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Amp.] Plinius / SB-301 왓하이파이  2008.05

음악에 대한 열정

글: 최윤호
 
뉴질랜드의 하이엔드 메이커인 Plinius의 전매특허는 파워 앰프이다. 거의 25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파워 앰프란 우물을 파왔고, 그런 만큼 Plinius의 노력과 땀의 결정체를 가볍게 보는 사람은 지구상에는 없을 것이다. 특히, 파워 앰프 중에서도 매끈하고 유려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A급 파워 앰프를 주무기로 하였지만 이번에는 제품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금은 다르다. 예컨대 메르세데스는 C, E, S등의 접두사가 제품의 클래스를, 세자리 숫자는 엔진의 배기량을 뜻한다. 이러한 법칙은 Plinius에서도 사용하고 있는데 금번 제품은 거의 유일하던 접두사 SA를 가지고 있지 않다. 바뀐 접두사인 SB를 최초로 달고 나온 것이다, 그것도 301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와 함께! 이는 효율과 음질을 모두 잡은 B급 (정확히 말하면 AB급) 300w 출력의 파워앰프인 것이다.

A냐, B냐

먼저, A급과 B급은 수/우/미/양/가 같은 학점이나 성적표가 아님을 분명히 해두자. 이는 파워 앰프의 출력단에 적용되는 용어로서 트랜지스터나 진공관의 바이어스라고 부르는 동작점이 부하곡선 상의 어느 곳에 위치 되었는가로 결정된다. 트랜지스터 또는 진공관과 같은 증폭 소자의 부하선 중 직진성이 가장 좋은 중간 부분에 동작점을 정하여 증폭하는 방식이 A급이다. 입력 신호는 전압 0을 기준으로 플러스 마이너스가 계속 교차하는 교류인데, A급 앰프는 플러스 신호든 마이너스 신호든 항상 플러스 상태에서 증폭이 이루어지게 동작하는 방법이다. 이에 반해 B급은 입력 신호의 플러스 측만 증폭하는 플러스 쪽 트랜지스터와 마이너스 측만 증폭하는 마이너스 쪽 트랜지스터를 따로 사용하여 각기 신호의 변화에 따라 증폭해서 합치는 방식이다. 즉, 한 쪽 트랜지스터가 일을 할 때에는 다른 쪽 트랜지스터는 쉬며 신호는 항상 전압 0점을 기준으로 오르고 내리기 때문에 각기 다른 트랜지스터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스위칭 시 디스토션이 생길 수 있다. 정리하면 스피커로 들어가는 출력은 양 트랜지스터의 합성출력으로 +영역과 -영역의 신호가 결합되는 0V 부근에서 이음새가 깨끗이 이루어지기가 까다롭기에 크로스오버 왜곡이라는 것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을 없애기 위해서 +, -가 변하는 시점에 일정량의 전압을 걸어서 크로스오버 왜곡률을 최대한 줄이도록 만든 것이 AB급이다. 

그렇다고 A급은 장점만, 반대로 B급은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A급 증폭은 양쪽 트랜지스터가 입력 신호에 대해 항상 동작되도록 바이어스를 부하선의 중심에 설치한 만큼 합성 출력이 매우 매끄러운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신호가 없을 때에도 트랜지스터가 계속 동작하므로 발열이 많고 정격 출력이 B급의 1/4 정도로 낮아져 대출력을 내기에 불리하다. 반면 B급은 입력 신호가 없을 때는 양쪽 트랜지스터 모두 휴지기이기에 효율이 매우 좋고 발열도 적으며 큰 출력을 내기에 더 합리적인 구조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디자인 및 장단점

SB-301은 누가 보아도 파워 앰프임을 알 수 있는 디자인이다. SA-REF 등 자사의 최고급 라인과 같은 디자인 터치를 살렸으며 프론트 패널은 매우 두꺼운 알루미늄을 사용하였고 옆면에는 큰 방열판이 붙어 있어 자체로서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뒷면에 사용된 하늘색 패널도 고급 제품과 동일하다. 이 하늘색 도장은 외부 노이즈를 차단하는 쉴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쌍의 밸런스 및 언밸런스 단자를 준비하였고 스피커 연결단자는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하는 WBT제를 사용하였다. 앞면에는 프론트 패널과 동일한 재질로 만들어진 멋진 손잡이가, 또한 뒷면은 보이지 않는 만큼 제작비를 염두에 둔(하지만 너무나도 유용한) 손잡이가 달려 있어 이 육중한 앰프를 운반하는 데 매우 편리함을 제공한다. 보기에도 멋지고 성능도 뛰어나지만, 뽑아내면 표창으로 사용해도 될 것 같은, 다소 무서운 방열판을 운반 시 손잡이로 사용하지 않아 찔리거나 베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300w라는 거대한 출력을 가진 육중한 앰프의 가장 큰 장점은 제어력이다. 사실 제어보다는 제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작은 뉴질랜드 어린이가 앰프 안에 숨어서 스피커로 가는 음악 신호용 브레이크를 조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뜨겁고 진한 색채의 자연미

기본적인 음질은 기존 Plinius의 연장선상에 있다. 따스하면서도 유채화적인 색채를 띠면서도 탄력을 더한 정확한 소리를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들려준다. 하지만 ‘Natural’’과 ‘Neutral’ 이라는 갈림길에서 Plinius는 전자를 택했다. 중립적인 사운드라는 미명아래 무색무취가 아닌 자신의 존재를 정확하게 표명한다. Goldmund나 Jeff Rowland같이 스피드한 사운드의 반대편에 위치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투명한 고역과 질감과 밀도감을 바탕으로 한 중역, 디테일 좋은 저역대와 -베이스까지 내려가는 실력은 기본이다.

캐롤 키드의 목소리는 매우 원숙하고 느긋하게 표현되며 무대의 크기가 다른 앰프보다 넓어져 있다. 안네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 연주는 살집이 있는, 조금은 두터운 소리이며 그 외에 첼로와 더블 베이스 같은 저음 현의 연주는 완벽한 배경을 만들어주며, 저음에서의 해상력은 무섭도록 높은 파워가 뒷받침되어 매우 뛰어나다. 

필립 헤레베게가 지휘한 모차르트 <레퀴엠>은 각각의 합창단 성부 위치가 정확하게 포착된다. 무대의 홀톤이 그려지며 음촉도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다. 이차크 펄만과 오스카 피터슨이 협연한 앨범 는 재즈적 향기를 물씬 풍기는 끈끈한 바이올린과 함께 터치감이 잘 살아 있는 피아노의 잔향이 따뜻하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힘 있게 재생된다. 하지만 힘이 모든 것은 아니다. 조급함이 없고 매끄러우면서도 차갑지 않은 온기를 지니고 있어 그 힘이 더욱 빛을 발한다. 

앰프 명가 Plinius에게 A급 또는 AB급이란 무의미하다. 아마도 그들은 Plinius 앰프를 구입한 사람을 몰래 미행하여 창문 밖에서 표정을 살펴본다거나, 집 뒤의 커다란 휴지통 속에 숨어서 오디오 동료들에게 전화하는 내용을 엿듣는 것 같다. 그래서 오디오파일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제품에 담아내어 요리해내는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SB-301로 말미암아 뉴질랜드인이 가 양치기 실력보다 뛰어난 앰프 제조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증명되었다. 많은 파워를 필요로 하면서도 스피커를 운용하며 음악 자체에 몰입하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074-077(수정).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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