확보했다는 객관적인 증명이 된다. 본 시청기는 출범 30주년을 맞이해 특별 기념판으로 제작한 것 인데, 애니버서리 에디션으로 호칭되고 있다. 당연 히 인티앰프와 CD 플레이어의 세트이며, 이번 호에 는 인티를 제외하고 CD 플레이어로만 시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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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패널은 보통의 CD 플레이어보다도 한결 간 결하다. 트레이만 보일뿐이고 흔한 디스플레이 창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작동되고 있다는 표시만 확인 가능할 뿐이다. 디스플레이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 에게는 다소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를 절감하 기 위해서인가? 그러다가 문득 생각해 보니 디스플 레이가 없는 제품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 다. 사실 리모컨도 있는 터에 디스플레이라는 것의 효율성이라는 것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 이유가 분 명히 있을 법한데 기술적인 배경을 전혀 밝히지 않 는 것도 의문. 번외의 의견들에는 디스플레이라는 것은 CD 플레이어처럼 민감한 장치에는 득보다 해 가 더 많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한 제작사에서 그것 을 공공연히 천명할 경우 쏟아지는 비난성 반대 공 세에 시달릴 것이 뻔한 지라 일종의 실험용 버전으 로 제품을 만들지 않았을까 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리어 패널을 보니 이 제품은 최근의 USB나 PC 파 이 같은 편의성과는 획을 긋는 정통 고전적인 CD 플 레이어의 역할만 하고 있으며 SACD 플레이어의 기 능도 갖지 않는다. 요즈음 다투어 가며 보급기들조 차도 그런 기능을 추가하고 있는 터인데, 이 제품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특이하다. 정통 CD 플레이어 의 길을 가겠노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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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별세한 스티브 잡스의 후일담에서 가장 쇼크 를 받은 것은 그 IT계의 천재가 사실은 집에서 LP로 만 음악을 들었다는 점일 것이다. 현재의 IT 제품들 은 아날로그 음악 수준의 5%밖에 안 된다는 독설을 쏟아냈다는 것을 기사로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진 것은 오디오 마니아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본 시청 기에서 그런 오만과 자존심을 느껴본다.

이미 공개되어 있는 대부분의 시청평도 당연히 좋 다. 배음부의 미세한 소리까지 건져낼 수 있을 만큼 해상도가 뛰어나며 입체적인 무대 감각, 그리고 유 려한 음색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소감들이다. 고가의 CD 플레이어들이 끝없는 성능 경쟁을 이 어가고 있지만 이 제품은 기기 본연의 정통성을 유 지하면서 성능에도 불만을 느끼기 어려운 모범적인 표준기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2.04 Plinius Anniversary.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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