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강력한 디지털 소스 기기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오디오에어로사의 최신예인 '라수스(la source)'로 현재 동사 제품들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디지털 소스 기기이기도 하다. 서두부터 강렬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이 제품이 쏟아내는 사운드의 매력과 기술적인 진보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제품을 처음 보는 순간 기존 오디오에어로 제품과는 다른 라수스만의 남성적이고 강렬한 디자인이 압권이다. 이미 동사는 우리에게 캐피톨레를 통해 우수한 성능 및 사운드 재생시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후 캐피톨레 레퍼런스와 프리스티지를 통해 오디오에어로 CD 플레이어의 완성도를 재입증했었다.

라수스는 단순히 기존 CDP 제품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제품이라기보다는 가장 뛰어난 디지털 소스 기기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는 제품으로 등장하였으며, 이 제품을 통해 지난 10여 년 동안 동사가 이루어 놓은 디지털 기술력의 완성과 함께 새로운 메커니즘의 도입을 통한 궁극의 제품으로 한발 다가섰다. 이제 본격적으로 라수스를 집중 탐구해보겠다.

가장 먼저 눈에 뛰는 것은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으로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였던 기존 제품과는 달리 약간은 고전적이면서도 디지털적인 딱딱함과 고딕 스타일이 완연하다. 특히, 상판에는 50mm 두께의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을 CNC 헤어라인으로 무늬를 새겨 놓았는데, 기계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뭐 이 정도 가공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면 처리를 잘 살펴보면 무모할 정도로 높은 가공도로 제작되어 있으며, 여담이지만 한번 가공하면 가공시 사용한 팁을 버려야 할 정도로 정밀도가 높은 정교한 3차원 가공이다.

전면 패널 역시 50mm 두께 알루미늄 합금을 가공되어 정교하고 견고히 제작되어 있으며, 주변을 둘러싼 매인 새시는 10mm 두께로 마감함으로써 전체적인 스타일은 남성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워낙 제품이 무겁기 때문에 도저히 고속으로 회전하는 VRDS-NEO의 진동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두 번째로 32비트 기반 DSP를 통한 정교한 디지털 프로세스가 돋보인다. 동사는 캐피톨레 이후 STARS2® (Solution for Time Abstract Re-Sampling)라는 최신형 비동기식 리샘플링 컨버터 기술을 제품에 탑재하고 있는데, 이는 32비트 기반으로 된 DSP를 통해 완벽한 지터 감쇄 기술의 내포와 정확한 클럭의 실현이 맞물려 있다.

이 모듈은 스위스의 아나그램 테크놀로지에서 제작한 것으로 이 업체는 오르페우스 헤리티지를 통해 디지털 기술력을 인정 받은 바 있는데, 오디오에어로용으로 커스터마이징되어 제공하고 있다.

채널당 한 개씩 두 개가 장착된 모듈은 아날로그디바이스사의 DSP를 기반으로 설계되었고, 어싱크로노스 샘플레이트 컨버터를 가진 32bit/384kHz 기반의 고품격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입출력의 클럭이 완전 독립 분리된 비동기식 샘플링 컨버젼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지터로부터 자유롭고 빠른 속도의 리샘플링이 가능해져 기대 이상의 정확하고 분해력 있는 재생이 가능하도록 도와 준다. SNR은 최고의 디지털 기기답게 풀스케일 레벨에서 129dB로 DAC 및 DSP의 한계치에 접근되어 있다.

세 번째는 에소테릭사의 VRDS NEO를 채용한 점이다. 에소테릭의 VRDS와 VOSP 메커니즘은 뛰어난 성능과 견고하고 안정적인 메커니즘으로 정평이 나 있어 많은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VRDS NEO VMK-5는 에소테릭사의 P-05와 X-05에 사용하여 인정 받은 적 있는 메커니즘이다. 동사는 기존에 사용해오던 필립스의 PRO-2M의 공급이 원활치 않은 시점에서 대안으로 선택했지만, 하이엔드에서 요구하는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메커니즘을 장착하여 제품에 대한 성능이 보장되고 있다.

네 번째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프리앰프와 아날로그 증폭부의 완성도를 손꼽을 수 있다. 이미 동사의 플레이어들에 내장된 프리앰프의 성능은 인정받아 프리앰프 없이 직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별도 사용하고 있는 프리앰프의 성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는 오히려 직결을 통한 세팅이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보장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DAC가 중심이 된 아날로그 출력이라기보다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방식의 프리앰프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인데, 듀얼 모노 구성의 아날로그 증폭단에는 버브라운사의 하이엔드 DAC인 PCM1792를 사용하여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하고, 이후 아날로그 증폭단에는 미니어처 쌍3극관인 필립스 JAN6021W 진공관과 MOSFET을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타입으로 완성도를 높였으며, 캐피톨레부터 줄곧 사용해온 이들에겐 상징적인 회로다.

