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 Amp.] Avantgarde Acoustic / XA-PRE AMPLIFIER 월간오디오  2012.05

아방가르드의 마지막 1%의 잠재력까지 끌어내다

글: 신우진
 
아방가르드는 내게는 항상 가능성만을 들려주던 스피커였다. 조금만 이렇게 손보면 정말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사용자가 아니니 시도하지는 못하고, 남이 한 것만을 들어 볼 수밖에 없었다. 모양과 이름은 전위적이지만, 스피커의 방식은 가장 고전적인 나팔을 달고 있는 혼형 스피커이다. 100dB이 넘어가는 게인은 요즘 보기 힘들 정도로 높아, 이 나팔에 맞는 앰프를 선정하기란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사실 5W 정도 출력을 가진 앰프라면 차고 넘친다. 여기에 현대적인 고가의 몇 백 와트 앰프를 달아 버리면 난감한 결과가 발생할 때가 많았다. 다만 이것뿐만 아니라 모든 고능률 스피커가 요사이 가지는 난제이기도 하다. 90dB이 넘는 스피커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 당연히 앰프도 그에 맞추어100W 전후 급의 앰프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들 앰프가 아주 소음량으로 울렸을 때에도 음역 밸런스가 딱 맞고 퀄러티가 높이 나와 주는 앰프를 찾아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것은 마치 요즘 나오는 시속 200km 이상은 당연하고, 제로백이 몇 초인가 다투는 자동차에게, 시속 5km의 속도에서 정확한 핸들링으로 절묘한 코너링을 가지고 시속 1km로 달리다가 순간적으로 시속 3-4km로 가속하다가 급제동을 하고… 뭐 이런 식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방가르드 혹은 100dB급의 대형 스피커에게 필요한 것은 시속 300km를 내는 자동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계기판에 잘 표시도 안 되는 시속 10km에서 좋은 성능을 보여주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

물론 빈티지의 경우는 이것이 가능하다. 그 시대의 스피커는 거의 대부분 이정도 능률을 가진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시대에는 10W 넘는 앰프조차 고출력인데, 이걸로 극장 같은 공간을 채워야 하니, 스피커의 능률이 높아야만 되었다. 앰프는 3극관 출력 정도면 딱 좋지만 누구나 다 3극관 소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좋다 한들 쓸 만한 것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고, 찾는다 해도 이걸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아방가르드는 필요에 의해 TR로 이 작업을 해내고 있다. 이미 인티앰프와 모노블록 소출력 파워 앰프를 만들어 냈는데, 하나는 너무 아쉬움이 있고, 하나는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나온 XA 프리·파워는 아주 딱 적당하다.

독일답게 튼튼하지만 약간 공장 냄새 나는 마무리를 하고 있다. 손잡이 부분의 세공이 거의 줄(속칭 야슬이) 수준으로 손톱을 갈아도 될 정도로투박하다. A클래스로 7W 정도 나온다는데, 이 정도면 연병장에서 사단장 취임식 해도 될 정도의 음량이다. 다른 저 능률 스피커에 대응하기 위해 150W까지 AB클래스 증폭으로 변환되니 출력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입출력은 모두 밸런스 입출력이다. 프리앰프는 전원을 켜면 AC 구동 상태이지만 전원을 끄면 배터리 구동으로 울린다. 5개의 입력단을 가지는데 마지막 입력단은 게인이 약간 높다. 포노 입력을 고려했다는데, 그렇다고 그냥 포노 입력하는 것은 아니고, 저출력 앰프로 고능률 스피커를 울리기 때문에 입력 소스의 게인의 상이함에 대한 밸런스를 맞추는 차원에의 배려로 보면 된다.

CD를 올리고 XA 프리·파워에 시동을 걸어본다. 앞서 장황하게 설명한 내용이 현실화되어 들려주는 소리는 내가 생각하던 아방가르드 스피커의 가능성, 그 이상이었다. 얼마 전 같은 스피커로 EL34 푸시풀로 울리던 그 소리와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를 들려주었다.

슈퍼 듀오(Pony Canyon)의 콘트라베이스와 첼로의 이중주를 들어보니 이상하다. 전혀 100dB 넘는 혼 스피커 같지도, 반도 올리지 않은 7W짜리 앰프 같지도 않다. 노이즈도 전혀 없고, 배경도 무척이나 투명하고 깔끔하다. 이런 소리를 혼 스피커에서, 아방가르드에서 듣게 되다니…. 풍성한 저음 위에 투명하고 높은 해상도가 실려 나온다. 야신타의 보컬에서는 전혀 빅 마우스 성향은 찾아볼 수가 없다. 소리가 좋다는 생각보다 놀랍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전까지 아방가르드는 이런 가능성을 숨겨둔 채 욕은 욕대로 먹고, 고생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Take 5’를 들어보다가 프리앰프의 방식이 생각나서 배터리 구동으로 바꾸어 보았다. 거기서 XA의 또 다른 매력으로 넘어간다. 단점도 있다. AC 입력 시 보여주었던 탄탄한 저음은 조금 물러지고 부드러워지지만 무대의 폭이 순간 두 배로 늘어난다. 그리고 악기 하나하나의 촉감이 도드라지게 나온다. 이런 경험은 전에있었다. 5극관 출력을 3극관으로 변환했을 때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니 지금 이대로 빈티지 3극관이라 속인다면 그냥 믿어 버릴 것 같은 감성적인 울림과 정전형 스피커와 같이 뒤로 쫙 빠지는 무대를 보여준다. 이런 대형 혼 스피커가 이렇게 깊이감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피아노 음색도 그렇고, 클래식 대편성에서도 그러했고, 우리가 혼 스피커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특이 성향을 XA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혼 스피커의 찢어지는 고역이 좋다, 나는 입이 고래만해지는 보컬이 좋다, 하는 이런 특이한 취향 이 아니라면 XA에 불만을 가질 일은 없어 보인다.

XA는 오늘 아방가르드 스피커가 가지리라 생각한 가능성 이상의 실력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XA의 가능성은 이것이 다는 아닐 것 같다. 나는 아마도 지금 빈티지로 대접받는 과거의 명기들 JBL이나 탄노이, 바이타복스 심지어는 웨스턴까지도 한 번 이 XA 앰프를 꼭 테스트해보길 권하고 싶다. WE300B나 6L6이 해낸다면 XA도 충분하리라 본다. 내 생각에 웬만한 장인이 만든 신품 같은 상태의 앰프가 아니라면 XA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 같다.
2012.05 Avantgard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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