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grated Amp.] Master sound / Due Trenta S.E. 하이파이클럽  2014년 2월

마스터 사운드가 새로 쓰는 KT88 스토리

글: 오승영
 
누가 성급하게 하이엔드 오디오에 종언을 고했던가? 오디오산업의 진보와 다양성에 대해 새삼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 건, 한 편에서는 손바닥 만한 사이즈에 열 조차 나지 않는 앰프들이 세수대야 만한 유닛을 계산된 시간만큼 정확히 움직이고 멈추게 하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1톤이 넘는 우주도착선 모양으로 열 개가 넘는 스피커들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는 앰프들이 개발되어 주인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광대역 사례의 사이에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채워질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려운, 가히 팽창우주에 비견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결국 하이엔드 산업은 쇠락하는 게 아니고, 다만 시장의 요구와 새로운 질서에 따라 개편될 뿐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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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진공관앰프를 오디오라는 ‘우주’속의 은하계라고 해본다면 이곳에도 몇 가지 서로 다른 성격의 그룹이 존재할 것이다. 예컨대 생성 이래부터 동일한 기조의 사운드 컨셉을 유지하고 있는 클래식 튜브 그룹과 사전에 알려주지 않으면 진공관임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의 새로운 사운드로 튜닝한 신경향 그룹이 있으며, 이 둘의 특성을 함께 보유하거나 그 중간 노선을 채택한 그룹 등 진공관앰프 그룹 내에도 태양계와 같은 수많은 그룹들이 공존하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앞으로 이 그룹들은 더 다양한 잔 가지를 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상 스피커 혹은 시스템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펼쳐진다는 사실이 이들이 시간을 초월해서 공존하는 이유가 되는데, 이들을 꿰뚫고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은 진공관이라는 소자는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더라도 특정 진공관 고유의 특성이 반영되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특히 출력관의 경우 무슨 관을 사용한 앰프라고 얘기를 하면, 진공관앰프 사용자들의 머리 속에는 이미 대략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을 것이다. 주목할 점은 어떤 카테고리의 제품이든 각기 다른 사용자그룹에게 어필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필자가 보기에 가장 보편적인 제품은 역시 5극관을 중심으로 한 앰프들이 아닐까 싶다. 스피커 선택의 폭도 넓고 솔리드와 진공관의 장점을 비교적 잘 접합시켜 만든 제품들이 많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KT88과 6550은 5극관의 주역이라 할 만큼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진공관의 종류만큼이나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응용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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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사운드의 제품들은 이탈리아 스타일의 전형이 물씬 풍기는 모습을 하고 있다. 목재 재질의 베이스를 그대로 노출시켜 사용한 자연주의적 스타일이 어떤 면에서는 다소 투박해 보일 정도로 성큼 성큼 마름질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 제품은 자사가 지향하는 디자인 컨셉을 따라 제작된 최신예 이탈리아 제품이다.
 
적당한 예가 될 지 모르지만, 잠시 페라리와 일리 프란치스를 양산하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떠올려서 본 제품과 오버랩 시켜 보시길 바란다. 특히 기능과 디자인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 독특한 ‘타워 플레이트(필자 마음대로 붙인 이름이다)’는 마치 한옥집에 설비한 에스컬레이터의 느낌처럼 모던과 클래식을 접합시킨 절묘한 디자인을 연출하고 있다. 상기 타워 플레이트는 진공관을 보호하고 열을 낮추는 역할 이외에, 특히 시선을 상하로 이동시키면 마이애미에 있을 법한 처마가 긴 호텔을 연상시키는 멋진 빌딩의 미니어춰의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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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듀에 트렌타(Due Trenta)’는 동사 고유의 컨셉에 따라 심플한 구성으로 제작되었는데, 5극관을 사용한 앰프 중에서 가장 상위 모델이다. A클래스 방식 싱글엔디드로 패러렐 구성되어 있으며, KT88을 좌우 채널 각기 2개씩 사용해서 최대 30와트 출력을 낼 수 있다.
 
초단에는 ECC802를 사용하고 있다. 최신 기종, 그리고 제품의 등급에 맞게 바이어스는 자동조정 방식이며, 제로 피드백 설계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듀에 트렌타’는 고전 스타일로 보일 지 모르지만, 최근에 시청한 제품 중에서 가장 세련된 음색의 KT-88을 들려준다. 하지만, 정작 본 ‘듀에 트렌타’ 사운드의 핵심은 자사의 노하우가 누적되어 있는 트랜스에 있다.
 
