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Speaker] Avantgarde Acoustic / Duo Grosso 하이파이클럽  2011. 6

혼과 콘의 장점을 골고루 수용한 걸작

글: 이종학
 
 
오디오의 궁극은 혼 타입 스피커와 3극관 싱글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 아날로그 턴테이블이 더해지면 삼박자가 완벽하게 갖춰진 시스템이 된다. 공수주의 능력을 주루 갖춘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이종범과 같은 야구 선수라고나 할까?
 
물론 이것은 다분히 지난 좋은 시절에 대한 향수가 어려 있는 발언일 수도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해서 이미 녹음 현장에선 어마어마한 스펙으로 다이내믹한 음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의 포맷으로 이런 음을 재현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이미 혼을 대체할 만한 유닛도 많이 개발이 되었고, 인클로저 재질에 대한 연구도 상당히 이뤄져서, 확실히 요즘 시대에 혼 타입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아무래도 타입 스피커가 갖는 장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지향성이 좋고, 해상력이 출중하거니와 무엇보다도 감도가 높다. 감도가 높다는 것은 감도가 낮은 스피커를 대출력 앰프로 억지로 밀어서 내는 소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뛰어나고, 잔향이나 여운 등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일단 이런 소리에 중독이 되면 어지간한 스피커는 시시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방가르드라는 회사는 우리가 흔히 아는 전통적인 방식의 혼 타입과는 다른 개념으로 스피커를 제작한다
. 원래 혼에는 컴프레션 드라이버 방식의 유닛이 조합되는 것이 정설. 전설적인 JBL. 알텍, 일렉트로보이스 대부분이 이런 방식이다. 그런데 아방가르드는 일반 유닛을 사용해서 혼을 접합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온전한 혼 타입이라 말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하이브리드 방식이 갖는 장점이 있다.
 
일단 컴프레션 드라이버보다 훨씬 질감이 좋다. 아무래도 프로용으로 제작된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내구성이나 방열 구조 등에서 뛰어난 장점을 지니지만, 자칫 잘못하면 거친 음을 있다. 부분에서 그간 놀라운 발전을 거듭한 일반 유닛의 장점에 기대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 것이다.
 
또 이런 유닛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혼을 단 것은 매우 현명한 조치다. 일단 고역과 중역을 완벽하게 분리해서, 각각의 음을 앞으로 뻗게 하는 것과 동시에 뒤로 빠지는 음을 자연스럽게 소멸시키기 때문이다. 일반 인클로저에 개의 유닛을 감금하는 것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여기에 중고역의 스피드와 일치시키기 위해 우퍼부를 액티브화한 방식도 마음에 든다
. 만일 우퍼를 패시브로 했을 경우, 소비자가 짊어지게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 실패하고 말 것이다. 이렇게 우퍼를 해결하면 실제 커버할 부분은 중고역에 불과하고, 이것은 겨우 와트만 갖고도 얼마든지 구동할 있게 된다. 3극관 싱글 정도로도 얼마든지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의 혼 타입이 갖는 칙칙함이나 기계적인 무뚝뚝함과는 한참 벗어난, 다소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은 대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에 국내에서 오디오 쇼를 할 때 모 신문사에서 취재를 한 적이 있다. 담당자들은 당연히 오디오에 문외한인지라, 처음 접하는 기기에 놀라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기사에는 단 한 장의 사진만이 허용되었으므로 과연 어떤 기기를 올리느냐가 관건이었다. 승자가 아방가르드였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누가 봐도 강렬한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사실 해마다 뮌헨 쇼를 방문할 때마다 꼭 들리는 부스가 아방가르드다
. 일단 면적이 넓고, 베이스 혼과 같은 플래그십이 등장하며, 100 정도의 입장객을 꽉꽉 채우고도 압도할 만큼 멋진 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음의 성격을 말하면, 하이엔드 유저가 조율한 음을 확장시킨 개념보다는 일반 라이브 홀이나 클럽의 공연 실황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느낌이다. 하나하나가 사실적이고, 호소력이 강하며, 강력한 베이스 음에 더한 명징한 중고역의 디테일은 한번 들으면 결코 잊을 없다. 스팅이나 다이어 스트레이트처럼 복잡한 녹음과 믹싱 과정을 거친 소스들이 여기서는 그대로 라이브 음원이 된다. 정말 대단한 약동감과 활력이다.
 
그런데 이번에 오랜만에 아방가르드의 신작, 그러니까 듀오 그로소를 접하고 보니 여러모로 개량점이 눈에 띈다. 사실 베이스 혼과 같은 스피커를 갖다 놓고 들을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으며, 오히려 본기와 같은 제품을 이상으로 삼고 분투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본다. 그 점에서 본기의 음에는 확실히 짚고 넘어갈 만한 요소가 여럿 있다.
 

제일 먼저 놀란 것은 음의 성격이 좀 달라진 것이다
. 이전의 제품들은 활기와 다이내믹스가 출중한 반면 약간 섬세한 맛이 부족했다. 아주 부족한 것은 아니고, 좀 더 음상을 조이고, 디테일한 부분을 살리면 어떨까, 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부분에서 놀랄 만한 개량이 이뤄져 어떤 음성 정보를 들어도 속속들이 내용이 다 드러난다.
 
또 액티브 우퍼와 중고역 유닛의 시간축이 상당히 정교하게 일치해서, 눈을 감고 들으면 커다란 하나에 음성 신호가 담겨서 나오는 듯하다. 메이커에서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우퍼부에 어느 정도 개량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이렇게 보면
, 원래 갖고 있는 장점은 그대로 두면서 이렇게 세부적인 면을 교정해서 우리가 하이 엔드에서 추구하는 디테일, 와이드 레인지, 다이내믹스 등을 골고루 만족시키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음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피레스 & 뒤메이의 녹음 소절을 듣고 그냥 매료되고 말았는데, 동사가 자랑하는 재즈를 듣기도 전이라는 점에 유의하기 바란다.
 
