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우연치 않게 다 인오디오를 주재하는 빌 프리트 에렌홀츠씨를 만 나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다인오디 오의 연혁이 거의 40년에 육박하는 바, 상당한 고령의 CEO를 기대했는 데, 우리나이로 이제 예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또 무척이나 활력이 넘 치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나이보다 더 젊어보였다.

이게 대체 무슨 영문인가? 혹 창업 자의 아들인가? 그렇지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나이 스물 두 살 때 다 인오디오를 창업했다고 한다. 대학 졸 업 무렵이란다. 대부분 취업을 준비하 거나 유학갈 곳을 기웃거리는 나이에 과감히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지 는 몰라도, 참 배포가 크고, 호탕한 분 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현재 다인오디오는 350여 명의 직원 을 거느린 대기업이 되었다. 단순히 유닛 제조나 홈 오디오용 스피커 제조 를 떠나, 이제는 스튜디오, 카 오디오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일 례로 폭스바겐에 매년 납품하는 세트 가 무려 15만개라고 한다. 부가티에도 다인오디오가 들어가는 바, 이 경우 약 50개 정도. 더 놀라운 것은 스튜디 오용 모델이 매년 1만개 정도 판매된 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매년 스튜디오 1만 여 군데가 다인오디오의 제품을 쓴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경험에 의거해서 다인오 디오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 근본은, 잘 처리된 스튜디오에서 녹음 되어 모니터 스피커로 나오는 음이 실 제로 가정에서 재생되었을 땐 그만한 퀄리티를 보장하지 못하는 부분을 개 선하자는 취지다. 그 주원인은 아무래 도 룸 어쿠스틱이다. 집집마다 음향 환경이 다르고, 반사니 뭐니 다양한 요소들이 음을 손상시키고 있는 것이 다. 그렇다고 애호가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룸 튜닝을 실시할 수는 없 는 노릇이 아닌가?

이번에 발매된 컨피던스 4 시그너처 (이하 C4 S)의 경우, 에렌홀츠씨가 직 접 팔을 걷어 부치고 달라붙은 프로젝 트다. 전체적으로는 컨피던스 시리즈 를 버전 업하는 것인데, 여기에 핵심 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DDC(Dynaudio Directivity Control) 테크놀로 지다. 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대부분의 스피커는 실제 가정에서 사용될 때 천장과 바닥의 영향을 받는 다. 이게 음을 흐리게 하고, 엉키게 만 든다. 이 부분만 개선해도 훨씬 디테 일이 풍부하고, 직진성이 좋은 음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동사는 2가 지 부문에서 개량을 실시한다.

첫째는 유닛의 배치. 이들이 수직 대 칭(Vertical Symmetry)라 부르는 방 식으로, 가운데에 트위터를 놓은 가운 데, 그 위에 미드레인지 그리고 우퍼 를 배치하는 방법이다. 흔히 가상동축 형이라 부르는 배열법이다. 그런데 가 만히 보면 트위터가 두 개나 있다. 그 렇다. 완전한 거울 반사의 방식을 따 라, 거울로 반사하듯 대칭 구조를 취 하는 것이다. 또 유닛의 배치 간격에 도 세심하게 공을 들여, 수도 없는 파 인 튜닝을 통해 이런 포름을 취하게 되었다.

둘째는 크로스오버의 개량. 특히 양 질의 부품을 선별함은 물론이고, 최대 한 간소한 설계를 지행했으며, 이 기 회에 배선재도 모두 고급으로 올렸다. 이래서 동사는 다른 스피커와 비교하 면 천장과 바닥의 영향을 약 75% 줄 였다고 말한다. 이것은 상당한 수치 다. 특히, 별다른 룸 튜닝이 없이 이런 수치를 얻을 수 있다면, 스피커 역사 에서 획기적인 진보를 이뤘다 해도 과 언이 아니다.

한편 투입된 유닛을 보면 일단 에소 타 2 트위터가 두 발이나 포함된 것이 반갑다. 한때 에소타냐 아니냐 할 정 도로,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이 트위터 가 가진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는데, 이 번에 개량되면서 더욱 디테일이 풍부 하고, 다이내믹이 풍부한 음을 얻게 되었다.

또 하나 언급할 것은 트위터뿐 아니 라, 미드레인지, 우퍼 등에 바르는 코 팅재의 변화다. 사실 많은 유닛 메이 커들의 비법 중의 하나가 코팅이라고 한다면, 이 부분의 개량 역시 획기적 이라 할 만하다. 실제로 카메라 렌즈 중 라이카와 차이스가 독보적인 것은, 결국 코팅 기술에 있다고 하지 않은 가. 이 부분에 대한 결과는 역시 음으 로 입증된다.

이어서 인클로저를 보면, HDF를 비 롯한 다양한 목재들이 적층된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 각 소재마다 공진 포인트가 다르기 때 문이다. 그래서 변화무쌍하게 나오는 음에 따라 특정 소재가 공진을 일으키 면 옆에서 이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제 조되었다. 바로 이런 기술이 본 기에 와서 보다 최적화된 것이다.

그런데 왜 유닛을 인클로저에 달지 않고, 별도의 플레이트를 동원했는가 의구심을 가질 법도 하다. 이것은 그 냥 디자인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에렌홀츠씨에 따르면, 보다 단단하고 확고하게 유닛을 배플에 장착하기 위 함이다. 그러므로 목재보다는 알루미 늄으로 된 플레이트가 더 유리하다. 이것은 마치 턴테이블에서 카트리지 가 안정적으로 트레이싱하기 위한 방 법과도 통한다. 특히, 트위터처럼 민 감한 유닛의 경우, 아무래도 진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 점을 개선한 것으로, 확실히 공감이 간다.

사실 겉에서 보면 C4나 C4 S나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노하우, 특히 최근에 발표된 컨시퀀스 얼티미트 에디션과 사파이어의 성과에 힘입은 기술력이 본 기에 녹아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얼마나 자신만만했으면 스피커 터미널 위에 에렌홀츠씨의 사인이 든 명패를 달아 놓았을까?

확실히 본 기의 음을 들어보면 전작 과 차이가 난다. 제일 먼저 감지되는 것은 모니터적인 정확함에다 보다 유 려하고, 스위트한 음색이 가미되었다 는 것이다. 이것은 보다 음악성이 풍 부한 결과를 내고 있는 바, 음악을 들 을 때 더 몰두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얀센이 연주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경우, 음의 피치나 투티의 펀치력 등이 빼어나면서도 바이올린 에 담긴 우수와 시정을 아울러 드러내 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음이 멘델스 존이 작곡할 때 의도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재즈나 록에서 풍부하고, 리 드미컬한 저역의 재생은 확실히 오디 오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오스카 피터 슨 트리오가 연주하는 의 경우, 피아노의 멜랑 콜리한 맛이 드러나면서 킥 드럼이나 더블 베이스의 어택감이 빼어나 좀 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 그러다 레드 제플린의 에 이르면, 젊은 혈기로 무장한 멤버들의 치열한 인터플레이와 포효 가 온몸을 감싼다. 개개 악기의 음색 이나 분해능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조 화나 밸런스가 빼어나, 녹음 현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확실히 CEO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 든 제품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퀄리티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