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굉장한 SACD 플레이어를 들어 보게 되어서 기쁘다. 가격을 알고 보니 필자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지만 이런 꿈이라도 가지게 되었 으니 그 또한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

좋은 앰프와 좋은 CD 플레이어를 제작하고 있는 이 제작사의 종래까지 최고의 CD 플레이어는 캐피톨레 레퍼런스이었다. 그 아래에는 프리마라 는 제품도 있는데, 이들 기종만 해도 상당히 걸출한 제품이다. 캐피톨레 는 당시의 최고 메커니즘이던 필립스 CD 프로 2를 사용하고, 아날로그 버퍼부에는 진공관 6021W를 넣었으며, 독창적인 회로와 전원부로 이루 어져 만인의 부러움을 샀다.

아날로그가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솔직히 뛰어난 CD 플레이어를 가져 보지 않았을 때의 자기만족이 아닌가. 이 정도의 CD 플레이어만 있다면 ‘아날로그여 진정으로 굿바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들어 보고 또 들어 보기를 거듭했으니 필자로서는 캐피톨레 정도만 해도 하나의 이상향인 셈인데, 그 상위 모델이 홀연히 나타났다.

무엇이 상위란 말인가? 우선 캐피톨레는 그 무게가 15kg 정도였는데, 본 시청기는 무게가 무려 23kg 정도로 상승을 했다. 그러니 뭐가 달라져도 단단히 달라진 것 같다. 설마 안에 그냥 철근 궤를 넣지 않은 이상 말이다. 우선 소리에 대한 메모를 보면 마치 최고급 치즈를 녹여 놓은 것 같다는 찬사가 나온다. 치즈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은 비닐 팩 안에 들어 있는 노란색 사각형 치즈만을 떠 올리겠지만 그런 건 기본이다. 한동안 건강식을 위 해 작은 초콜릿 덩어리 같은 까망베르 치즈를 주머 니에 가지고 다니면서 먹었다. 그 치즈는 입에 닿는 순간 마치 밀크처럼 녹으며 혓바닥에 향취를 뿌린 다. 그때의 기억이 새로워서 고급 치즈라는 형용사 를 쓴 것이다.

그뿐이면 이리 아쉽지 않겠다. 마치 앰프가 바뀐 것처럼 소리가 변한다. 기막힌 끈끈함으로 고가의 빈티지 바이올린이란 이런 것인가를 느끼게 해 주 며, 절정의 해상도와 매끄러움, 침투력, 풍만함이 동 시에 엄습해 오는 불가사의한 실력을 갖췄다. 다시 기기에 대한 설명이다. 1997년부터 오디오 에어로는 세계 최고급 CD 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해 오고 있는 터인데, 메커니즘의 전 분야가 거의 독보 적이라 할 만하다. 독보적인 24비트/192kHz의 리샘 플링 기술을 갖췄다고 발표한 지 기일이 좀 지났는데, 그것은 가장 정확한 디지털 처리 방식 및 초소형 진공관 출력 단계를 거치는 하이브리드 회로라는 것이다.

진공관 한두 개를 넣은 CD 플레이어는 사실 많다. 싸구려 중국제에서도 그런 것은 자주 보인다. 그러나 오디오 에어로의 제품을 들어 보신 분들 은 아시겠지만 뭔가 분명히 다른 것이 들린다. 비판적인 사람이라 해도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 제품은 디지털 영역에서 최신의 기술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의 집대성이라고 그들은 광고하고 있는데, 결코 과장이 아 니다. 그만큼 뛰어난 음질과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은 현존 최고급인 에소테릭의 최신 VRDSNEO/ VMK 5를 사용하고 있다. 이 트랜스포트는 SACD와 일반 CD 플레 이어의 고속 회전에 안정적으로 최적화되어 있으며, 특히 라 소스는 여기 에 새로운 개발품인 디스크 클램프와 역시 새 개발품인 고 정밀 알루미늄 턴테이블을 갖췄다. 그 결과 원음 재생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 들의 주장이지만 전혀 거슬리지가 않는다. 수긍이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내·외부의 진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섀 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10mm 두께의 약 13kg의 강철 바닥 프레임 구조 위에 각 부분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면과 상면 패 널은 무려 50mm의 두께의 알루미늄 덩어리를 가공해 제조된다. 이 완전 한 구조 덕분에 렌즈나 클록의 정밀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은 진동 도 완전히 배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섀시는 3개의 고성능 발(Feet)에 지 지되어 있다.

파워 서플라이를 들여다보자. 역시 신 개발된 하이 브리드 전원 공급 장치를 투입했는데, 정전압을 내포 하고 있는 각 모듈에서 높은 직진성과 안정성은 물론 이고, 디지털 및 아날로그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모 든 노이즈와 간섭이 여기서 차단된다. 신호 경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이즈를 최소화하기 위해 역시 최신 의 MOSFET 집적회로가 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 뿐 아니다. 24K 금도금된 접점을 갖는 최고의 보드 와 신호의 완벽한 전송을 위한 순동의 회로 기판 설 계도 자랑이다.

제3세대 S.T.A.R.S 모듈을 빼놓을 수가 없다. 애너 그램 테크놀로지와 공동으로 개발한, 32비트/384kHz 의 2채널 어싱크로너스 샘플레이트 컨버터를 바탕으 로 한 듀얼 모노 DAC에 의해 디지털 신호가 컨버팅 되는데, 이것은동사의가장최신회로이다. 이상과 같은 듀얼 모노 DAC 구성의 디지털 부분 을 거친 후 아날로그 부분에 진공관을 거치도록 한 것은 전작인 캐피톨레와 동일. 필립스제 쌍삼극관인 6021W를 사용하고 있다. 아주 작은 밀리터리 급의 이 진공관을 소켓 없이 PCB에 바로 납땜해 접촉 불 량을 피하고 신호 경로 단축과 손실을 줄이며 응답 속도를 빠르게 했다.

최신 제품답게 USB 입력은 기본이다. 요즘은 아 무리 올드팬이라고 해도 USB 연결이 되지 않으면 골동세대가 되기 때문에 이런 분야도 연구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다시 거론하자면 이 SACD 플레이어는 앰프나 스 피커를 무시하고 마치 자기 마음대로 연주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별로 신통치 않은 앰프인데도 앰 프의 능력을 갑자기 2단계나 3단계 상승시켜 고급기 로 만든다. 이런 SACD 플레이어는 처음 봤다. 성악 의 발성이 이렇게 또렷할 수가 없고, 관악기 연주자 들의 혈색이 붉어지는 것까지 표현을 하는 듯하다. 성악의 굉장한 실체감, 어떤 강렬한 연주도 가볍고 사뿐하게, 마치 거인이 짱돌을 가지고 도는 듯한, 하 이엔드의 수준이 아니라 공포의 위력처럼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듣고 나서 곧장 마력에 빠지고 말았다. 가슴이 그냥 아릴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