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 Amp.] Plinius / Tautoro 월간오디오  2009.11

원칙을 정석대로 만든 충실한 프리앰프

글: 김남
 
플리니우스라는 약간 생소한 이 제작사는 뉴질랜드의 앰프메이커이다. 기억하기로는 아마 90년대 초반에 이 메이커의 앰프가 국내에 첫 수입되었을 것이다. 내가 그 당시 사용하고있던 JM 랩의 유토피아라는 스피커가 있었는데, 어떤 분이 바로이 플리니우스라는 처음 듣는 앰프와 매칭해 사용하면서 아주 소리가 좋다고 하는 기사를 썼기에 정말 좋더냐고 전화로 문의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물론 그때의 앰프 모델명 같은 것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남아 있는 것은 알루미늄의 차가운 감촉, 별로 크지 않은 출력임에도 유유히 울리던 파워감, 탐미적이었던 중역의 개성, 그런 정도가 기억이 난다. 그 직후 몇 번이나 앰프를 교체할까 망설이다가 엉뚱하게도 스피커를 교체하고 말았다.

그 기억 속의 앰프들이 수입원이 바뀌어 활발하게 국내에 들어오게 됐다. 그 당시에도 뉴질랜드 같은 남반구의 목축 국가에서앰프가 만들어지나 하며 놀랐고, 그 후 뉴질랜드에 대한 얘기가나오면 그 나라는 목축이 전부가 아니고 유명한 앰프도 만들고있는 국가라고 몇 번이나 설명하게 됐으니 조금은 인연이 있는셈이다.

이 나라는 <반지의 제왕>이 개봉되면서 그 촬영지로 인기를 모았다. 남 섬과 북 섬으로 이루어진 기다란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유학생이나 이민이 많이 나가 있는 상당히친근한 나라가 되었다. 국토가 아름답고 청결한데다가 물가가 과히 비싸지않아 살기좋은 나라로 손꼽히기도 하는 모양이다.

어떤 제품은 설계만 그 나라에서 하지 실제 생산은 OEM으로중국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은 확실히 오너, 설계, 제작이 삼위일체로 뉴질랜드에서 이루어진다.

이 메이커는 1979년에 뉴질랜드의 마나와투라는 지역에서 음악 애호가인 피터 톰슨이 앰프 연구를 시작하여 이듬해 첫 제품을 만들어 냈고, 87년에는 게리 모리슨이라는 앰프 설계자와 합작하여 본격적으로 여러 제품들이 나온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2001년에는 산업디자이너 로스 스티븐스가 첫 곡선형 알루미늄섀시 설계를 해서 특이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나왔는데, 당시로서는 이런스타일이 파격 적이어서디자인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벌써 3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지났는데, 이 메이커는 한 기종의 CD 플레이어 외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앰프 일변도의 제작을 고수해온 상당히 고지식하며 소신 일변도의 제작 자세를 고수해온 것으로도 평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프리앰프의 리뷰기를 쓰는 만큼 프리앰프에 국한하여 얘기를 하자면, 처음 모델 번호 2를 시작으로 2B로 개량되었고, 2C, 2.4프리앰프도 나왔다. 그리고 앞에 M이 붙는 제품이 시작되면서M5, M7, M12 등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2003년에는 이 프리앰프의 플래그십 제품인 M8이 등장하게 된다. 한동안 이 M8 프리앰프가 플래그십으로 자리 잡고 있던 터에 여기에 좀더 현대적인A/V에도 대응하고, 바이패스 등의 민첩한 반응을 살리면서 개량을 가한 것이 본 기이다. 물론 라운드 처리를 한 특이한 디자인을 채택 했음은 당연지사.

뉴질랜드나호주의실상을들여다보면미국이나영국의자본이나 기술력이 상당히 침투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 제작되는 영화도 실상은 미국, 영국의 핵심 멤버들이 기술이나 인적자원으로 다수 참여하기 때문에 단순히 목축 국가인 뉴질랜드에서 이런 것을 제작하는 것이 대견하다는 그런 시각으로 보면 뭘 잘모르는 경우가 된다.

