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Speaker] Avantgarde Acoustic / Zero 1 하이파이클럽  2014년 5월

스피커냐 앰프냐 DAC냐 그것이 문제로다!

글: 이종학
 
시청실에 들어선 순간 눈부신 하얀 자태의 여인이 멀찍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씩이나. 외관은 그리 날렵해보지 않지만, 이미지 자체는 매우 순결하고, 고상해보였다. 그와 마주한 소파조차 하얀색이어서, 역시 같은 흰색 계통의 벽과 더불어 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따뜻하고, 풍부하며, 자연스런 음향이라니! 마치 실제 연주자가 요 앞에 서 있는 듯하다.

그렇다. 잠시 나는 꿈을 꾸는 듯,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아방 가르드에서 나온 신작의 음에 도취되어 버렸다. 이 제품이 어떤 컨셉으로 만들어졌건, 어떤 기능으로 무장하고 있건, 일단 음부터 들어보면 안다. 여기서 판가름이 나지 못하면, 그 아무리 어떤 형용사를 갖다 붙여도 무의미하다. 그런데 일단 외관과 음은 합격. 이제 본격적으로 제로 1 (Zero 1)이라 붙여진 이 제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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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본 기는 그 외관의 대담하고, 강력한 포름만큼이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같다. 그러나 이런 논쟁을 떠나, 오디오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 마디로, 귀차니즘의 찬란한 승리라고나 할까? 귀차니즘? 대체 무슨 뜻인가?

만일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오디오를 하려면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일단 분리형 앰프부터 버거운 데다가, 스피커와 소스를 갖춰야 하고, 랙이며, 전원장치며, 케이블까지 신경써야 한다. 또 그 각각의 컴포넌트를 엮을 때의 “매칭”이란 변수를 감안해야 하니, 어떤 경우 밤을 하얗게 새울 만큼 불만과 초조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른바 바꿈질의 긴 항해를 떠나게 되면, 어느 순간에는 생업을 잊을 정도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돌이켜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오고,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후회막급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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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가? 정말 오디오파일은 미친 것 아닌가?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은데 왜 이런 일에 돈과 시간과 정력을 허비한단 말인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음질 때문이다.

음질? 그게 그토록 중요한가? 오디오파일에겐 음질이 제일 중요하다. 와인을 보자. 똑같은 보르도 산이라도 1만원짜리와 500만원짜리가 있다. 그 차이가 과연 얼마나 할까? 솔직히 액센트 정도면 승용차로선 기본 성능과 퀄리티가 다 나온다. 그런데 왜 벤츠 S 클래스를 사고, 포르쉐 매장을 기웃거리며, 람보르기니를 꿈꾼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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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긴 이야기는 필요는 없을 것같고, 이 대목에서 아주 멋진 솔루션을 찾을 수 있으니, 바로 제로 1이라 명명된 본 기다. 말하자면 편의성과 음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포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까지 편의성을 추구한 제품들은, 처음엔 그 편리함에 만족해도 점차 음질에 불만이 생겨 팽겨쳐 버리게 된다. 어쩔 수 없다. 일단 음에 집중하고, 음에 울고 웃고, 음에 목숨을 건 이상, 시시한 소리는 참을 수 없다. 차라리 안 들으면 들었지, 적당주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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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본 기는 너무도 간단하게 구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음에 있어서도 동급 가격대의 컴포넌트를 생각하면 엄청난 퍼포먼스와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 스피커 단품의 가격으로만 따지면 지적 사항도 있을 수 있겠으나(솔직히 그런 분들은 없을 것이다), 전체 시스템으로 파악한다면 정말 감지덕지다. 그렇다. 그냥 PC나 핸드폰에 담긴 음원을 켜면 소리가 나온다. 그것도 제대로 된 본격 오디오 시스템의 수준으로 말이다. 혹, 고음질 파일이라면 그만큼 더 밀도와 실재감이 높아진다. 이것은 하나의 기적이고 어찌 보면 반칙이다. 아무튼 꿈에나 그려볼 만한 제품이 이번에 정식으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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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에 대해 아방가르드사는 “극단적으로 단순한” (radically simple)이란 표현을 쓴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더 첨언하면, “극단적으로 뛰어난”이란 것이다. 그 정도로 그간 동사가 개발한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 기에 담긴 기능을 점검하면, 총 4개의 컴포넌트가 집약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입력된 디지털 음성 신호를 처리하는 디지털 프로세서가 있고, 이것을 아날로그로 전환하는 DAC가 있다. 그리고 파워 앰프와 스피커가 각각 있다. (실제로는 프리앰프도 있다!)

