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중저역, 섬세한 디테일의 신사 같은 스피커 전에 알고 지내던 음반 매장 직원들이 어디론가 흘연히 사라지는가 싶더니만, 다시 연락이 오거나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그 곳은 바로 DVD 시장에서이다. 일반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하루가 다르게 확장일로에 있는 DVD의 파급 속도에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이건 정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거대한 손이 밀어 부치는 것 같은 힘이 싶다. 이런 성향은 90년대 후반 이래의 홈 시어터 시장에 불을 지피면서 그 반대급부로 이전에는 대중적인 관심에서 멀리 있던 하이파이에 대한 개념까지 오버 그라운드로 끌어올리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대부분의 홈 시어터 브랜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AV시장을 준비해 놓은 대다수의 하이파이 업체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며, 일면으로는 이런 전반적인 경향의 결과로 하이파이의 문턱이 낮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덴마크의 스피커 전문 브랜드 다인오디오는 요란스럽지 않게 그리고 생김새나 음질면에서 공히 하이파이 스피커를 벗어나지 않는 범주에서 다시 한번 스피커 왕국을 완성해 놓고 손님을 맞을 준비가 끝나 있다. 사용해본 적도 없으면서 필자에게 있어 다인오디오는 상당히 친숙한 브랜드이다. 비교적 다양한 제품을 리뷰 할 기회가 주어졌던 게 일차적인 이유이고, 주변에서 사용자가 상당히 많은 것도 기여한바 크다. 이제는 유명한 얘기가 되어버렸지만, 다인오디오의 박스에는 언제나 상징적인 문구 - Danes Dont Lie -가 적혀 있다. 일전에도 언급한 기억이 있지만, 이런 단순한 문구를 간과할 수 없는데, 신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이 짧은 문구는 다시 한번 잘 샀구나 하는 확인을 시켜주는 플라시보 효과인 동시에 제조사의 자부심에 대한 적극적인 표현이다. 이런 세심한 상품 관리의 일면에서 현란한 외모를 앞세운 기라성 같은 메이커들과의 경쟁 속에서 10년 이상을 꾸준히 달려오며 생존해오는 저력이 짐작된다. 소너스 파베르, 이글스턴웍스, 하베스, 토템,그리고 PMC 모두 다인 유닛을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 메이커들이다. 이미 국내에도 팬 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바, 다인오디오는 스피커의 명가답게 원래 유닛 제조사에서 출발했다. 이처럼 유닛 제조사가 스피커 메이커로 성장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 포컬이나 KEF같은 회사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며, 각별한 신뢰 감으로 승부를 내고 있다. 결국 다인오디오는 목공 가공 라인까지 인수하면서 스피커 전문그룹으로의 성장을 일궈냈다. 제품의 수가 늘어나면서 역시 다양한 시리즈물을 개발해 냈는데, 플래그쉽 모델 컨피던스를 비롯해서 하이엔드기인 컨시퀀스로 시작해서, 컨투어, 크라프트,그리고 이번에 다루게 될 오디언스에 이르는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는 섬세함과 단정함을 앞세워서 주력시리즈로 자리를 잡아온 컨투어 시리즈가 지금까지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오디언스 시리즈는 다인 스피커 중에서도 염가군에 속하며, AV용으로의 사용을 전제해서 개발된 모델이다. 염가형 모델을 위한 다인의 고민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이 오디언스 시리즈 제품에서는 개연성과 설득력이 있다. 결국 다인은 고유의 유닛과 튜닝 기술로 기존의 사운드를 유지하면서 인클로저를 원목이 아닌 MDF에 라미네이팅 처리를 함으로써 코스트를 다운시킨 것이다. 오디언스 42W는 전작이던 40의 후속 모델인 42를 다시 벽에 걸 수 있는 형태로 바꾼 모델이다. 잘 알려진 컨투어 1.3과 비교해보면 외관상으로 1.3보다 폭과 키가 조금씩 늘어난 사이즈의 제품이다. 다만, 월마운팅을 전제로 한 제품이라서 베이스 리를랙스 포트가 전면에 위치하고 있고 뒷 길이가 42에 비해 약 2/3정도로 짧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신사 같은 다인오디오 특유의 기품이 풍긴다. 외관은 원목이 아닌 MDF 라미네이팅 처리되어 있는데 이런 마감의 제품들과 비교해볼 때 대단히 정교해서 별도의 설명이 없다면 평생 원목으로 생각하고 듣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저역 유닛의 절반 이상을 덮고 있는 철갑을 연상시키는 더스트캡, 실크돔 트위터 등은 다인오디오만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전통적으로 다인은 싱글 와이어링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서 두 개의 바인딩 포스트만이 사용되고 있고, 예외 없이 투명 아크릴 처리되어 있다. 물론 바나나나 말굽형 등 모든 케이블 단자와의 연결이 가능하다. 필자가 알고있는 다인오디오의 전형적인 음색은 섬세한 고역과 밀도감 있는 저역으로 대별된다 할 수 있는데, 전술했듯이 오디언스 시리즈도 그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앰프는 TR과 진공관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 또한 이 스피커의 장점이다. 오디언스 42W의 소리 역시 심지있고 단단한 중저역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디테일감에서 본질을 찾을 수 있겠다. 합주 시에도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구석이 없이 샤프한 음상을 만들어 낸다. 신품인 관계로 소리가 약간 앞으로 나오고 있었으며, 전반적인 스테이징은 크지도 작지도 않고 적당하다는 인상을 준다. 벽에 붙여서 시청을 해봤는데, 부밍기가 거의 없었다. 컨투어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컨투어 시리즈가 상당히 정제되고 단정했음을 느낄 수 있다. 현의 질감 묘사에 있어서는 상급기에 비해 미묘하게 덜 정제된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 간혹 감지되지만, 한편 재즈나 팝/록 음악의 표현력에 있어서는 상급기들보다 우세해 보였다. 헤레베헤지휘의 바하 미사 B단조에서의 분석력은 가격대를 넘어서는 장점으로 부각된다. 이런 대편성의 재생은 다인의 실력이 발휘되는 대표적인 영역이며, 오디오적인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합창은 화려하며 관악은 가늘지만 한없이 뻗는 느낌을 준다. 총주 시에도 불안감이나 불쾌함 없이 명쾌한 디테일감을 준다. 듣다보니, 저 예산으로 미사곡을 듣기에 좋은 몇 안 되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악기에 약간은 기름기가 돌아도 괜찮을 듯 싶었다. 펄만과 아쉬케나지가 연주하는 크로이처에서는 거침없는 콤비네이션이 잘 살아나고 있다. 강성의 피아노가 반주 악기의 차원을 넘어 분명한 음상을 만들어내며 두 스피커 사이를 누비고 있고, 바이올린은 스피디하고 샤프하다. 한편, 간혹 초고역에서 거칠게 느껴지는 부분이 모니터 스피커처럼 여과 없이 다가와 귀를 자극시킬 때가 있으며, 약음시의 뉘앙스 묘사가 다소 아쉬웠다. 처음 시청을 하는 순간부터 바로 들었던 생각이지만, 이 시리즈에 와서 다인의 사운드는 만인 취향에 가까워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장르에 있어서도 까탈을 부리지는 않지만, 원래 다인의 섬세함과 단정함은 적당히 타협을 하고 있다. AV에 입문하면서 가끔씩 하이파이를 즐기고 삼은 기존 하이파이 매니아들에게 부담 없는 토털 시스템으로 강력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