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grated Amp.] Plinius / 9200SE 월간오디오  2009.08

분리형을 가볍게 제압하는 탁월한 음악성

글: 이종학
 
오디오계에는 많은 브랜드들이 있고 또많은 제품들이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신제품이 출시되어 시장의 평가를 받은 후 사라지는 구조 속에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명기로 추앙받는 제품들이 나오게 된다. 물론명기를 정하는 조건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일단 오디오라는 것이 시장의 논리를 피해갈 수 없는 만큼, 설령 발매당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인정을 받는 경우가 허다한데, 바로 그 무대가 중고 장터다. 물론 이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다. 

이 점에서 플리니우스가 그간 발표해온 몇개의 인티앰프는, 그 인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마 오디오 애호가치고 중고 숍이나온라인 장터 거래를 한 번도 안 해본 경우가없을 터인데, 플리니우스의 인티앰프들은 이례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필자도자주 들어가는 모 사이트의 경우, 중고 장터에 플리니우스가 떴다 하면 곧 판매 완료라는게시자의 안내문이 뜰 정도다. ‘플리니우스=현찰’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만도 한데, 그런영광은 B&W, 매킨토시, 윌슨 오디오, ATC등 몇몇 명가에만 집중된 만큼, 이 회사의 약진에 이례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이 회사의 창업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보면, 한 음악 애호가의 소박한꿈이 좋은 파트너들을 연달아 만나면서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이뤄질 수 있구나, 탄복하게된다. 그 시작은 최초의 창업자 피터 톰슨(Peter Thomson)부터 비롯된다. 원래 지독한 음악광인 그는, 어릴 때부터 앰프 디자인과 제작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1979년에 본격적인 제조를 시작해서 이듬해에 플리니우스를 창업하기에 이른다. 그의 초기작은 꽤높은 지지를 얻어 뉴질랜드 지역에서 꾸준히판매가 되었다. 

그러다 1987년에 큰 사건이 벌어진다. 같은뉴질랜드 베이스의 크래프트 오디오와 합병을 하더니, 이후 오더블 테크놀로지와 합치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그냥 그 상태로 있었으면, 이 모든 회사들이 일종의 취미 단계에 머물렀을 것이다. DIY를 벗어난 수준이라고나할까? 그러나 이렇게 힘을 합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오더블 테크놀로지의 엔지니어로 있던 게리 모리슨이 상당한 수완을 발휘해 플리니우스의 제품군이 놀랍도록 뛰어난성능을 갖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그를 담는 그릇도 문제가 된다. 또 현대는 디자인 전쟁의시대. 이런 디자인 개념이 없으면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시장에서 사장되기 일쑤다. 플리니우스는 2001년에 이르러 로스 스티븐스를 맞이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오디오 메이커로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로스로 말하면 원래 의상 디자이너였지만,오디오를 좋아해 틈틈이 그림을 그릴 정도였다. 그러다 영국에 가서 인정을 받아 B&W,린, 텔레푼켄, 사바 등과 일할 정도로 이 분야의 실력자가 되었다. 이후 뉴질랜드로 돌아와서 빅토리아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와중에 플리니우스와 연결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로스는 같은 뉴질랜드 베이스의 페로 오디오와도 연관해서 디자인을 해주고 있다. 또 그의둥근 형태의 디자인은 클라세에 반영된 바 있다. 클라세, 페로, 플리니우스…. 가격대도 비슷하고, 제품군도 비슷한 라이벌들인데, 모두 로스의 손을 거쳤다는 것이 재미있다.

이렇게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이 완비되어도 유능한 세일즈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마지막화룡정점은브라이언월러비가 찍었다. 원래 영국인인데, 이 나라에 관광을 온 키위족 아가씨와 눈이 맞는 바람에 결혼을해서 뉴질랜드로 왔다. 그리고 전도유망한 플리니우스를 발견한 것이다.

사실 뉴질랜드라는 국가 브랜드는 오디오 업계에서 그리 강력하지 않다. 하지만이렇게 십시일반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들었을 때의 파워는 상상 이상이며, 결국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이는 우리 오디오 업계가 귀감으로 삼을만한 사건이 아닐까한다.

