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포맷은 역사의 흐름과 함께 계속해서 음악을 담는 그릇을 갈아입고 있다. LP와 CD를 거쳐 손실/무손실 압축 음원 시대까지 흘러왔고 또 알 수 없는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한편 음원을 재생해야 하는 하드웨어 입장에서는 그때그때 시대의 요구와 기술적 발전에 따른 음원 포맷의 변화에 시시각각 대응해가고 있다. 하드웨어는 소스 기기에서부터 시작해 앰프 그리고 스피커까지 다양한 그릇에 담긴 음원 포맷을 과연 어떤 섭취해하는지에 골몰해왔다.
과거엔 무척 간단했다. LP에 담고 테이프에 담았으며 광학 포맷의 규격을 마련해 담아 무한정 찍어냈다. 특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무한 복제 디지털 기술 덕분에 음악을 즐기는 패턴과 함께 하드웨어의 형태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무한 복제와 공유는 많은 문제점을 일으켰지만 한편으로 음악의 대중화와 전 세계적 급속한 파급 효과를 나았다. MTV가 일으킨 음악 비즈니스의 풍경은 ‘Video Killed The Radio Star’ 같은 구호로 나타났지만 시대의 거친 흐름을 막을 순 없었다.
그다음은 음악뿐 아니라 영상의 역습이었다. 라디오가 아닌 TV로 음악을 즐기기 시작한 이후 뮤지션의 비주얼과 라이브 영상 등은 음악의 부가 요소가 아니라 음악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섰다. 이젠 대중음악 가수의 신보가 나오고 싱글 커트가 되면 그 곡에 대한 뮤직비디오가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세상이다. 미디어 환경과 대중의 요구는 온통 영상 매체로 옮겨갔다.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를 유튜브에서 감상하고 신년음악회를 온라인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즐긴다. 음원뿐 아니라 영상으로 즐기고 소비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필연적 무선 액티브의 세계로
대중의 음악 소비 패턴 변화는 또 한 번 하드웨어로서 기능하는 오디오의 변화를 요구했다. 시대적 성취는 아주 간단한 촉발점에서부터 시작해 커다란 진폭으로 커져가는 법이다. 냅스터나 소리바다가 처음 나왔을 때 이것이 대세가 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듯 유튜브가 처음 서비스를 론칭했을 때 이것이 현재와 같은 반열로 올라설지 완벽히 예상하진 못했다. 그러나 모두 현실이 되었고 현재 수많은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와 유튜브 등 영상 서비스는 이제 음악 감상의 필수는 아닐지라도 우리 일상의 꽤 커다란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그 자리를 노린 자들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메이저 하이파이 메이커들로서 최근 들어 한층 발전한 라인업으로 경쟁 중이다. 물론 올인원 스피커들도 있지만 지금 화두로 올린 것은 하이파이 오디오로서 스테레오 채널을 지원하며 음질적인 양보를 최소화한 무선 액티브 스피커들이다. 최근 B&W는 포메이션 시리즈를 론칭했고 케프는 이미 LS 시리즈로 이 분야를 폭격 중이다. 드비알레는 이미 팬텀 시리즈를 통해 한 개에서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스피커로 확장해 운용 가능한 스피커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야흐로 하이파이의 미래는 필연적으로 무선 액티브 형태로서 자리 잡고 있는 형국이다.
다인의 야심작 Focus 20 XD
이 중에서 다인오디오를 빼놓을 수 없다. 이미 꽤 오래전부터 이 분야의 가능성을 점치고 차근차근 준비해온 그들이다. 일단 무선 액티브 스피커를 제조할 수 있는 선결조건인 스피커 제조 능력에서 완벽히 준비된 그들이다. 게다가 유닛 또한 자체 기술로 만들어내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그 나머지, 그러니까 앰프와 내부 DA 컨버전, 각 입력단 설계 등은 다인오디오에게 커다란 숙제였다. 이를 위해 다인오디오는 이미 수년 전 다인과 같은 덴마크 소재의 최정상급 오디오 브랜드 B&O로부터 걸출한 인재를 수혈받았다. B&O에서 DSP 설계 등 여러 기술적 알고리즘을 개발했던 장본인 얀 페테르센이 그 주인공이다.
