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필자를 잘 따르던 조 카 녀석이 어느덧 성장하여 대학 을 졸업하고, 군에서도 군의관으로 제대 한 다음 취업하고 나더니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상대는 대학 다닐 때 사 귀었던 후배라고 하는데, 자기 의견을 잘 드러내지 않고, 남자의 말에 토를 달지도 않으며, 모든 면에서 욕심도 별로 없는 편이어서 남편의 입장에서 볼 때 결혼 후 에도 자유스러울 것 같아 결혼하고 싶다 는 것이 조카의 의견이다. 반면 조카의 부모 입장에서는 평소 약간의 게으름과 경제에 관한 소비성, 그리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인 성격을 며느리가 잘 관리하고 감독을 해주어야 될 텐데 그냥 방치하고 만 있을 것 같은 성격으로는 앞으로 가정 을 꾸려나가기에 경제나 자녀 교육 등에 서 문제가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선뜻 결 혼을 승낙하지 못하고 있다 한다. 필자가 조카 녀석을 만나게 되면 인생의 선배로 서 오디오의 매칭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주어 다시 한 번 결혼의 중차대함을 일깨 워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오디오 취미란 바꿈질의 재 미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수많 은 오디오 기기들이 선택되었다가는 쫓 겨나가고 더 젊은 앰프가 들어왔다가는 나이 많은 스피커의 눈에 들지 않아 버려 지는 것이 오디오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어디 인생에서야 오디오와 같다고 생각 할 수 있겠는가? 비교도 하지 말아야 한 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 생각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 지만, 오디오 기기들의 만남에서도 서로 의 장단점을 잘 보완해 줄 수 있는 만남 이(매칭) 최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래서 어느 한쪽의 성격만이 두드러지 게 돌출되지 않으며, 단점은 가능한 한 드러내지 않고, 장점은 힘을 합쳐 지성적 으로 표출해 낼 수 있는 만남을 말한다. 이번의 매칭은 사실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의 만남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엇비슷한 기기들의 만남이 작년에 한 번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만남에서 궁 합(?)이 좋아 가격 대비 성능면에서나 가 구적인 외향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아 좋 은 매칭으로 평가되었기에 좋은 음을 다 시 한 번 확인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리라. 오디오 아날로그 인티앰프를 시청한 박 성수 선생의 평을 보면 스케일이 그리 크 지는 않지만 삼삼하면서도 소담스러운 이미지로 연출하는 모습에 자연스러운 음향 무대를 섬세하게 다듬어진 아름다 운 음색으로 채워가는 것! 이것이 크리센 도 인티앰프의 실체라고 적고 있다. 외향 에서도 이탈리아 오디오답게 세련된 디 자인에, 감각적인 구성과 충분한 입출력, 거기에 다양성 있는 용도로 설계되어 있 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지만, 함께 사용할 것을 전재로 설계된 CD 플레이어와의 만남은 태어나기 오래전부터 예고된 만남 으로 스피커와의 조우에서 우리나라의 국회처럼 통일감 없이 좌충우돌하여 소 란한 일은 결코 없을 것 같다. 크레센도 CD 플레이어는 지명도가 높은 티악의 메 커니즘을 채용하고 있지만 티악의 기술 팀과 함께 오랫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 로테이션 스피드는 줄이면서 리딩 과정 은 더 늘리는 방식으로 지터를 효율적으 로 줄이는 한편 메커니즘 연구와 진동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도 함께 이루어졌다.

D/A 컨버터에도 버 브라운의 리시버 칩 을 사용, 192kHz/24비트로 설계되었으 며, 출력 필터에도 5차 오더라는 방식을 최초로 도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잡 해진 설계에서 디스토션과 노이즈에 대 응하기 위해 섬세하게 선별되고 거듭 개 량한 부품들이 사용되었다.

함께 매칭될 스피커는 너무도 잘 알려 져 있는 다인오디오의 DM3/7을 선택했 는데 2웨이 3유닛의 베이스 리플렉스 톨 보이형의 스피커 시스템이다. 17cm 구경 의 우퍼가 2개 채용되었는데, 콘은 MSP 라는 신소재이고, 경량 알루미늄 보이스 코일을 채용, 저역의 탄력과 응답성을 높 여주는 설계이다. 맨 위쪽에 위치한 2.8cm 구경의 돔 트위터는 더 이상 설명 이 필요 없는 다인오디오 제작의 지명도 높은 트위터가 우퍼와 함께 알루미늄 다 이캐스팅 프레임과 함께 장착되어 진동 에 대응하고 있다.

스피커의 음압 레벨이 86dB이고, 앰프 의 출력이 8Ω에 50W로 조금은 염려스러 운 점도 있었지만 웬만한 앰프에도 너그 러운 듯한 성격의 스피커 덕분에 별탈은 없었다. 음악이 흐르면서 첫 느낌은 가격과는 달리 정장 차림의 공무원을 마주하고 있 는 듯 흐트러짐이 없는 반듯한 자세로 안 정감을 느낄 수 있는 음이라고 생각되었 다. 고역과 저역의 밸런스도 나무랄 데가 없었고, 특별히 화사하지는 않았지만 중 역과 고역에서 섬세하면서 막힘없이 시 원하게 잘 빠져 나왔다.

비트 있는 팝 음 악에서는 목소리가 가감 없이 비교적 자 연스럽고, 허스키한 목소리도 탁하다는 느낌 없이 잘 다가왔는데, 킥 드럼과 일렉 트릭 베이스의 합성에서는 조금 무르다 는 느낌도 받았다. 재즈 음악에서 악기들 의 표정이 리얼하게 표현되며 특히 스네 어의 스킨을 스치는 브러시 워크는 기분 좋게 들린다. 다만 콘트라베이스의 임프 로 바이제이션에서 E현의 저음은 아무래 도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앰프의 출력과 스피커의 능률 때문인 듯하다. 하 지만 쳄버 오케스트라에서 본 매칭은 잘 만난 시스템이 되었는데, 정겹게 느껴지 는 목관들의 관 울림에 코막힘 없이 들어 마시는 호흡처럼 현의 울림이 시원하고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저역은 고음 악 기들의 자리를 편안하게 해주어 자연스 런 앙상블을 들려준다. 가격과 외모 등을 고려할 때 아주 잘된 매칭의 하나가 아닐 까하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