그간 여러 리뷰에서 플리니우스를 자주사용한 바 있어 비교적 친숙한 편이다. 그리고 가격대비 성능으로 말하면 손꼽을만한 내용을 갖고 있어 늘 좋은 인상을 받고 있다. 특히 9200 인티는 무려 출력이200W나 되어 어지간한 스피커는 모두 구동할 정도로 힘도 좋고, 투명하면서 깔끔한 음 매무새는 뒷맛도 개운하다. 중고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것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받아본 SE 버전은, 이전 모델을보다 고급화한 것으로, 무엇보다 문제가되는 밸런스 입력단을 추가했다는 점에서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밸런스단이언밸런스단보다 압도적으로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언밸런스 설계를 고집하는 메이커가 있을 만큼, 이쪽의 논쟁은 끝이 없다. 단, CD 플레이어를 소스로 할 경우, 밸런스 출력단의 경우 아무래도 통상의 DAC를 두 배 쓰게 되므로, 그에 따른 음질의 상승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분리형 DAC를 쓸 때 이 차이는 상당히 크다. 그러므로 이는 단순히 밸런스 입력단 하나를 더 넣은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또 설계에도 만전을 기해, 더욱 적어진노이즈, 디스토션을 억제한 J-Fet 입력단, 풀디스크리트 방식의 설계 등 특필할내용이 많다. 게다가 별도의 포노 옵션은아날로그 애호가라면 꼭 장착할 만하다.MM뿐 아니라 MC도 지원하며, 그 성능이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이패스 모드까지 지원하므로 홈시어터와 연계해서 풍부한 확장성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본 기의 시청은 와디아 381 CD 플레이어에 B&W 노틸러스 804S를 연결해서이뤄졌다. 참고로 이번 리뷰에서 여러 종의 인티앰프를 비교 시청할 수 있었던 바,그 결과가 재미있다.

우선 블라델리우스로 말하면 매우 투명하고 아기자기한 음을 들을 수 있었고, 크렐은 묘한 아름다움이 담긴 음이 나왔으며, 심오디오는 박력 넘치는 표정을 보여줬다. 이와 연관해서 본 기는 미음과 힘이 결합되었다고나 할까, 804S와 상당히 좋은 상성을 보여줬다. 물론 레퍼런스 스피커가 달랐다면 이런 인상이 좀 바뀔 수도 있으니, 이부분은 참고 바란다.

첫 곡은 무터의 모차르트 피아노 트리오6번. 일단 골격이 단단하고, 저역이 튼실하다. 음이 매우 명료해서, 투명도나 해상도면에서 별로 따질 부분이 없다. 좀 전에미음이라고 표현했지만, 바이올린의 묘사는 특필할 만하다. 여기에 적절히 저역에서 어필하는 첼로 음의 악센트가 가미되어, 전체적으로 탄력적이고, 치밀한 음이 나온다.

이어지는 멜로디가르도트의‘Worrisome Heart’. 상당히 복잡한 악기 편성을 술술풀어가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앰프 자체의 퀄러티도 높은데다가, 스피커의 완전장악이라는 이점이 더해지면 이런 멋진음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중간중간 출몰해서 곡에 재미를 더해주는 오르간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스네어를 치는 드럼 스틱의 손놀림이 보일 정도로 해상력이 뛰어나며, 보컬의 중성적이면서 오소독스한 표정도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잘 만든 인티앰프는 어지간한 분리형을 가볍게 제압하는데, 본기가 바로 그렇다.

마지막으로 ZZ 탑의‘Thunder Bird’.과연 라이브한 녹음의 박력이 철철 넘쳐서 야성적인 베이스와 드럼을 배경으로 호방하게 전개되는 기타 애드리브에 그대로 K.O되고 말았다. 여기서 가벼운 발장단이나 어깨춤은 필수. 생각해보면 록, 재즈, 클래식등 장르를 가리지않고 그맛을 제대로 뽑아낸 부분에서 본 기의 진짜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2009.08-plinius.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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