여기서 신호의 흐름을 보면, 입력단에 들어온 디지털 음성 신호가 디지털 필터링 과정을 거쳐 DAC로 가면 여기서 변환된 아날로그 신호가 파워 앰프로 간다. 그 파워 앰프가 패시브 필터를 거쳐 무빙 코일을 움직이면, 드라이버가 구동하는 식이다. 물론 이렇게 쓰면 통상의 프로세서와 다름이 없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한 고안이 이뤄지고 있는 바 그게 결국 음성 신호의 간략화와 디스토션의 절감이라는 효과를 얻고 있다. 이 부분을 차근차근 점검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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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접속단을 보자. 본 기에는 여러 개의 인풋 옵션이 있다. USB, 옵티컬 토스링크, SPDIF, AES/EBU 등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며, 아날로그 인풋은 옵션이다. 만일 본 기를 구매한다면 나라면 아날로그 옵션을 꼭 집어넣겠다. 거기에 WLAN을 사용하고자 하면, 토스링크에 연결한 후, 적당한 리시버 이를테면 애플의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달면 된다. 끝.

한편 스피커간의 연결은 와이어리스로, 그 부분이 흥미롭다. 양 스피커 사이에 일체 케이블이 개재하지 않는 것이다. 일종에 마스터-슬레이브의 개념으로 해서, 마스터가 음성 신호를 슬레이브에 전달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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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볼륨 컨트롤은 어떤가? 같은 이치다. 마스터쪽에 볼륨 조정의 신호가 가면, 곧 마스터가 슬레이브에 전달하는 식이다. 단, 그 시간이 무척 짧아서 고작 2 마이크로 세턴드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말하자면 우리가 귀로 들을 때는 동시에 작동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와우, 그러고 보니 스피커 케이블 값이 굳었네. 하하하. 여기서 디지털 음성 신호의 성격을 한번 살펴보자. 실은 엄청난 데이터 양을 자랑하는 바, 이를 어떻게 연산해서 처리하냐가 관건이다. 통상은 DSP를 거치면서 비트 레이트를 감소시킨다. 그 경우 에러가 생성되고, 노이즈가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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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는 좀 더 지능적이고, 기능면에서 뛰어난 FPGA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 연산 과정에서 비트 레이트를 줄이기는 커녕 오리려 66Bit로 올려서, 노이즈의 생성을 아예 원천봉쇄하고 있다.

그리고 이게 얼마나 정확하냐면, FIR 필터를 동원해서 1초의 100만분의 1 단위까지 컨트롤한다. 이 디지털 프로세서 하나만 단품으로 사도, 본 기의 가격에 육박할 정도의 퀄리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처리된 디지털 신호는 트위터-미드레인지-우퍼 등에 각각 할당되는데, 이런 크로스오버 처리가 디지털상에서 이뤄진다. 즉, 필터링 과정에서 일체의 로스가 없는 것이다. 또 신호가 정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3개의 유닛이 정확한 시간축을 갖고 움직이게 된다. 위상 특성 또한 좋아진다. 통상의 스피커들이 갖는 편향각이 500~1500도인 반면, 본 기는 고작 5도 이내다.
한편 DAC를 보면, 드라이버 하나당 하나의 전용 칩이 투입된 점이 특별하다. 즉, 채널당 총 3개의 DAC 칩이 동원된 것이다. 그 칩은 24비트 사양으로, 명문 버 브라운사의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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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DAC가 최종단에서 처리되어 파워 앰프에 각각 입력된다는 것이다. 즉, 드라이버에 이르는 과정 전체를 훑어볼 때, 가장 완전한 디지털 음성 처리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우퍼의 경우, 음색보다는 오히려 스피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채널당 400W의 클래스 D, Hypex 방식으로 전용 파워 앰프가 만들어졌다. 한편 미드레인지 및 트위터 용은 모두 50W 사양으로, 역시 음색이나 여러 면을 고려해 클래스 A로 설계된 점이 돋보인다. 그리고 이 모든 앰프들의 파워 서플라이는 동사가 단품으로 제작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XA 시리즈의 앰프에 들어간 것을 그대로 이양하고 있다. 참 대단한 일이다.
 
