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한 경도를 자랑하는 사파이어는 푸른 빛의 보석으로 흔히 결혼 35주년 기념으로 선물하는 보석이다. 9월의 탄생석으로 불변, 성실을 뜻한다. 오디오와는 무관해 보이는 이 보석을 Dynauido는 30주년 기념 제품의 이름으로 내걸었다. 다음 기념 모델이 될 35주년에는 어떤 이름을 쓸지 다소 궁금해지긴 하지만 이 기념 시리즈의 전작인 25주년 기념작 Special 25와 달리 보석 이름을 썼다는 점은 이 스피커에 대해 중요성과 의미를 크게 부여했다는 뜻을 갖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간을 따지면 정확히 5년 전 일이다. 2003년 당시 Dynauido는 자사의 창립 25주년을 자랑하는 기념작으로 Special 25를 내놓았다. 이는 지금은 사라진 Contour 시리즈의 1.3 및 1.3SE 모델을 베이스로 하여 유사한 형태지만 대폭적인 스케일 확장으로 꽤나 큰 북쉘프 스피커로 완성되었다. 무엇보다도 기념작답게 사용된 드라이버들은 모두 엄선된 유닛들만을 사용하였는데 그중 핵심은 트위터로 에소타 트위터를 사용하였다. 기념 모델이긴 하지만 디자인 면에서는 기존 Contour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단지 크기를 좀더 키우고 화려한 버즈아이 무늬가 담긴 고급 원목 마감을 씌웠다는 정도가 눈에 띄는 차이였다. 그렇지만 북쉘프답지 않은 스케일과 훌륭한 사운드로 상당한 평가와 판매고를 기록한 바 있었고 이제 또다시 5년이 흘렀다.
5년이 더해진 30주년의 기념작은 전작의 스페셜이나 숫자 같은 것은 전혀 붙이지 않고 보석의 이름을 사용했다. 사파이어다. 결혼 35주년을 기념하는 보석이지만 Dynauido는 조금 성급하게 5년 빨리 기념 선물에 이 이름을 써버렸다 (5년 뒤 기념 모델에 어떤 이름을 쓰려는지…).
Dynauido의 새로운 디자인 변신
이름만큼이나 디자인적으로도 Dynauido치고는 파격적인 모양을 자랑하는 사파이어는 애초에 기존 스피커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모양을 추구했다. 외관 하나만 보아도 매우 특별한데 보석처럼 스피커 캐비닛의 면면을 깎아 만든 아름다운 다면체 구조로 완성되었다. 12개의 면과 24개의 모서리로 이루어진 캐비닛 디자인은 사실 제품화를 위한 설계라기보다 이상적인 디자인을 찾는 시험 스케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스케치를 본 Dynauido의 목공 장인들이 실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실제 제품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캐비닛은 외적인 아름다움만 살리려고 만든 것은 아니다. 기존의 정육면체 구조의 캐비닛 대신 이런 독특한 모양을 취한 것은 음향적으로도 내부 공진이 극히 적어 이상적으로 통울림 제어가 가능하다. 또한 모서리의 경사진 면면들도 스피커 표면에서 발생되는 복사음들을 최대한 억제해 드라이버의 재생음만이 똑바로 재현되도록 하였다.
마감도 기존 스피커들에서 한 발 더 앞서 나간다. 기본적으로 아이보리, 앰버, 보르도 그리고 모카 이 4가지 마감으로 제작되는데 모두 화려한 무늬목 마감이다. 그리고 마감 위에 다시 피아노 래커 칠을 입힌다. 단순한 폴리우레탄으로 한 번 씌워버리는 마감 처리가 아니라 래커 처리 뒤 광택 연마를 하고 다시 여기에 래커 처리와 광택 연마를 반복 처리하는 아주 손이 많이 가는 작업 끝에 화려한 글로스 마감으로 완성된다. 사진에서는 제품의 생생한 질감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 대단히 고급스러운 처리에 눈길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세련미와 더불어 Dynauido가 생각하는 하이엔드 감각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스트레이트한 설계 사상
스페셜한 모델의 특징은 눈요깃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내부 설계 또한 특별 시리즈답다. 외부에서 보이는 드라이버 유닛들은 2개의 우퍼, 1개의 미드레인지와 트위터가 사용된 구성으로 3웨이 4 스피커 시스템이다. 캐비닛 설계는 위상 반전형으로 덕트는 뒷면 아래쪽에 위치한다.
