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필자가 경험했던 스피커 중에서는 아마도 다인오디오 스피 커가 가장 많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것은 다인오디오의 역사가 장 장 35년 이상이나 되었기에 그동안 수많은 스피커가 개발되면서 세계 시 장을 누비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 그 첫째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얼핏 보아 외모에서는 비슷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그 혈통에 따라 음의 퀄 러티는 조금씩 다르지만 다인오디오다운 품격 있는 성능은 보장하고 있 다는 사실에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부응할 수 있는 그 어떤 생명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여타 다른 스피커 메이커와는 달리 다인오디오는 스피커 시스템에서 심장과도 같이 가장 중요하다는 유닛을 직접 설계하고 생산하여 다인오디오만의 기본적인 성능은 어렵지 않게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며, 여타 스피커 메이커들이 주문하는 유닛의 스펙이나 특징적인 구상을 간파할 수도 있기에 스피커 유닛 메이커로서 의 특별한 노하우를 가질 수도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 인클로 저나 패시브 네트워크 등도 그 모두를 자사에서 직접 설계하고 생산함으 로써 다양한 스피커 시스템들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그때그때 때를 맞 추어 출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전에도 한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운이 좋게도 필자는 적지 않은 양의 다 인오디오 스피커 유닛들을 접할 수 있었다. 다양한 우퍼와(6인치·8인 치·12인치·15인치) 몇 종류의 스코커, 그리고 에소타와 에소텍 등의 트 위터들이었는데, 가장 단순한 1차 필터 방식의 2웨이의 경우 전문적인 지 식도 없이 어깨 너머로 대강 배운 지식을 동원하여 필자가 직접 만들어 보았었다. 한데 그 허접한 패시브 네트워크에서 도 제법 그럴듯한 사운드를 내어주어 기쁘고 놀 랐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러한 결과는 그만큼 다인오디오에서 만들어진 유닛들의 완 성도가 당시에도 높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사유로 12인치와 15인치의 대구경 우퍼 는 한동안 필자의 4웨이 멀티앰프에서 저역을 담당하는 주인공으로 발탁되게 되었는데, 그 당 당한 위세에 눌려 몇몇 저역 구동 파워 앰프들 은 강제 퇴출되어 물러나게 만들기도 했었다. 어쨌든 이러한 인연으로 다인오디오에 대한 필 자의 느낌은 항상 나쁘지 않은 편이다.

본지에서 얼마 전에도 다인오디오의 스피커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또 다시 다인오디오의 스피커 시스템을 만나게 되었다. 더 오픈되고, 더 투 명하고 디테일하며, 정확하면서도 다이내믹해서 좋 다며 자신 있게 광고하는 뉴 포커스 시리즈의 340 시스템이 주인공이다. 이 시리즈에는 북셀프 타입의 2웨이 160과 플로어스탠딩 타입의 260, 맨 맏형 뻘 인 380이 있는데, 포커스 340은 380과 같은 3웨이 플로어스탠딩 타입의 시스템이지만 채용된 우퍼의 구경이 2cm가 작으며, 트위터에서 380은 에소타를 사용한 것만 다른 바로 밑의 동생이 된다. 그동안 보 아왔던 수많은 다인오디오의 스피커들과 외형상 크 게 달라진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배플 면이 좁은 직사각형의 인클로저에, 항상 같은 모습의 철재 스 파이크, 겉보기엔 거의 동일한 모양의 유닛 등에서 이름만 다르게 달고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도 해보았지만 설명서를 읽어보고, 그리고 실제 재 생되는 사운드를 들어보고 나서 다인오디오에서는 절대로 사기(?)는 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그만큼 한층 발전된 면모를 보인다.

그동안 다인오디오에서는 계속해서 유닛들의 성능 을 향상시키기 위해 창사 후부터 지금까지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외형상 얼핏 보아 동일한 유닛으로 보일지라도 채 용되는 시리즈에 따라 그 성능은 다르다는 것이다. 즉, 포커스 340에 채 용된 유닛들도 뉴 포커스 시리즈를 위해 새롭게 발전시킨 유닛들이 채용 되었다는 말. 뉴 포커스 시리즈를 위해 특별히 신경 써서 제작된 고강도 의 캐비닛 구조 덕분에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다이내믹함과 스피드감, 깊 고 파워풀한 저역에 정확한 응답특성을 실현할 수 있었다. 위상 정합을 위해 최고의 부품 선택과 엄격한 선별, 그리고 많은 시간 동안의 튜닝 후 에 태어난 네트워크는 특별하다고 자부한다.

