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Amp.] Plinius / SB-301 월간오디오  2010.05

화사한 봄날을 느끼게 하는 따스한 선율

글: 나병욱
 
민속씨름이한참인기가있던시절필자도씨름경기를즐겨보았다. 육중한 체구의 건장한 청년들이 힘을 바탕으로 독특한 기술을 구사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남성적인 그 모습이 필자의 마음을 통쾌하게 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시작 신호가 떨어지는 순간 번개같이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재빠른 몸놀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체급과 자신보다 무거운 체급의 선수를 들어 메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약자인 필자가 강한 어느 누군가를 제압하는 것처럼 통쾌함을 느낄수 있기에 그렇게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울리지 않는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오디오에서도 파워 앰프가 그 못된 고집으로 생떼를 쓰는 스피커를 낮은 체급의 씨름 선수가 무거운체급의 선수를 들어 메칠 때처럼 퍼팩트하게 제압하는 파워 앰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민속씨름을 보면서 하곤했다. 

하지만 씨름판과 오디오는 별개인듯, 멀티앰프에서 저역을 담당하는 15인치우퍼를간단하게제압하는파워앰프를만나기란그리쉬운게아니었다. 지금처럼대단한파워를가진거함같은파워 앰프들이 출현하기 전이라서 그랬겠지만 당시에 내로라하는 앰프들이 힘과 장기를 발휘하며 우퍼와 대결했지만 낮은 체급의 씨름선수가 훨씬 더 무거운 선수를 한판에 들어메치는 것 같은 퍼팩트한 게임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파워앰프의 덕목으로는 스피커의 독특한 고집을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는 파워와 순발력을 우선시 하고 있다.

플리니우스 SB-301 파워 앰프를 처음 대면하면서 간결하면서튼튼하게만들어져있다는느낌이었다. 한데이녀석이만들어내는사운드를듣는순간나도모르게이녀석의모습을다시확인하고 싶어졌다. 종래의 A클래스가 아닌 AB클래스 방식으로 8Ω에서 채널당 310W를 내어주며 상급기인 SA-102(A클래스) 파워 앰프와는 외모에서부터 크기·무게까지 동일하다.SA-102이 톤 컬러에 포인트를 맞춘 A클래스로 125W를 내어주는 파워 앰프였다면 SB-301에서는 고집이 쌘 저 능률의 스피커를 겨냥하여 대출력 파워 앰프로 설계 변경한 앰프가 아닌가 생각 된다. 

SB-301 파워 앰프는 아주 두툼한 전면 패널이 믿음직스럽다.플리니우스란상호밑에아주작은파워 LED만있는간결한모습이고, 무거운 체구(38kg)를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의 큼직한손잡이가 전부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외모의 간결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SA-REF 등 자사의 최고급 앰프들과 같은 디자인과 설계를 계승했다고 하는데, 내부를 상단과 하단으로 분리, 하단에 전원부를 배치하고 있다. 전원부에는 용량이 큰 큼지막한 토로이달 트랜스가 채널당 1개씩 모두 2개가 마련되어 있다. 전원부에서부터 철저하게 듀얼 모노럴 구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단에 설치된 회로를 보면 뉴질랜드의 오디오 메이커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어느 한 구석 소홀함이 없이 질서 정연하게 배치된 부품들과 수준급의 부품들을 채용한 점, 대출력에 대비 산켄 트랜지스터를 사용하는 등 25년 이상의 노하우가 집약된 모습으로 음악에대한 열정을 가지고 제작에 임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SB-301 파워 앰프는 히트싱크를 비롯해 섀시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설계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눈에 확 띄게 화려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정장을 수수하게 차려 입은 중년 신사의 모습처럼 품위 있는 모습이라 생각된다. 퓨어 A클래스에 대응할 만한 크기의 히트싱크가 전체 크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결코 언밸런스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뒷면의 패널은SA-102 앰프에서처럼청색으로도장처리했는데, 이도장은외부노이즈차단에서실드역할도겸하고있다고한다. 시그널입력 단자는 2조가 장착되어 있는데, 1조는 XLR, 그 옆에는 RCA단자가있다. XLR이나 RCA 선택은중간에있는노브스위치로선택할수있다. 바인딩포스트스피커단자는고급스런WBT의단자를 2조 채용하여 바이와이어링에 대응한 점도 칭찬하고 싶다. 전면에아주큼직한손잡이가부착되어있다고했는데, 리어패널에도 손잡이가 마련되어 있어 앰프를 이동할 때 두 사람이 함께 움직일 수 있어 허리를 다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시청에는 CD를 비롯해 프리앰프까지도 동사의 제품을 동원해 음질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프리앰프만플리니우스 토토로로 매칭하기로 했다. 이 토로로 프리앰프는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밸런스 입력과 언밸런스 입력 단자가준비되어 있고 홈시어터 대응의 바이패스 단자 등이 준비되어있다. CD 플레이어는 시청용으로 들어온 그리폰의 스콜피오를사용했다. 그리고 스피커 시스템으로는 JBL 1400 어레이를 동원했다. 

