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 Amp.] Plinius / Tautoro WhatHIFI  2008.06

색채감 가득한 Plinius의 레퍼런스

글: 주기표
 
뉴질랜드? 영화로 유명한 동네다. 얼마 전, 어느 쇼 프로에서 뉴질랜드 출신의 출연자가 자기네 나라는 온통 초원과 농장밖에 없다는 말을 하는데 상당히 서정적인 나라가 아닐까 싶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무대가 된 곳이 아니던가? 판타스틱한 무대가 되었던 곳이기에 이 나라를 대표하는 오디오 제품들은(사실 오디오 업체가 있다는 것도 매우 특이하게 보이는데) 일상적이며 대중적인 오디오 브랜드들과는 달리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다. Plinius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앰프 업체로 25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으며 오직 앰프 한 분야만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최근 출시된 CD-101이라는 CD 플레이어가 있기는 하지만 이외에는 전 제품이 모두 앰프뿐이다. 이 CD 플레이어 역시 최근 Plinius라는 브랜드가 한층 성장하면서 동사 앰프들의 판매량이 부쩍 늘며 디자인적으로나 음색적으로 매칭 시스템을 완성해주길 바라는 요청에 의해 등장하게 된 것이다. 

25년의 역사 동안 전 세계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Plinius란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리게 해준 것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자사만의 독특한 튜닝 노하우를 담아낸 개성적인 파워 앰프 SA-100 시리즈였다. 워낙 높은 인기 덕분에 3번째 버전까지 출시되었으며 버전이 거듭될수록 꾸준히 인기가 높아졌다. 대부분의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들이 대표적인 주력 파워 앰프를 내놓으면 1만 달러가 넘는 것은 예사지만 SA-100의 경우는 그런 가격대의 제품에 걸맞은 구동력을 보여주면서도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했다. 동시에 A급 증폭 방식과 AB급을 전환해가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회로를 설계해 많은 오디오파일들에게 알짜 파워 앰프로 이름을 날렸다. 

레퍼런스 프리앰프 Tautoro

SA-100이 MK3까지 성공한 뒤, Plinius는 전격적으로 제품들의 이미지를 쇄신하게 되었는데 그 중심은 디자인이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북미의 대표적 하이엔드 브랜드들과 어깨를 맞추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성능뿐만 아니라 디자인 또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특별한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기존 Plinius 시리즈는 그대로 두고 신제품들에 대해 파격적인 라운드형 전면 패널을 도입했다. 세련된 실버 색상의 섀시를 전면에서 측면으로 흐르게 함으로써 딱딱하게 각진 디자인에서 탈피했다. 먼저 저렴한 미들급 모델부터 변화가 시작되었고 현재 상위 기종으로 디자인 변경이 진행 중이다. 라운드형으로 바뀌면서 제일 먼저 발매된 슬림한 파워 앰프와 프리앰프 출시 후 레퍼런스급은 아직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레퍼런스급 프리앰프가 출시되었다. 그 이름은 Tautoro다. 

보는 순간 상당한 크기의 프리앰프로 레퍼런스급다운 면모가 느껴진다. 높이만 160mm이니 일반 프리앰프의 체구라기보다는 멀티채널 서라운드 리시버에 버금가는 크기다. 거기에 실버 컬러의 헤어라인 마감 섀시로 적지 않은 무게까지 동반된 제품이라서 오디오룸에 자리를 잡으면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을 것 같은 믿음직스럽고 듬직한 모양이다.

완전 디스크리트 디자인

내부를 보면 전면 오른쪽에 알프스제 전동식 볼륨이, 왼쪽에는 제품 무게를 감안했을 때 적잖은 용량의 트로이달 트랜스포머가 있고 그 옆에는 정전압 회로와 전해 콘덴서들이 세워져 있다. 대체적으로 구성은 깔끔하다. 내부 배선재는 일반적인 앰프들에서 사용하는 얇은 선재가 아니라 두께와 피복 이 충실한 선재를 사용하여 신뢰감이 높다. 오른편에는 완전 풀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설계된 앰프 회로가 있는데 각 채널별로 각각 분리되어 설계된 모습이 질서 정연하다. 채널별로 Auricap 커플링 콘덴서와 고급의 Wima 콘덴서 등과 같은 고급 부품들이 사용되었다. 버퍼 회로까지 완전 풀 디스크리트 구성으로 채널 분리도와 신호 간 간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측면에 있는 별도의 회로 기판은 LP를 위한 포노 앰프 블록이다. Tautoro 프리앰프는 포노 앰프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데 이미 Koru 포노 앰프를 발매한 경험을 고려하면 매우 충실한 성능이 기대된다. 

