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고가이기도 한 아방가르드 제품군에서 그래도 기준을 삼을 수 있는 가격이기도 하고 크기로 보나 소리의 원활성을 보더라도 아방가르드의 표준을 삼을 수 있는 모델은 바로 이 제품이기 때문이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듀오의 스펙을 찾아보기 위해 지금부터 몇 년 전 일부 잡지의 카탈로그를 참조했다간 실수하기쉽다. 왜냐하면 그 기종은 같은 듀오라는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미 단종이 됐다.한동안 아방가르드의 제품이 수입되지않고 있다가 다시 수입된 시점의 차이 때문에 그리된 것이다.

신 모델과 구 모델의 차이점은 더블 우퍼가 8인치에서 10인치로 커진 점, 그리고 내장 파워 앰프의 출력이 150W에서250W로대폭늘어난점, 또하나는우퍼가 후면 개방형에서 밀폐형으로 바뀐 점이다. 이것만 해도 일본식으로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신제품이나 다름없는 변화인 셈이다. 

필자도 애초에 아방가르드를 처음 대면한 것이 이 구형 듀오였다. 90년대 초반으로 기억되는데 다른 평론가들과 공동시청을 하면서 그 특이한 생김새에 왈가왈부 한동안 논란이 일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그 첫인상은 별로였다. 세팅이 크렐의 250W 파워 앰프 연결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무지가 화끈거린다. 그만큼 그 시기만 해도 신제품으로혼 스타일이 없었다. 알텍만 거론되던 시기에 돌연 오색 치장을 하고 괴이한 풍모로 출현했던 기종이었으니 수입원도 그렇고, 잡지사에서도 그렇고, 시청하던 평론가들도 그렇고, 사실 인식이 좁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날 시연은 대실패였다.빅 마우스가 무엇인지 거칠고 둔한 소리가 무엇인지를 여지없이 증명하는 시연장이 되고 말았다. 그런 불평 때문에 다음날은소출력의인티앰프로매칭했더니소리가 완전히 다르더라는 후문을 들었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괴이한 풍모는 호기심보다는 이질감을 주기에 충분하여 별다른 관심이 가지않았다.

시절이 진보(?)되어 이제 현란한 디자인과 컬러가 기준이 되어 버렸다. 오히려그전의보수적인제품들이너무시골티가나고뒤늦게 아방가르드같은전위적인 제품들이 대접 받게 되는 현실을보면서 새삼스럽게 세상을 한걸음 앞서가는 선지자들이 왜그토록 박해를 받게 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된 듯하다.

필자는 지난해 아방가르드의 전 스피커를 다 들어봤다. 이 스피커에 매칭 시키기위해 특별주문된 자그마한 인티앰프도 다 들어 봤다. 거대한 모노블록 앰프도 역시 시청해봤다. 이 앰프와 스피커들은 국내에서 좀 드물게 아방가르드전용 전시장(서울 서초동의 국제전자센터)에 매칭되어 있으므로 누구든지 가서한 번씩 보고 들을 수 있게 되어 있다.어떤 애호가는 몇 날을 두고 출근하다시피 찾아가서 들어본 다음기종을 선택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모든 오디오 기종들이그랬으면얼마나좋으랴 싶어진다.마음 놓고 들어보고 검토해보고 선택할수있는 기회가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종의 복불복이라는 개념이 오디오기기에서도 해당되는 셈이다. 

이 듀오는 지난해 7월호에 소개했던아방가르드 나노를 비롯하여 우노와 마찬가지로중고역에박스가없이그냥매달려 있는 상태이다. 2발 우퍼는 당연히하단부 통 속에 들어가 있지만 혼과 트위터가 그냥 철제 빔에 매달려 있어서 전위대라는 아방가르드의 뜻과 어떻게보면 가장 잘맞는 기종이기도 하다. 

왜 그들은 맨 처음부터 이런 스타일의설계를 했을까. 혼을 통 안에 넣는 경우와 넣지 않고 그냥 띄우는 경우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통이 없는 경우는 직선성이 더강해서 전체 크기는 작을지언정 더 넓은 시청공간이 필요하다. 작다고 해서 작은 방에서가 아닌 것이다. 다른 기종도 물론 혼 스타일은 약간은 넓을수록 이득이 있다. 작은 방에 혼을 넣어두고 악전고투한다는 것을 미덕으로생각하는 우리 애호가들이 상당히 있는것 같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그러나 과거의 알텍 혼처럼 극장용으로 제작된것은 분명히 아니고 하이파이 가정용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웬만한 공간이면 수용이 된다.그 점에서 빈티지의 혼과 아방가르드의 혼은 차이가 크다.

이 스피커의 기본 설계는 2웨이 2스피커이며서브우퍼는 별개로계산한다. 주파수 대역이나 감도는 구형과 동일한데우퍼가 커지고 파워 출력이 커졌으면서도 동일하다는 것은 그만큼 음을 내는것이수월해졌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스피커를 보면 자그마한 소형기를 가지고도 하한이 20Hz라고 주장하는 경우도있어서실소하게 만들지만 그런 경우는 자신들의 측정기준인 엄청난 대출력을 집어넣어서 우퍼가 상하든말든 좌우간 나오는 하한치의 숫자를 기록해놓은 것이다. 성악가가얼굴이 시뻘개지며 온몸을 쥐어짜면서 내는 고역과 파바로티처럼 그냥 미소 지으며 그 자세 그대로하이 C음정까지 부르는 것과의 차이 같은 것이다.

혼의 크기는 상급기인 트리오, 그리고 하급기인 우노와 마찬가지로 아방가르드의 표준이나 다름없는 20cm짜리. 트위터는 2.5cm 구경이다. 혼은 아방가르드 정통적인 것이지만 트위터는 상급기인 트리오에 사용되는 H3과 대등한 수준으로 새로개발되었다. 높이가 155cm로 약간크지만조절이 가능하며스탠드에도별도의 스파이크를 부착할 수 있지만 부착의 효과는 장담할 수 없는 만큼거치 장소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A/B테스트를 해본적은 없지만 구형에 비하여 확실히 고역의 질감이 개선 되었다는것이 메이커측의 주장이니 받아들여야 할듯하다. 

들려주는 소리에 대해서는 구태여 다시 묘사하지 않으려 한다. 혼에서 내뿜는 낭랑함과 섬세함, 탄력적인 음감이 그대로인데 혼스피커가 주는 장점과 고아함을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곰팡내 펄펄 풍기는 알텍이며 수십년 된 구형 동축 탄노이류에 목을 매고 있는 애호가들이 하나둘이 아닌데 아방가르드는 그런 옛 기기의 장점을 죄다 통합했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지도 모르겠다.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시원히 한여름밤의 냉맥주처럼 목을타고 넘어가는소리에 한 번 빠지면 혼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스피커 섭렵에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그리고 볼수록 이 괴이한 타워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방가르드는 한 개의 출구가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