아무튼 본 기의 컨셉은 스피커이고, 모두 스피커로 알고 있지만, 실은 4개의 기능이 총 망라된, 일종의 종합 컴포넌트라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기에 적절한 소스만 첨가하면 된다. 사용자 입장에선 하이 퀄리티를 일체의 귀차니즘 없이 즐길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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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본 기의 시청에 동원된 시스템은 극히 단촐하다. 바로 애플 컴퓨터에 저장된 음악 소스를 사용한 것 외에는 일체 손 댈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단, 이 과정에서 BOP라는 흥미로운 컴포넌트를 첨가했다. USB 케이블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장점을 극대화한 것으로, 이 BOP의 유무는 전체 음질에 큰 차이를 불러왔다. 심하게 말하면 파워 코드의 교체 수준이라고 할까?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브람스 《Symphonic Variations》 존 엘리엇 가드너 (지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1악장》 기돈 크레머 (바이올린) & 마르타 아르헤리치(피아노)
-제니퍼 원스 《The Hunter》
-비틀즈 《Come Together》

우선 브람스를 듣고 놀란 것은, 정보량에 있어서 일체의 로쓰가 없는 음이랄까? 아무튼 컴퓨터에 담긴 파일의 모든 음성 정보가 아무런 가감없이 스피커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무척 기민하고 또 일체감이 있어서, 거의 리얼 타임으로 연주하는 음을 듣는 것같다. 또 가만히 듣고 있으면, 아방 가르드의 제품들에 일관된, 지극히 사실주의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섬세한 음이 나온다. 특정 대역에 치우침이 없는, 확고한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베토벤을 들으면, 두 달인의 정교치밀한 인터플레이에 숨을 죽이게 된다. 서로 화합하다가 급격히 대립하고 다시 악수하는 식의, 순간순간 번뜩이는 기지와 순발력이 불꽃이 튀듯 묘사된다. 따라서 두 악기 주변의 공간감도 좋고, 악기 자체의 음색뿐 아니라 자연스런 배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약간 과장하면, 바로 요 앞에 두 사람이 연주하는 듯하다. 아방 가르드가 갖는 미덕이 이토록 첨예하게 드러날 수 있을까?

제니퍼 원스를 들으면,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가 주는 매력이 흠뻑 살아있고, 더블 베이스의 터치나 배후에 있는 코러스와 현악단의 존재가 또렷이 부각된다. 그러면서 너무 공격적으로 달려들지 않는다. 여러 개의 겹으로 구성된 악기와 보컬의 위치가 일목요연하면서, 적절한 음량으로 다가온다. 딱 요 정도 사이즈야, 하는 느낌이다. 정말 최종 튜닝 단계에서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탄복하게 된다. 한 마디로, 그간 수많은 스피커와 앰프를 만들어온 내공이 몽땅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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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비틀즈의 곡은, 당시로서는 이색적인 드럼 & 베이스의 편성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그 저역 성분의 분해력이란 면에서 정말 발군이다. 특히, 킥 드럼와 일렉트릭 베이스의 구분이 확연하고, 드럼만 해도 라아지 & 스몰 톰톰의 사이즈와 펀치력이 정확하게 나뉜다. 그런데 이런 세밀한 묘사에 더한 박력만점의 어택감은, 가볍게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한다. 중간에 집어넣는 폴의 화음이나 반복적인 기타 리프의 생생함 등에 이르게 되면, 아우, 절로 탄성이 나온다. 가격, 성능, 편의성, 외관 등 여러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그냥 스피커일까? 아니면 앰프? 혹은 DAC? 아니다. 그 모두를 합한 것에 다시 플러스 알파가 있다. 정말 대단하다.

 
 
SYSTEM SPECIFICATIONS
Subwoofer frequency response 30 – 250 Hz
Midrange horn frequency response 250 – 2.000 Hz
Tweeter horn frequency response 2.000 – 20.000 Hz
ELECTRONICS
Digital processing 6 channel, 66-bit FPGA
Filter steepness Up to 100 dB/octave
Filter type Progressive FIR filters
Phase shifts < 5 degrees
Digital-analogue converters 3 x 24-bit Burr & Brown
Power amplifiers 2 x 50 watts + 1 x 400 watts
Master/slave radio link 2.4 GHz ISM/SRD
Amplitude linearization* Yes
Phase linearization* Yes
Room adjustment/equalization* 100 EQs, each with 16,000 frequency points
LOUDSPEAKER
Horn type Spherical horn
Midrange horn diameter 400 mm
Tweeter horn diameter 130 mm
Midrange horn length 190 mm
Tweeter horn length 77 mm
Bass driver diameter 300 mm
Midrange driver diameter 125 mm
Tweeter driver diameter 25 mm
INPUTS
USB 1x
OPT. TOSLINK 1x
SPDIF 2x
AES/EBU 1x
Analogue Optional
COLORS/DIMENSIONS/WEIGHT
Colors White and black
Width x height x depth (cabinet) 490 x 1040 x 318 mm
Weight 30 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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