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상 공진을 적게 한 다면체의 구조를 가지고‘Facette’보다 훨씬 복잡하게, 보석을 깎은 듯 단면을 분할하였다.박스형스피커가대부분인다인오디오로는 새로운 시도인 셈이다. 게다가 매우두텁게 도장된 레커 칠이 만드는 고광택등 사뭇 다른 마무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인클로저 하단에 위치한 WBT 단자의 싱글 와이어링, 덕트의 모양은 컨피던스와 공통된 모습이다.

단지 다인오디오의 사용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파이어의 리뷰어로 내정되어 휴일 오전 월간 오디오의 시청실로 방문했다. 바로 컨피던스의 옆에 놓고, 필자의시스템에 묶고 싶었는데, 그리하지 못한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기존의 컨피던스와는 확연히 다르기에 사파이어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굳이 비교해야 할필요성도 없어 보인다. 

처음부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나는 편집부가 연결해 놓은, 리뷰용으로 대기중인 제품 중 가장 비싼 앰프와 케이블을다운그레이드시켰다. 다른 평론가들이 리뷰해야 될 앰프 더미에서 나그라가 가장 적당할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케이블은 와이어월드 실버 이클립스로 달았다. 더 좋은 앰프도 많았지만 매칭이란면에서 나그라의 CDC, PMA가 가격도 그러하고 이렇게 다인오디오와 연결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소리가 나아짐을 확인하고 몇 곡을 틀어보니 금세 점심시간이 되어 대구탕을 한 사발 먹고 오자, 너무도 좋아진 음에 놀라게 된다. 박스 속에서 갓 깨고 나온 제품이어서 그런지 한두시간만에 소리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파이어는 컨피던스와 흡사한 유닛과구성이지만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필자는 타지(他紙)와 월간 오디오에서 연이어한 다인오디오의 컨피던스 시리즈의 리뷰에서 에소타2로 개량되면서 물리적 특성이 개선되고, 고역 끝이 말리는 현상은없어졌지만, 조금 서정적인 면이 줄어들었고 아마 이것은 계속 쓰면서 길이 들면에소타처럼 변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또 사실 길이 들면서 좋아지기는 한다. 이 말을 하이엔드화된 에소타의칭찬으로 이해한 독자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에소타가 가지는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 표현력이 희석된 아쉬움이 컸다. 필자 역시 사용자이고, 또한 컨피던스 시리즈의 스피커가 시장에서 좋은평가와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이런 약간의 부족함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 다인오디오가 드디어 에소타2를다루는 법을 알게 된 것인가. 전의 다소딱딱하던 느낌 없이, 가녀리고 세밀하면서 감성으로 풍만한 찰리 버드의 어쿠스틱 기타 음색과 플루트의 인간적인 호흡이 느껴는‘Aquarelle’(Concord)를들어보면 한 번에 기존의 에소타2와는다르다는 것을 대번 알 수 있다. 어쩌면현대적 하이엔드라는 척도에서 물리적특성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처음 연결하고는 C시리즈보다 오히려 못한 것은 아닌가 싶게 스케일과 물리적 특성은 청감상 부족하게도 생각되지만 그 감성적 표현력의 향상은 확실히 사파이어가 훨씬고급기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렇다고마냥 이전으로 회귀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무대의 깊이나 반응의 정확하고 신속함은 더 개선이 되었다. <원령공주>OST(Milan)에서 드럼의통통 튀는 탄력을 만들어내는 반응 속도와 넓은 무대공간과 깊이는 더욱좋아진 것 같다. 중저역의 기민함과 스케일은 개선된듯 들린다. 

재즈의 경우도 특유의필이 살아나온다. 부족한무언가를 얻은 듯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은 듯한 느낌이다. 비트가 있으면서도 거칠거나 칼칼한 면이 없이 편안하게울리면서 리듬을 타게 만드는 그러한 관악기의 느낌이 마음에 든다.

고역과 저역의 밸런스는 물론 음장 역시 균형이 잡혀 음이 앞으로 나가고 뒤로 빠져야 될 때를 안다. 명백하게 에소타2의 진화이다. 보컬은실체감이 넘치고 시간이 갈수록 고역음이 한결 높아진다. 앞으로 사용하면서 겪게 될 변화가 기대되는 면이다. 통통 튀면서 탄력이 살아있는 중저역은 여전히 매력 넘치는 대목.

클래식 역시 현의 음색이 고역으로 올라가면서 살아나는 보잉의 느낌이나 감촉이 풍부한 투티의 매력적인 표현은 다인오디오 특유의 개성을 살려준다. 호두까기 인형의‘March’를 들어보면 더욱빨라진 콘트라베이스의 반응 속도가 저음을 기민하게 울려준다. 역시 C2보다는한수 위이고, 스케일이라는 면을 제외한다면 C4보다도 뛰어나다.

사파이어는 기존의 컨피던스보다 조금어두워진 느낌이고 소리가 무거워진 것같다. 그리고 이게 훨씬 좋다. 음역대의밸런스도 잘 맞는다. 그리고 그 균형에서듣는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안정감도 나온다. 존 루이스의 바흐 평균율을 들으면서 리듬감이 넘치고 감성을 자극하는 계량화 할 수 없는 그 미묘한 촉감에 빠져든다. 다시 찾은 에소타 특유의 감각적인표현. 이것만으로도 사파이어의 가치는충분하다. 아마 예상컨대 이 같은 기술이적용된 신 모델들이 쏟아지지는 않을까.가격은 물론 올라가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31주년 기념으로 다이아몬드라는 하이엔드 스피커를 기획중이 아닐까.

한 가지 빼먹은 부분이 있는데, 사파이어의 그릴에는 고역 부분을 흡음제로 감싼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릴을 씌우는편이 좀더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그 편이 더 느낌이 좋았다. 물론 필자의 예상대로 컨피던스가 몇 년이 흐르면서 조금순화되기는 했지만, 언제 여유가 생기면필자의 컨피던스에도 한 번 시도해 볼까한다. 그래도 사파이어와 같을 수는 없을 테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경쟁업체인 스캔스픽에 줄곧 밀려온 에소타가 이제 확실하게 정체성을 잡은 듯하다. 바로 이점이에소타의 매력이고, 다인오디오의 강점이지 아니한가? 모처럼 내놓은 다인오디오의 신 모델,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를 않는다. 특이성향 없이 평이한, 그리고 음악애호가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서정성, 고급스러운 촉감까지 진짜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음악성이 높은 스피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