30주년 제품답게 이 스피커의 기본 방향은 고급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이다. 3웨이 설계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네트워크에 대해 무게 중심이 쏠려 있지는 않다. 즉, 크로스오버를 주도면밀히 설계하여 음을 잘 갈고닦아 대역을 짜맞추는 방식을 쓰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대역을 나누어주는 필터들의 설계 는 1차 필터로 콘덴서나 코일이 한두 개 정도밖에 사용되지 않는 단순한 설계이다. 대신 우퍼나 미드레인지 그리고 미드레인지와 트위터 간의 대역 특성은 철저히 유닛 자체의 성능에 맡겨두고 이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런 크로스오버보다 드라이버 자체로 대역 밸런스를 잡는 설계 방식은 원천적으로 소리를 만드는 재료인 드라이버 자체의 성능이 핵심이 된다. Dynauido는 30년 동안 최고의 드라이버를 만든 업체답게 사파이어를 위해 기존 드라이버들 중 엄선된 유닛들만으로 이 기념 스피커를 만들었다.
엄선된 드라이버들의 사용
트위터는 가벼운 알루미늄 보이스코일을 사용한 실크 돔 트위터로, 진동판인 실크 소재에 모양 변형을 억제하기 위해 특수 코팅 처리한 Dynauido 최고의 드라이버인 Eosta 2를 사용했다. 미드레인지 역시 동사가 자랑하는 마그네슘과 실리콘 소재의 규산염을 혼합한 .MSP 소재로 만든 5.75in(15cm) 드라이버이다. 미드레인지와 마찬가지로 우퍼 또한 .MSP 소재를 사용한 드라이버로 직경 20cm의 8in 유닛 2개를 사용한다. 좀더 강력한 힘을 위해 더블 마그넷을 자기 회로로 사용하였고 샌터캡도 약 7.5cm 구경으로 타 우퍼와 달리 보이스코일이 감긴 크기가 상당히 커서 음량이나 재생 대역의 깊이를 확장시킨 유닛이다. 대음량 재생 및 과열 방지를 위해 알루미늄 보이스코일을 캡톤으로 감싸놓았다.
특별한 등급의 스피커로 만드는 만큼 이들 드라이버들은 상당한 무게를 자랑한다. 따라서 이들 유닛이 장착되는 전면 배플은 쏟아내는 출력에 상관없이 유닛들의 진동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디자인과 구조로 완성된 캐비닛은 극도의 견고함을 자랑하기 때문에 이들 드라이버의 격렬한 진동을 완벽히 커버할 수 있도록 전혀 흔들림 없는 탄탄한 재생 토대가 되어준다.
한편 스피커 내부에서 우퍼나 미드레인지, 트위터 간의 내부 진동 및 내부 발생음으로 인한 드라이버 간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내부에는 격벽을 설치해 공간을 격리시켜 서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그렇다면 이런 특별한 설계의 스피커가 들려주는 사운드는 어떨까 ? 스페셜 에디션 모델의 최신작답게 기존 Dynauido 제품들의 사운드를 한층 더 다듬어놓은 듯한 섬세함과 아주 플랫하고 자연스러운 대역 특성의 사운드를 구사한다. 특히 과거 Dynauido의 스피커들 중 특히 Confidence나 Consequence 같은 하이엔드 기종들이 구동이 아주 어려워 큰 어려움을 끼쳤던 것과 달리 이번 사파이어는 한층 구동이 쉬운, 즐기기 편한 스피커로 변신했다. 스펙 자체도 88dB의 감도를 내세우는데 앰프 매칭에서 크게 어려움은 없다. 게다가 사파이어의 사운드는 마치 독일제 명차들처럼 낮게 깔리는 느낌이 인상적이면서도 민첩하고 빠른 드라이빙 파워가 살아 있는 듯한 승차감을 떠올리게 한다. 안정된 저역과 낮은 대역의 묵직함이 잘 살아 있지만 중고역은 이전의 어떤 Dynauido 스피커보다도 개방적이며 섬세한 디테일을 들려준다. 훨씬 다채로운 음악에 대응하기가 쉬워졌고 음악에 대한 포용력이나 매칭 앰프 선택에 대한 어려움도 줄었다. 하지만 모든 스피커에는 최고의 사운드를 위한 제짝이 존재한다. 엄밀히 말해서 이 스피커를 울리는 최고의 앰프는 Dynauido에서 직접 제작한 엄청난 가격의 모노블럭 파워 앰프겠지만 이는 이상론에 가까운 구성일 뿐이다.
따라서 사파이어에 맞는 앰프를 찾기 위해 여기 3가지 종류의 매칭을 골라보았다. 스피커 가격보다 몇 배나 비싼 앰프도 있지만 상상 이상으로 저렴한 그러나 독특한 구성의 매칭도 있다. 과연 사파이어는 이들 앰프에 어떤 반응을 하는지, 과연 기대만큼 이 스피커가 가진 능력을 완벽히 이끌어내줄 수 있는지 사파이어에 어울리는 앰프 콤비를 만들어보았다.
글:
성연진
040-043(수정).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