다인오디오 Focus 20 XD는 바로 다인오디오가 얀 페테르센을 필두로 개발해 출시한 기존 Focus XD, XEO 등을 잇는 새로운 모델이다. 다인오디오는 Focus 60XD와 함께 Focus 20 XD 등 플로어스탠딩 형태와 스탠드마운팅 형태로 두 종을 출시했는데 이번엔 Focus 20 XD를 테스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Focus 20 XD는 좌/우 두 개의 스피커를 중심으로 중간에 다인 커넥트(Connect)라는 일종의 스트리머를 추가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마스터와 슬레이브 두 개로 연동되어 무선으로 작동하는 타입의 스피커로서 커넥트 없이 연결로만 사용할 수도 있으나 커넥트를 사용해야 동축, 광, 아날로그 등의 유선 입력 및 블루투스, DLNA 등 다양한 입력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다양한 입력을 통해 Focus 20 XD의 기능을 다양하게 활용하려면 커넥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Focus 20 XD는 2웨이 방식의 북셀프다. 일단 트위터엔 28mm 다인 소프트 돔 트위터를 사용했고 미드/베이스 우퍼엔 17cm 구경의 다인 MSP 유닛을 탑재하고 있다.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우퍼의 크로스오버 주파수 대역은 4.2kHz에 끊어 ±3dB 기준 저역은 39Hz, 고역은 24kHz까지 뻗는 고성능, 광대역 북셀프라고 할 수 있다. 좌/우 폭이 198mm, 깊이가 307mm, 높이가 360mm 정도로 아주 작지도 크지도 않은 사이즈며 이번에 시청한 스피커는 새하얀 표면 마감을 띄고 있어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작은 인클로저 안에 앰프까지 모두 내장하고 있는 Focus 20 XD가 음질적으로 가질 수 있는 장점은 사실 내부 DSP에 있다. 사실 디지털은 음질이 아닌 축소와 편의성 지향의 산물이다. 그래서 작아질수록 반대급부로 커지는 음질적 열세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이 또한 해결책은 디지털 기술일 수밖에 없다. Focus 20 XD에선 DSP가 핵심으로서 입력된 신호가 DSP 내부의 필터를 거친 후 D 클래스 앰프로 입력된다. DSP를 거친 모든 입력 PCM 신호는 PWM(퍽스 폭 변조) 증폭을 거친다. DSP가 디지털 크로스오버 역할까지 하며 변환 과정 없이 바로 PWM 증폭하기 때문에 크로스오버로 인한 여러 신호 왜곡, 훼손의 여지가 적을 확률이 높다.
스마트 기능 및 퍼포먼스
시청은 하이파이클럽의 멀티미디어 시청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이번엔 음악뿐 아니라 요즘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 채널로 영상까지 감상해보면서 Focus 20 XD의 성능을 가늠해보았다. 셋업한 기기라곤 커넥트를 동반한 Focus 20 XD 와 삼성 TV가 전부였다. 삼성 TV에서 광 출력을 뽑아 다인 커넥트의 입력단에 연결하는 것으로 셋업은 끝이다. 커넥트는 마스터 채널 스피커에 무선으로 뿌려주며 슬레이브 채널 역시 무선으로 마스터 채널과 페어링 된다.
참고로 아날로그 입력단의 경우 –6dB에서 +6dB까지 세 단계로 입력 감도 조정이 가능해 소스 기기의 출력에 따라 세팅을 조정할 수 있다. 또한 하단엔 고역 조정용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 또한 –1db에서 +1dB까지 총 세 단계로 고역 데시벨을 조정할 수 있다. 청취 거리나 취향에 따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고역을 조절해 사용자의 환경과 취향을 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인 Focus 20 XD는 룸 어쿠스틱 환경에 따라 음향판을 붙이고 거리를 재서 세팅을 하는 둥 전문가적 지식과 노하우를 편리하게 대체할 기능을 탑재했다. 아주 간단하지만 사용자 환경에 최적화시키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후면에 볼륨 다이얼처럼 생긴 노브는 총 세 개 세팅 모드를 지원한다.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Neutral’, 벽에 붙이고 사용한다면 ‘Wall’, 그리고 공간의 코너에 몰아놓고 사용하고 싶다면 ‘Corner’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Focus 20 XD의 내부 DSP에서 선택한 모드에 따라서 자동으로 최적화된 음향 특성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기능 제어도 무척 편리한 편이다. 별다른 앱 없이 바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원을 블루투스로 재생하면서 그저 몸과 귀를 맡겨보자. 별도의 리모컨이 있으나 자주 쓸 일이 없을 듯하다. 그뿐만 아니라 스피커 모서리에 만들어놓은 LED 디스플레이가 스피커의 작동 상황을 불빛으로 알려준다. 파랑, 빨강 또는 보라색 등으로 켜지거나 점등하는 등 여러 형태와 위치로 시그널 입력 및 커넥트, 허브 연결 상황 등을 알려준다. 물론 볼륨 수치를 알려주거나 볼륨 뮤트 상황을 알려주기도 한다.