앞에서특별한관심은없었는데, 이녀석이만들어내는사운드를들으면서마음이달려졌다고했듯이모습과는달리스테이지를 넓게 만들어 스피커의 중앙은 물론 양쪽 스피커의 밖에까지전체리스닝룸을꽉채워주는음장감은아무앰프에서나기대할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게 중심이 잘 잡힌 전 대역에서 해상도도 좋으며 음 하나하나를 성실하게 표현한다. 악기들의 질감도 확실하다. 무엇보다 보컬에서 화사한 봄날의 양지처럼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으며, 스피커를 단숨에제압하는 그 파워감은 높은 체급의 선수를 단숨에 메어치는 씨름선수처럼 당당함, 그것이었다. 

텔락 레이블로 들어본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악장(볼티모어 교향악단)을 들어보면 맨 처음 울리는 프렌치혼의 관 울림이 특별하다. 울림이 웅장하고 깊이감이 훌륭하다. 투티 사운드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여 흐트러짐이 없고 리스닝룸을 빈틈없이 채워준다. 피아노의 왼손음과오른손의화음이확실하게나타나며현악기들의선율과합성되는 점에서도 피아노의 음은 당당하고 또렷하다. 어찌 보면실제 피아노보다도 조금은 크게 느껴진다는 느낌도 들었는데,CD 플레이어를 그리폰의 스콜피오로 바꾸어 들을 때는 이런 느낌은 사라지고 좀더 안정된 분위기가 되었다. 이어서 신시내티팝스 오케스트라와 애디 다니엘스(클라리넷), 닥 셰브린센(트럼펫), 에드셰네시(드럼)가협연한‘Sing, Sing, Sing’에서톰톰으로 시작되는 그 톰톰의 사운드는 마치 대북을 치는 듯 웅장하게 느껴진다.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재즈에서 자칫하면 사운드가 소란스러울수도 있는데 그런염려는 하지않아도 되었다. 

파워 앰프가 스피커 시스템을 완벽하게 컨트롤한다. 쓸데없는잔향을제어하기때문일것이다. 리듬또한발걸음이무디지않아서 좋았다. 클라리넷도 체온이 마우스피스에 닿은 듯 고음에서도 따스하게 느껴지고, 다니엘스의 클래식에서 연마된 훌륭한 테크닉은 임프로바이제이션(Improvisation)에서 황홀하게, 그리고 또렷또렷하게 전달되었다. 트럼펫의 빛을 발하는사운드도 좋았고 트럼펫다운 금속성의 시원한 음은 마음을 시원하게, 그리고 스윙감에 흠뻑 젖어들게 해주었다. 

볼프강 홀츠마이어가 부르는 슈만의 가곡에서 바리톤의 음성이 이렇게 좋게 느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JBL 혼 타입스피커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바로 앞에서 부르는 듯 체온을 느낄 수 있는 따스함과 테너와는 달리 고음에서도 갈라지지 않는 목소리는 몇곡을 계속해서 듣게 해주었다. 이파워앰프를 들으며 험담은 하나도 없고, 칭찬만 한 것 같은데, 가격이 예상한 것보다 높지 않았던것도 요인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2010.5-플리니우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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