포커스 340에 채용된 우퍼의 구경은 18cm의 MSP 우퍼로 2개씩 채용 되었다. 중량과 발열에서 우수한 퓨어 알루미늄 75mm 보이스 코일을 채 용했고, 슬림 라인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바스켓 채용과 전보다 훨씬 보강 된 마그넷을 보이스 코일의 안쪽에 배치, 자력을 균일하게 하여 음의 재 생에서 좀더 다이내믹해졌으며, 32Hz의 낮은 주파수까지 재생이 가능하 고, 큰 볼륨에서도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게 했다. 가운데 위치한 미드레 인지는 15cm의 MSP 유닛으로, 역시 퓨어 알루미늄 38mm 보이스 코일 과 새로운 슬림 라인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바스켓이 채용되었다. 트위터 에는 28mm의 패브릭 소프트돔 트위터가 채용되었는데, 패브릭의 안쪽 과 밖의 표면을 코팅하고 역시 가벼운 퓨어 알루미늄 코일을 사용한 제품 으로 디테일하고 실키한 음을 보장한다.

시청에는 플리니우스의 애니버서리 CD 플레이어에 유니슨 리서치 S9 인티앰프와 함께했다. 정명훈과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이 함께한 미사 탱 고를 들어본다. 낮게 깔리는 저음현의 음에 장중함이 느껴지고 이어지는 합창에서 낮게 깔리는 산속 아침의 안개처럼 좌우로 펼쳐지는 음성이 실 내를 감싸 안는데, 구름사이를 비집고 비쳐대는 햇살처럼 맑고 깨끗한 반 도네온의 생생한 음에서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어느 악기보다도 아름다 운 음이 목소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듯 합창은 우아하고 정갈하며 저음으로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와 첼로 의 음에 적절한 밀도감과 함께 스테이지의 넓이를 확인해주고 있다. 첼로의 멜로디와 함께하는 도밍고 의 음성은 콘서트에서 듣던 것처럼 생동감이 있고 리얼하며, 안나 마리아 마르티네즈의 메조소프라노 도 거칠 것 없이 쭉쭉 뻗어주어 시원하다. 대음량에 서도 크기에 비해 당찬 모습을 보여준다. 오래전 다 인오디오 대구경의 우퍼에서 듣던 저음과는 다르더 라도 맑고 깔끔한 저역이 마음에 든다.

다음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서 협주곡 1 번을 녹음이 잘 된 타쳇(Tacet) 레이블로 들어보자. 신선한 음이다. 첼로의 스타카토 음이 민첩하고, 받 아주는 바이올린의 음이 살아있는 듯 싱싱하다. 관의 길이가 가장 긴 프렌치 혼이 둔하지 않게 들리고, ‘뽀꼬뽀꼬’하는 바순의 텅잉에서도 가식 없는 바순 의 음을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바운싱이 좋은 음으 로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그리고 어떻게 재생되는 것이 녹음이 잘 된 것인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듀크 엘링턴과 존 콜트레인이 함께 녹음한‘Stevie’를 들 어보면 듀크 엘링턴의 피아노와 드럼에서 클래식 재 즈다운 스윙감을 만끽할 수 있다. 엘링턴답게 간결하 면서도 비트 있는 임프로바이제이션의 라인이 확실 하고, 콜트레인의 탄력적인 톤도 리얼하다. 솔리스트 의 개성을 놓치지 않고 표현하며 음악적인 분위기도 좋은 편인데, 재즈에서 서민적인 적나라한 분위기라 기보다는 조금은 귀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 다. 어쨌든 여러 장르의 음악에서 크게 낯가림하지 않고 무난하게 대응하며 까다롭지 않은, 그래서 다인 오디오다운 스피커가 또 다시 등장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