아마 가장 유용한 기능 중 하나는 멀티 룸 구성 기능일 것이다. 다인오디오의 후면엔 Red, Green, Blue 등 세 개 Zone을 구성할 수 있다 선택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다. 집이나 영업 공간 등에서 다양한 방에 총 세 조의 Focus 20 XD를 설치 후 각각 듣고 싶을 때 선택해 즐길 수 있다.
Lady Gaga - Always Remember Us This Way (From A Star Is Born Soundtrack)
Eric Clapton - Layla (Live)
이번 시청에선 주로 유튜브에서 음악을 선곡해 재생해보았다. 아이폰 X를 사용해 유튜브에 접속한 후 재생 기기를 삼성 TV로 선택해 재생하자 화면엔 유튜브 영상이, Focus 20 XD에선 음악이 흘러나왔다. 역시 다인오디오의 유닛에서만 들을 수 있는 다인 특유의 매끄럽고 풍성한 소릿결이 귀를 적셨다. 예를 들어 레이디 가가가 ‘Star is born’ 영화에서 불렀던 ‘Always remember us this way’를 보며 들어보면 커다란 무대에서 연주하며 노래하는 레이디 가가의 영상 속 이미지와 음악이 잘 어우러져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 음결은 기존 패시브 다인오디오의 그것이지만 전체적인 동적 움직임이나 배음 구조 등은 조금 다르다. 이는 내부 D 클래스 앰프와 디지털 크로스오버 덕분인데 매우 정교하되 배음은 약간 적고 상당히 빠르고 단단한 음결을 드러낸다. 하지만 에릭 클랩튼의 ‘Laya’ 라이브를 들어보면 공간에 따른 변화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 되도록 후면 어쿠스틱 환경 모드를 정확히 활용하되 시청 셋업 공간 및 세팅도 신경 써야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외에도 2018년 MMA 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이 선보인 무대를 감상했다. 국악과 방탄소년단 음악의 환상적 콜라보는 그냥 음악만 듣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대중예술로 시청자를 이끌고 갔다. 무대장치에만 3억 원을 들이 이 공연은 음악이 시각과 융합할 때 얼마나 커다란 감동을 몰고 오는지 방증해준다. 조성진이 연주한 쇼팽과 라흐마니노프 연주 영상 또한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집에서도 홈시어터 시스템을 운용하지만 스피커 두 대 만으로 똑같은 음악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었다.
음악과 함께하는 일상 속으로
음악은 음악 자체만으로 완전한 음악 감상 패턴과 그로 인한 즐거움이 있다. 오히려 영상이 추가될 때 상상력을 헤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대중음악은 물론 클래식 음악 장르는 영상을 중심으로 제작되는 경우도 많다. 앨범이 아닌 싱글 및 뮤직비디오, 레코드가 아닌 블루레이 등 영상물로 만나는 음악은 또 다른 즐거움과 감동을 몰고 온다. 음악은 좋아하지만 바쁜 일상과 한정된 공간 속에서 고음질을 듣기란 쉬울 것 같으면서 쉽지 않다. 수십 년 동안 전통적 개념의 하이엔드 스피커를 고집했던 다인오디가 수년 전부터 다가올 미래를 위해 준비한 카드가 바로 Focus 20 XD며 그 방식은 무선 액티브다. 이 스피커는 그리 대단한 예산과 다양한 컴포넌트 없이도 음악과 함께하는 일상 속으로 당신을 안내할 것이다.
글:
코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