그럼 여기서 잠시 본기의 스펙을 살펴보기로 하자. 정면을 보면 커다란 혼이 위에 설치되어 있고, 밑의 박스에 고역을 담당하는 혼과 저역을 담당하는 우퍼가 수납되어 있음을 있다. 여기서 우퍼부터 보자. 본기에는 12인치 유닛 개가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SUB231-G2 명명되어 있는데, 당연히 파워 앰프가 붙는다. 그러나 개의 파워로 개의 유닛을 구동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파워를 각각 유닛에 붙여서 구동하는 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 250와트짜리 파워 개가 동원되는 것이다.
 

이 파워 앰프를 동사는
PA106으로 칭하고 있는데, 내용이 놀랍다. 무려 560VA급의 토로이달 트랜스가 동원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제트기처럼 빠른 음을 내는 본기의 중고역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선 이런 어마어마한 파워는 필수라 보인다. 아마 때문에 전대역의 타임 코히어런스가 절묘하게 일치하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한편 중고역에 투입된 유닛 모두 알니코 자석을 결합해서 보다 자연스런 음을 추구하고 있으며, 혼을 결합해서 무려 107dB라는 감도를 이룩하고 있다. 요즘 90dB 해도 감지덕지인 시대에 107dB라면 얼핏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만큼 감도가 높다는 것은 다이내믹스나 해상력에도 유리하다는 것으로, 실제 음을 들어보면 얼른 이해가 것이다.
 

본기가 속한 듀오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G2라는 프로젝트에 속해 있으며, 당연히 이 속에 포함된 여러 제품들이 이전 모델과는 다른 차원으로 개량되었다. 듀오 시리즈에도 여러 제품군이 있는 바, 본기는 프리모, 메조에 이은 번째 등급의 제품이며, 가정에서 운용한다고 사이즈나 가격 여러 면에서 유리한 내용을 갖고 있다.
 
아방가르드의 여러 제품들은 지금도 중고 시장에 나올 때마다 바로 사라질 만큼 인기가 높고, 애호가 층도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 역시 이전 모델들을 숱하게 접한 있거니와, 이번 G2 개량되면서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차원을 들려주고 있다고 단언할 만하다. 기회가 되면 청음하기를 바란다.
 

본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나그라의
PL-L 프리와 PMA 파워를 사용했으며 소스는 오디오 에어로의 라수스를 동원했다. 시청 CD는 필자가 편집한 재즈 클래식 편에서 각각 두 곡씩을 엄선했음을 밝힌다.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프랑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피레스 & 뒤메이
-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 무터, 요요마
- 오스카 피터슨
- 헬렌 메릴
 
프랑크를 들으면, 너무나 예민하게 바이올린의 하나하나가 다가와 깜짝 놀랐다. 심하게 말하면 악기에 귀를 바싹 대고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나 뒤를 포근히 감싸는 피아노의 아련한 음향이 어우러지면, 연주자가 내는 아름답고 고답적인 세계가 조용히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음에 힘이 담겨 있고 호소력이 강해서 마치 폐부를 도려내는 듯한 리얼함이 강점이지만, 섬세하고, 아련한 질감도 포괄하므로, 이래저래 음악에 깊게 몰두하게 된다.
 
베토벤의 곡은 여러 연주자들에 의해 녹음된 바, 이번에 고른 무터 요요마의 버전도 대단한 명연이라 만하다. 오른편에 있는 첼로군으로 서서히 고조된 음향은 전체 오케스트라로 확산되어 강력한 테마를 연주하는 ,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순으로 이어지는 솔로 주자의 릴레이와 연결되어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무엇보다 클래식을 대표하는 악기들이 모두 모여 협연한다는 발상이 대단하고, 주인공이 베토벤이라는 점에서 듣는 자세를 달리하게 된다. 깊고, 넓게 포진한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배후로 연주자들의 치열한 앙상블이 이어지는데, 부분에서 디테일이니 뭐니 피곤하게 따질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다.
 
필자가 아방가르드에 매료된 이유 중의 하나는 재즈인 바, 여기 오스카 피터슨에서 진면목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오른편 채널에 위치한 더블 베이스의 양감과 스피드가 우선 대단하고, 왼쪽 채널의 드럼을 들어보면 킥 드럼을 쿵쿵 쳐대는 것과 브러쉬로 스네어를 긁는 모습이 지극히 사실적이어서 흡사 이태원의 모 재즈 클럽에 온 듯하다. 중간에 위치한 피아노는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하지만 본격 시동이 걸리고 나면 쾌도난마의 플레이를 들려준다. 뜨거움에 그만 손을 움켜쥐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헬렌 메릴의 보컬. 50년대 중반의 모노럴 녹음인 만큼 요즘 추구하는 하이엔드적인 맛은 없지만, 이쪽은 이쪽대로 멋지다. 무엇보다 진한 필링의 허스키 보컬이 주는 카리스마가 대단하고, 중간에 등장하는 클리포드 브라운의 파괴력 넘치는 트럼펫 솔로는 천장을 뚫을 듯한 기세다. 음이라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윤곽과 세밀한 부분을 아우르는 밸런스 감각이 중요하지만, 이런 음을 들으면 그보다 , 일종의 기백이나 패기 같은 것이 앞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재즈는 재즈다워야 하고, 속에 담긴 열기가 고스란히 드러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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