제품의 정면 패널 쪽에서 보았을 때 오른쪽에 있는, 딱 별도의 섀기로 독립시키면 적당해 보이는 사이즈의 하우징에 자사 디자인의 전원트랜스가 수납되어 있다. 원래 마스터사운드는 트랜스 회사로부터 기원하고 있음을 잠시 상기하며, 본 제품은 클래식하게도 EI트랜스 방식으로 제작되어 있다. 패널 뒤쪽으로 두 개의 출력 트랜스가 위치한다.
 
에볼루션 845는 좌우대칭의 기지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본 ‘듀에 트렌타’는 마치 한쪽에 별관을 둔 학교나 연구소와 같은 경관을 연출한다. 전면에는 심플하게 두 개의 노브 – 셀렉터와 볼륨 – 만을 두고 있으며, 후면 패널에는 4개의 언밸런스 입력단을 두고 있다. 스피커 터미널 구성은 중앙에 검은 색 고정 단자 한 쌍을 두고, 그 좌우로 빨간 색으로 채널별 4옴, 8옴 임피던스 선택 단자를 구성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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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와트의 출력을 내는 5극관 인티앰프. 시청 이전에도 대략 어떤 생각으로 제품을 만들었을 지 짐작이 되는 흔치 않은 포맷인데, 시청을 시작하면 쉽게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음색을 선사하는 제품임을 우선 파악해야 할 것 같다. 845의 가냘픔이나 정교함도 아니고 푸쉬-풀 50와트 이상급에서의 매시브한 KT88과도 차별화되는 독특한 청아한 세부묘사와 나긋한 음색을 들려준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3극관과 5극관의 장점을 계획해서 제작한 것이 아닌가 짐작이 된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마스터 사운드는 KT-88로 최대 30와트만을 출력하는 것을 제작 컨셉으로 하고 있다. 오히려 845는 55와트급으로 제작하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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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제품은 하베스 S-HL5와 메리디언 술루스와의 조합으로 시청했다. 30와트 출력의 ‘듀에 트렌타’는 기본적으로 열이 조금 붙기 전까지 스테이징을 크게 잡지 않는다. 시동이 걸린 이후에도 스테이징을 무기로 하지는 않는다. 또한 진지하고 심각하게 분위기를 몰입시키는 스타일도 아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은 고전 KT-88을 사용한 50와트급 푸쉬풀의 경우에서도 선택할 제품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대신, 그런 제품들에서는 발견되지 않던 정교하면서도 매혹적일 정도로 나긋한 음색으로 어필한다. 시청곡이 늘어가다 보면 미소가 떠오를 정도로 이 숫자에 맞춰 제품을 만든 제작자에게 호기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하베스의 S-HL5의 울림은 출력이 늘어남에 따라 더 커지는 특성이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음량에 반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적은 음량에서 굴곡 있는 다이나믹스를 만들어 내는 일도 쉽지 않은 기종이다. 투명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적절히 드라이빙하고 제동시키는 일은 트랜스의 품질과 설계가 딱 중간 지점쯤에 맞춰졌을 때 가능한 현상이다.
 
듀에 트렌타는 마치 스마트앰프처럼 수시로 변경하는 스피커의 임피던스에 끼워 맞춘 듯 작동해서, 시종 열기 넘치게 휘몰아치고 절도 있게 멈춰 선다. 피아노의 낮은 대역에서의 미세한 울림도 구체적으로 들려주며 현악기의 쟁알거리는 소리를 매혹적으로 들려준다. 레핀과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크로이처> 3악장의 빠른 프레이징을 끌려다니는 느낌이나 불안함 없이 선도하고 있는 듯 하다. 유연하게 미끄러지면서 순간 쿠르릉대는 낮은 중역대의 다이나믹스도 구체적인 울림으로 들려준다. 바이올린의 신속하고 급한 프레이징에서도 에너지 변화를 미세하게 포착하고 아름답게 들려주는 일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무대를 크게 잡는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좌우 스피커 사이를 팽팽히 채우며 매우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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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긋한 느낌의 보컬, 특히 매혹적인 마무리는 듀에 트렌타의 장기가 될만한 장르로 보인다. 비야존이 부르는 핸델의 <아리오단테>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톤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가라앉힌다. 깨끗한 배경 속에 비야존의 윤곽이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짧은 보컬의 울림에서도 분명한 그라데이션이 생겨나서 드라마틱한 느낌을 선사한다. 밝고 명쾌하면서도 뛰어난 앰비언스를 선사한다.

바하의 는 음의 결이 섬세한 스타일이지만 음끝이 메마르지 않아서 가늘다거나 약하게 느껴지는 일은 없다. 간혹 빠른 패지시에서 뭔가 좀더 일사분란해야 할 것 같은 경우는 있었다. 이 경우에도 일급수와 같은 맑고 청아한 느낌은 흔들림이 없이 여유가 있어 보였다.