후면 단자들은 밸런스드 입력이 가능하도록 배려했으며 AV 리시버와 연동하기 좋도록 패스스루 출력도 RCA와 XLR 단자로 각각 준비되어 있다. 워낙에 큰 프리앰프이다 보니 단자 구성이 왠지 듬성듬성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괜찮은 프리앰프들보다 그 구성의 정도는 훨씬 더 충실하다. 

높은 음악성과 색채미

Plinius의 앰프는 대체로 깨끗한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단단하고 치밀한 성향보다는 부드러운 색채감이 앞서는 경향을 보여왔다. 외적인 디자인과 달리 음색은 상당히 감미로우면서도 적절한 온도감에 잔향도 넘치며 부드러운 윤기가 느껴진다. 덕분에 보컬에서 아주 좋은 소리를 들려주며 클래식이든 재즈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섬세한 클래식 소품을 들으면 각 악기 간의 거리가 떨어져 적절히 분리된 입체적 공간과 임장감을 재현한다. 또한 소리 하나 하나의 질감은 보슬보슬한 느낌이다. 물론 파워 앰프의 음색과 어느 정도 잘 조화가 될 때 가능하다. 

배경이 정숙하고 차분하며 공기감과 같은 느낌을 제대로 연출하여 무대는 평면적이지 않다. 바이올린을 들으면 오래된 녹음이라도 현의 유려한 질감을 잘 뽑아내며 피아노 소리에서는 저음의 울림이 넉넉하면서도 긴 잔향과 울림을 잘 살려준다. 저음의 울림이 다소 많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현의 소리는 그와 반대로 정갈하며 잘빠진 듯한 유연함으로 재생된다.

오이스트라흐와 오보린이 연주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봄>이 그 증거로, 오래되었지만 아주 우아하게 들린다. 피아노의 리듬감이 정겹게 들리며 매끄러운 바이올린과 잔향을 동반한 피아노의 미묘한 색채도 잘 표현되었다. 물론 파워 앰프의 성향도 뒤따라와야 하지만 Tautoro의 근본 성향 자체가 섬세하고 우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독일의 재즈 보컬리스트 Axinia Schonfeld의 노래를 들으면 도톰한 중역에 특유의 색채가 칠해진다. 여성 보컬 특유의 낮은 음이 잘 살아 있는데 전체 소리가 두텁다기보다 보컬의 목소리 뒤에 충분한 여운과 잔향이 살아 있어 진한 색채가 살아나면서도 답답함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는 이 앰프의 최대 강점은 역시 우수한 질감과 뛰어난 색채감이다. 파워 앰프를 세 종류나 물려봤는데 자신의 성향을 강하게 내세우기보다 파워 앰프의 성향에 질감과 색채감을 더 강조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칭에 주의하여 앰프를 골라주어야 한다.

크게 두 가지 성향을 목표로 파워 앰프를 매칭한다고 가정할 때, 거칠고 강성의 앰프와 함께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오히려 중역이 얇아지고 정보량이 떨어지는 단점이 발생한다. 그보다는 두께감이 있으면서 중역이 뛰어난, 부드러움이 좋은 파워 앰프를 물리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중저역과 중역의 두께감, 그리고 충분한 힘을 갖추고 있는 앰프에서 다채로운 색채감과 윤기가 좋은 질감을 묘사해줌으로써 기분 좋게 음악에 빠져들 수 있었다. 특히 언급할 점은 중역에 이런 개성을 살려내면서도 명확한 디테일과 이미징을 퇴색시키지 않고 깨끗하게 투명도가 유지된다는 점이 Tautoro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Plinius의 파워 앰프와 직접 매칭을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같은 회사의 파워 앰프와 가장 좋은 레퍼런스가 될 테니 말이다. 그래도 Tautoro는 레퍼런스급 프리앰프로서 당당한 만듦새와 성능을 지녔음은 알 수 있었다. 가격도 역시 Plinius답게 초하이엔드 제품들에 비해 상당히 현실적이다. 오디오 마니아이면서도 음악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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