금년에도 우리나라에서 세계 드라마 어워드라는 행사를 개최하여 세계 방송사들의 TV 드라마들을 받았는데, 어김없이 우수작후보로 호주와 뉴질랜드의 작품들이 올라왔다. 그때 그 배경 설명을 들어보니 사실상 영국의 수준과 동등하다는 것을 알고 놀랐는데, 그 배경이 남다른데 있는것이 아닌 것이다. 

방송 드라마의 수준이 그런데 여기서 세계적인 오디오 제품들이 나왔다고 해서 놀라운 것이 전혀 아닌 것이다. 영어권의 문화나 문명이라는 것은 위치가 떨어져 있다고 해도 이미 상호시장의 개방으로 완전 오픈이 되어 있으니 이제 차라리 영연방권의 제품인가 아닌가하는 측면으로 봐도 해석이 가능하겠다.

이 제품은 앞서 설명한 대로 모서리가 라운드 스타일로 처리되어 있는 풀 알루미늄의 미려한 섀시로 디자인된 독창적인 제품이며 내부 역시 견실하기 짝이 없다. 높이가 16cm로 상당한데, 알프스제의 전동 볼륨을 위시하여 채널별로 분리되어 있는 완전 풀디스크리트 방식의 회로 기판을 가지고 있다. 완전 분리된 독립의 채널을 의미하는 디스크리트 방식을 대부분의 오디오 제품들이 표방하고 있지만 완전이 아니라 무늬만 디스크리트 방식의 제품이 많은 터에 이 제품은 확실한 풀 디스크리트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버퍼 회로 역시 마찬가지이며 이 제품은 원칙을정석대로 만든다는 과거 영연방의 제조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마 콘덴서, 오리 캡 등 신뢰가 검증된 낯익은 부품이 쓰이고 있으며 대용량의 전원부도 상당히 완강해 보인다.포노단은 옵션 품목으로 기판이 장착될 공간이 처음부터 마련되어있다.

이 제품을 럭스만의 D-08 SACD 플레이어와 M-800A 파워앰프, 그리고 다인 오디오의 포커스 360 스피커로 연결을 한다.듣기 전부터 이 제품은 번득이는 해상도에 치중하는 제품이 아니라 다소의 온기를 머금고 있는 미려한 사운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넷 킹 콜의‘Too Young’을 첫 곡으로 들으면서 그 의미를 실감했다. 깊이감, 재즈 보컬의 천재인 이 가수 음색의 찰기와온기, 깊이감과 끈끈한 유대감 같은 것이 유감없이 들려 왔기 때문이다. 중역의 밀도도 뛰어나게 좋다. 전곡에서 침착한 반응이느껴지는 것이다. ‘프로반자, 내 고향’을 부르는 바리톤 토마스햄슨의 음성은 마치 잘 쒀 놓은 전복죽 같기도 하다. 먹기도 전에 향기가나오는 찹쌀로 만들어 져있는 전복죽.

금관악기군이서주를내뿜는런던심포니연주의‘에스파냐카니’같은곡에서는번득이는해상도나청량감이다소삭감되기도한다. 이런 면이 이 제품의 특성이라 할 만하다. 과장된 투명도보다는 자연스러움과 미려함이 살짝 강세로 되어 있는 것이다. 어떤곡을 들어도 엇비슷하다.

이 제품은 남반구, 그 청아한 산맥 아래 끝없이 잔구릉이 이어져 있고, 거기 깔려 있는 무수한 목초지와 풀을 뜯는 양 떼, 소 떼들의 온화하고 우아한 색상으로 표현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특이한 무슨 회로며 기법이며 그런 것을 강조하지 않아서 좋다.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내구성과 미려함에도 부족함이 없고, 현대적인 디지털 소스에도 대응하고 있는 듬직한 기본기를 갖춘 제품으로 입문자로부터 원숙한 마니아들까지도 공통적인 호감을 줄 수 있는 실속기 이다. 

2009.11-plinius.pdf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