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오디오의 스피커 유닛에 반한 적이 있다. 멀티앰프의 중·저역에 채용될 유닛을 찾던 중 A/S용으로 들어왔던 다인오디오의 8인치 유닛을 우연히 만났던 것. 정성스레 잘 만들어진 유닛은 당시 사용해 보았던 그 어느 유닛보다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후 꽤 많은 양의 다인오디오 유닛들을 공급받아 나만의 스피커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땀을 흘려보았지만 무식이 용기라는 말처럼 무모하게 덤벼든 결과는 별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났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 경험했던 많은 시행착오들은 결코 시간을 낭비한 것만은 아니었고, 다인오디오에 대한 느낌이 지금도 변함없이 믿음직스럽게 남아 있는 것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다인오디오 스페셜 25는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스피커가 아니고, 세계 각국의 다인오디오 딜러들과 사용자들의 열화와 같은 열망에 의해 재차 탄생된 제품이다. 2002년에 다인오디오 창립 25주년 기념작으로 생산되었던 다인오디오 스페셜 25는 세계 각국에서 인기리에 발매되었으며, 중고 시장에서도 인기가 대단하여 거래되는 가격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고 한다. 때문에 다인오디오에 재차 출시해줄 것을 요청하게 되었고, 그 줄기찬 요청은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25주년 기념작이라 하여 컨시퀀스처럼 웅장하고 대단한 거함은 결코 아니고, 씨름판의 금강장사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잘 생기고 탄탄하게 보이는 스피커였다. 2웨이 2유닛의 베이스 리플렉스형으로 전형적인 북셀프 스피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5주년 기념 작품답게 곳곳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이번에 재차 출시된 스페셜 25는 전작을 그대로 재현한 제품이기 때문에 이미 사용해보았거나 관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모든 내용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렇지 못한 독자들을 고려하여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스페셜 25은 기념작답게 뒷면 스피커 단자가 있는 바로 위에 다인오디오의 CEO인 빌프리트 에렌홀츠의 친필 사인을 해놓았다. 이 사인의 의미는 CEO의 명예를 걸고 자신 있게 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다인오디오 스페셜 25의 외형은 아주 단정하고 품위를 느낄 수 있는데, 원래 덴마크에는 가구의 장인들이 아주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스페셜 25의 인클로저는 앙코르에 의해서 출시된 제품답게 섬세한 설계와 그동안의 가구제작에서 특별히 인정받은 장인의 손에 의해 제작되었다고 한다. 북셀프형답지 않게 30mm 두께의 비치 베니어로 제작하여 근본적으로 진동에 대응하고 있으며, 그것으로도 부족했던지 리어 패널에는 강도높은 알루미늄으로 설계된 백플레이트를 덧대어 기념작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것 같다.

 

또한 스페셜 25에 채용된 우퍼는 최고의 기술과 정성을 접목시킨 20cm의 구경으로 강력한 자력을 자랑하는 네오디뮴 마그넷으로 설계되어 있다. 우퍼상단에 위치한 유닛은 소프트돔 트위터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에소타2가 채용되었는데, 마치 동물의 눈망울처럼 시청자와 눈을 맞추고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다인오디오의 스피커 유닛으로 스피커 자작을 해보았다고 했는데, 그때의 얄팍한 경험에 의하면 스피커의 패시브 네트워크는 2웨이에서 가장 간편한 1차 필터 방식의 설계가 자연스런 사운드를 보장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스페셜 25에서도 역시 1차 필터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그동안 다인오디오의 모든 노하우를 반영했다고 한다. 따라서 글라스파이버 PCB에 세라믹 저항을 채용하는 등 다인오디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다했는데, 채용되는 모든 부품들은 특별히 주문하고 특별하게 검사했음은 물론, 페어 매치로 완벽을 기했다고 한다. 따라서 20cm 구경으로 그리 크지 않은 우퍼이지만, 35Hz까지 낮은 주파수를 재생할 수 있으며 에소타2 트위터에서 재생되는 주파수는 25kHz까지 커버한다. 1차 필터 방식의 심플한 설계 덕택으로 88dB이라는 비교적 괜찮은 능률을 가지고 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도 2400Hz에 맞추어 대부분의 악기들의 음과 보컬까지도 우퍼의 유닛에서 다 커버할 수 있다. 때문에 마치 풀레인지에서의 사운드와 같이 편안하며 자연스런 사운드를 실현할 수 있는데, 이것은 우퍼의 F레인지가 넓은 덕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트위터는 고역의 모자란 부분을

가볍게 보충하게 됨으로 볼륨이 올라가도 밸런스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스피커 단자는 싱글와이어링으로 1조만 장착되어 있지만 견고하고 고급스럽게 보인다. 뒷면 상단에 위치한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재미있게 생겼는데, 마치 색소폰의 벨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 내부에서 발생하는 음을 신속하게 배출하는 설계로 보인다. 다인오디오에서는 자사에서 제작한 전용 스탠드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4개의 스파이크로 바닥면에서 견고하게 받쳐주어 안정성이 확실하다. 그리고 공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음향 공학적으로 설계했고 모양도 세련되어 깨끗한 음악적 배경을 실현해준다고 한다.

 

시청에는 프라이메어 CD32 CD 플레이어와 옥타브 V70 SE 인티앰프가 사용되었다. 비제의 교향곡(샤를 뒤트와·지휘)에서 무게 중심이 잘잡힌 음으로 저역의 밀도감이 좋으며 양감에서도 모자람이 없다. 유닛 간의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아서 자연스럽고 음상이 또렷하게 그려져 각 파트들의 위치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고역에서도 날이 서 있지 않아 유연하고 전체적인 사운드는 명랑하다. 안네 소피 폰 오터가 부르는 그리그의가곡‘산의 요정’은 편안하고 아주 자연스럽다. 메조답게 목소리가 두툼하고 중·고역에서 쭉쭉 뻗어주어 속이 후련하다. 조심스럽게 반주하는 피아노의 울림은 조용하지만 섬세하고 보컬을 잘 받쳐주어 앙상블이 좋다. GRP 올스타 빅밴드가 연주하는‘Blue Train’에서 킥드럼의 리듬에 파워가 좋고(재즈 음악인데도마이크를 사용했음), 스네어의 프레임에 어택하는 스틱에 비트가 살아있다. 하이햇의 사운드가 샤프하며 기본 리듬의 스윙감이 확실하다. 콘트라베이스의 라인이 확실하여 음정이 명확하고 풋워크가 경쾌하다. 브라스는 브라스답게, 목관은 목관답게 톤 컬러가 분명한데, 조금은 재즈답지 않게 정숙한 분위기가 약간 아쉽지만 작은 몸체에서 당당하게 뿜어져나오는 사운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해주고 있었다.앙코르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느낌을 갖게 해주는 사운드였다.