또한, 내부 세팅을 통해 출력 전압을 지정할 수 있는데, 2, 3, 4V 고정 세팅과 함께 내장 프리앰프용을 위한 디지털 어테뉴에이터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최대 7V 출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한 음량의 프리앰프로 사용 가능하다.

내장된 하이브리드 방식 프리앰프는 별도의 디지털 인터페이스용 프리앰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입출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아날로그 입력은 RCA와 밸런스 입력은 모두 마련되어 있고, 디지털 입력은 BNC, RCA, TOSLINK, AT&T, USB 입력까지 가능하다. 특히, 기존 캐피톨레 레퍼런스와 프리스티지에서 지원하지 않았던 USB 인터페이스가 추가된 점은 PC-Fi용 디지털 인터페이스 기기로서의 가치도 부여해 주는 또 다른 장점이다.

이외에도 전원부에 대한 설계도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는데, 리니어 방식과 스위칭 방식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방식을 사용하였고, 철저히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를 분리하여 전원을 공급하여 신호부의 노이즈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번 리뷰는 라수스가 디지털 입력이 가능한 프리앰프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장점을 활용하고자 파워 앰프와의 직결로 이루어졌으며, 24bit/176.4kHz로 리마스터링 곡들을 중심으로 아마라 재생 프로그램과 린데만 24/192 DDC를 연결하여 주로 시청이 이루어졌다.

첫 곡부터 스케일이 큰 곡을 선곡해 보았는데, 오존 퍼커션 그룹의 연주로 'Jazz Variants'를 선곡했다. 이 곡에서는 우선 극대화된 좌우의 퍼커션들의 분리도와 스테레오 팬의 이동이 눈앞에 그려지듯 명확하다. 이토록 분해력과 퍼커션의 반응이 빠른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드럼의 강력한 파워와 마림바의 명료함이 절정에 이르렀으며, 음악이 진행될수록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퍼커션의 느낌이 강조되었다.

이어서 남성 보컬 곡으로 리빙스턴 테일러가 부른 'Isn't She Lovely'를 들어보면 첫 도입부의 휘파람 소리가 곡의 분위기를 좌우하는데, 자극적이거나 강렬함 없이 마치 아날로그 프리앰프 같은 온화함이 중고역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전주 이후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밀려오듯 다가왔고, 어느새 스피커 중앙을 장악하였다. 별도의 프리앰프 없이 직결하였지만, 음장감과 밸런스는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에 가깝다.

루치에로 리치의 바이올린 연주로 생상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는 어떤 음일지를 상상하며 음원을 재생하여 보았는데, 라수스를 통한 리치의 연주는 완급 조절이 잘 표현되고 바이올린의 재생 대역이 기대 이상의 광대역 재생으로 이어졌다. 아날로그적인 사운드가 응집된 듯한 정적인 느낌도 제공하여 그의 바이올린 연주가 사실적이고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곡은 SACD 음반으로 부르크너 교향곡 7번 E장조 중 3악장 스케르초를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지휘한 라이프치히 게반트 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어보았다. 블롬슈테트의 가장 최신 녹음 중 한 앨범을 선택하였다. 스케르초에서 대편성에서의 사운드는 에너지와 공간감을 시작으로 압도하였고, 뛰어난 해상력과 섬세한 표현력들은 악기 하나하나의 표현을 쉽게 놓치지 않았으며, 넓은 스테이지 재현력은 라이브 공연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어 블롬슈테트의 지휘에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다.

전체적인 사운드를 정리해보면 기존 제품인 캐피톨레의 아날로그적인 성향을 기반으로 가장 디지털적인 사운드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명확히 들려주었는데, 리뷰의 시작은 SACDP였지만, 리뷰의 결말은 디지털 인터페이스 기기의 우수성으로 마무리될 정도로 라수스는 아날로그 특유의 자연스러운 음악성과 까다로운 디지털 음원의 손실 없는 디테일한 재생과 음장감이 돋보인다.

라수스는 마치 지난 10여 년 동안 오디오에어로가 이루어 놓은 노력의 결실을 보듯 완성도 높은 디지털 소스 기기로, 단순한 SACDP라기보다는 앞서 언급했듯이 디지털 인터페이스 기기로의 우수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만약 PC-Fi를 한다면 다른 어떤 디지털 인터페이스 기기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디지털 소스 재생 능력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사가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디지털 소스 기기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