다만, 대편성과 합창이 동시에 작열하는 부분에서 좀더 끓어올라 주었으면 싶은 경우가 있었다.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어보면 스피디하고 입체감 있는 재생 중에도 빠른 속도로 피어 오르면서 열기가 넘쳐줘야 할 부분에서 다소 온건하고 단정하게 그려지는 게 아닌가 싶은 순간이 있었다. 출력의 수치와 관련되는 현상 중의 하나인데, 필자가 느끼기에는 파탄을 일으킬 일은 아예 발생시키지 않는 스마트한 운행의 결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흥분도 불안도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Dies Irae’의 같은 패시지에서 이보다 고출력의 고가의 앰프가 종종 짧은 디스토션을 일으켰던 사실과 비교해보면 어느 쪽이 올바른 결과물인지에 대해서는 시청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다.

U2의 ‘With Or Without You’의 도입부를 들어보면, 본 제품과 하베스가 얼마 만큼의 부스팅을 만들어 내고 있는 지 분명해 진다. 당연하게도 과도한 울림을 만들어 내지도, 소스의 의도보다 적게 울리지도 않는다. 딱 듣기 좋을 만큼의 베이스를 선명한 윤곽으로 그려주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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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사운드는 소너스 파베르와 파토스가 위치하는 이탈리아 비첸차에 위치하며, 1994년부터 트랜스 제조사로 시작했다. 앰프 제조사가 되면서부터는 처음부터 하이엔드 제조사를 표방해서 싱글 3극관을 사용한 모노블록 파워앰프들을 통해 2007년 CES에서부터 오디오파일들에게 알려져 왔다. 마치 핵 처리기술 보유국에 대한 뉴스와도 같이 마스터사운드는 진공관 하이엔드 앰프 제조기술을 보유한 또 하나의 전문브랜드로 부상하게 되었다.
 
필자가 아는 한, 이탈리아 출신으로는 두 번째 진공관 하이파이 전문 제작사이다. 동사는 진공관앰프 전 부문을 포괄하는 전문업체이지만, 그 중에서도 인티앰프 라인업에 비중을 두어 제품 라인업이 발달되어 있어 보인다. 대략 1년 전쯤 동사의 ‘에볼루션 845’를 시청할 때도 느낀 점이지만, 스테이징이나 마이크로 다이나믹스 등의 표현을 놓고 볼 때 분리형 앰프와 비교해서 아쉬움이 별로 발견되지 않았었다. 개인적으로 상기 두 가지가 인티앰프에서 해결된다면, 추가비용과 번거로움을 희생해가면서 앰프 여러 개를 늘어놓는 의욕은 크게 줄어들 것 같다.
 
포기할 수 없는 그 나머지로서 오디오적 재미만이 남을 듯 한데, 앰프를 한 덩어리로 고정시켜 놓고 할 수 있는 ‘오디오적인 재미’는 최근 들어 너무나 많아져 있기 때문이다. 마스터 사운드가 유독 인티앰프에 더 많은 제품 라인업을 두고 있는 이유 또한 이런 배경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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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 애호가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 지 모르겠지만, 본 제품을 시청하면서 필자는 KT88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KT88이란 드라이빙 파워를 위주로 하는 대표적인 관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터 사운드는 5극관을 싱글로 구성해서 미학적인 접근을 하는 브랜드였다. 참고로 마스터사운드는 Undici(11와트), Venti(20와트), Trenta(30와트) 순으로 5극관을 출력수치 별로 제작하고 있다.
 
필자가 KT88을 새삼 발견한 것과 유사한 이유로, 다른 오디오파일들이 본 ‘듀에 트렌타 S.E.’로 기존에 익숙한 곡들부터 시청할 기회를 가져본다면, 그 곡들에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될 것으로 예상해 본다. 그리고 이 앰프에 쉽게 빠져들 것이다. 최소한 필자와 유사한 경력을 가진 많은 오디오파일들은 아마 ‘이게 KT88의 소리라고?’ 하는 말을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고 있을 것 같은데… 과연?

Specification
Power 2 X 30 Watt in Class "A" Parallel single ended
Finals tubes >4 X KT 88
Drivers tubes ECC82
Inputs 4 Line
Load impedance 4 – 8 Ohms
Negative feedback 0 dB Bias automatic
Bandwidth 15 Hz / 30 kHz
Dimensions (L. A. P.) 47 X 20 X 33 cm. (18,5 x 7,9 x 13 in )
Weigth > (53 l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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